IMF도, 회사 부도도, 구조조정도 다 겪었지만 이번엔 그 어떤 때보다 마음이 떨린다.
난 현재 구직자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래도 나는 끝까지 살아남았다.”
IMF 시절엔 늘 불안했다. “부장이라도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남들보다 빨리 팀장이 되고, 부장이 되었다.
해외 주재원으로도 나갔고, 언젠가는 임원이 될 거라 믿었다.
그러나 세상은 단순하지 않았다.
임원은 실력만으로 되는 자리가 아니었다.
정치력, 윗사람 운, 내부 평판 —그 모든 것이 맞아야만 가능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임원은 신이 내린 자리다.”
나는 2023년 7월초까지 10년 넘게 만년 부장으로 일했다.
코로나 시기에는 구조조정으로 팀원들이 하나둘 떠났고,
결국 나 혼자 남아 점표 처리부터 보고서까지 모든 일을 도맡았다.
그 시절, 자존심도 자존감도 바닥을 쳤다.
회사란 결국 생계를 위한 수단이 되어 있었다.
내가 다니던 곳은 글로벌 기업이었지만, 10년 동안 급여는 그대로였고 보너스는 거의 없었다.
생활은 점점 빠듯해졌고, 부채는 늘었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내 능력을 인정받아 이직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채용 시장은 냉정했다. 아무리 대기업과 외국계에서 경력을 쌓아도,
“50대”라는 숫자는 벽이었다.
그때 헤드헌터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남는다. “50대인데, 아직 임원이 아니시라고요?”
그 한마디에, 내 안의 무언가가 무너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무너짐이 새로운 각성을 불러왔다.
‘이제는 진짜 내 힘으로 다시 올라가야겠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200곳 넘게 지원했다.
그중 면접까지 간 건 10번 남짓, 합격은 단 두 번이었다.
임원급으로 가기 위해 눈을 낮춰야 했지만 작은 회사는 급여가 너무 낮거나
조직문화가 군대보다 더 엄격했다.
결국 몇 번의 기회를 놓치며 깨달았다.
“이젠 잠시 멈춰야 할 때구나.”
그때 처음으로 쉼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쉼 속에서 다시 나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