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신호위반
새해 목표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 독서도 하고 할 일을 정리하며 느긋하게 출근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알람 시간을 저장된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당겼다.
마음만 먹지 말고 실천하기를 보신각 종소리에 맞추어 다짐을 하였다.
처음은 열정으로 밀고 나갔다. 나태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달렸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듯이 일주일이 되니 알람을 끄고 30분 후 알람으로 설정을 바꾸었다.
그래도 예전보다 한 시간 삼십 분이나 일찍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하니 양심의 따끔거림은 금세 사라졌다.
이른 아침의 일상이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던 날,
평소처럼 알람은 울렸겠지만 듣지 못했다.
출근 후 도착해야 할 시간이 다가올 때 눈이 떠졌다.
'망했다. 어제 늦게까지 친구를 만나 마신 술이 문제였어.'
책망하긴 늦었다. 부랴부랴 씻고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이른 아침 출근길의 차 들이 빠져나가고 주차장은 한산했다.
시동을 급히 걸었다.
출근길 사이사이 학생들을 태워주기 위해 멈춰서는 학부모들의 차들이 많았다.
'비켜주세요. 비켜 비켜.'
그들이 듣지는 못하지만 홀로 중얼거리며 핸들을 돌렸다.
그나마 출근길 막히는 시간대를 넘어섰는지 줄 서 있는 차들이 많지는 않았다.
좌회전 신호...
여기를 한 번에 통과해서 속도를 내도 다음 신호에는 넘어갈 수 없다.
주 5회 같은 길을 가니 신호체계까지 다 알고 있다.
신호를 아는 익숙한 차들은 차량통행이 많지 않기도 하니 잦은 불법 신호위반 구간이기도 했다.
역시나 옆 차선의 차가 나를 질러 좌회전을 하고 차선을 넘었다.
곧이어 옆 차선으로 달려오던 차도 좌회전을 했다.
바쁜 건 난데 저들이 더 급히 달려갔다.
조심히 좌회전을 할까? 우물쭈물 앞으로 천천히 나갔다.
뒤에 차가 경적을 울렸다. 나보다 더 급한가 보다. 떠밀려 건너가야 할 판이었다.
신호위반을 해야 할지 조금 더 신호를 기다려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는 나를 알아차렸는지 뒤차가 옆 차선으로 차선을 바꿔 창문을 내리고 비웃음을 보냈다.
유유히 신호위반으로 넘어가는 뒤차를 보며 이렇게까지 된 거 그냥 끝까지 신호를 기다렸다가 안전하게 가기라 마음을 먹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좌회전 신호가 켜졌다.
분명 지금 신호를 받아가면 다음 신호에는 또 멈추겠지만 이미 늦은 거 창문을 내리고 봄 내음이나 흠뻑 맞고 가리라...
봄바람은 차가웠지만 햇살은 따스했다. 이미 늦은 거 마음껏 늦게 가보자고 생각하니 운전도 즐거웠다.
역시 좌회전 다음 신호에 차가 적색신호로 바뀌고 멈추었다.
봄바람 따라 햇살을 따라가니 불고 푸른 불빛이 번쩍였다.
아.. 정의로운 경찰관님이 내 앞차와 내 옆으로 지나간 무수히 많은 차들에게 편지를 써주고 게시는구나.
행운의 편지처럼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
벌금이라는 따끔한 맛을 보게 된 차들을 보며 당연함이 인정받는 것 같았다.
물론 출근 후 나 역시 상사에게 따끔하게 혼났지만 봄바람과 양심은 남은 아침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