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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mping ink Apr 12. 2022

도로 위의 욕쟁이

16. 바른 운전 고은 말

대화의 언어는 사람의 인격을 표현한다고 하였다.

예상치 못한 당황스러운 일을 만났을 때, 즉각 반응을 후회하며 다음번을 기약하는 대응을 준비한다.

설령 이불 킥을 하는 일이 생길지언정 가능한 평점심을 찾기 위해 마음을 다스린다.

그런 나에게 온화한 그를 만나는 일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주곤 하였다.


그는 인품 좋기로 소문난 종교인으로 자자했다. 

그는 나의 자녀양육에 대한 조언을 던지며 많이 들어주는 배려를 해주었다.

부드러운 드라이빙은 그 사람을 표현하듯 조용하고 간결했다.

나는 그에 대해 존경심이 솟았다.

부담스러움이 느껴졌는지 그는 내가 자신을 과대평가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갑자기 무리하게 옆 차선 차가 끼어들었다.

놀란 나와는 달리 그는 서행을 하며 자리를 양보했다.

이어 버스가 차선을 밀며 들어왔다.

위험한 운전을 하는 두 차량에 내가 대신 욕이 나올 판이었다.

"뭐 저런 사람들이 다 있어요? 사고 어쩌려고 저러지요?"

"버스는 사람이 많으니 양보해야죠."

그의 대답에 방방 대던 내가 초라해졌다. 그의 침착함에 다시 한번 그를 다시 보았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아요."

그와 오가는 대화 속에서 바쁜 마음을 갖고 결과만 생각하는 내가 한없이 작아졌다.


평화로운 순간에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오토바이 한 대가 곡예 운전을 하며 그의 앞으로 치고 들어와 불법 신호 변경을 하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차의 급제동과 동시에 나와 그의 외마디 비명에 이어 헤드 시트에 머리가 닿을 즈음 그의 입에서 속사포 같은 욕이 쏟아졌다.

그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향해 삼대에 걸친 저주를 퍼부었다.

"죽으려면 혼자 죽지 엄한 사람 데리고 가려고 지랄이네."

끊임없는 욕 랩에 나의 놀란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는 것을 그도 느꼈다.


"참을 인 세 번이면 호구랍디다. 도로 위에서 욕이라도 안 하면 자신을 못 지키더라고요."

그의 찰진 욕이 도착지까지 계속되었다.

자신을 지키는 그의 도로 위의 방패 욕은 강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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