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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mping ink May 08. 2022

기록 경신

20. 교통 체증

용감한 초보들은 제일 먼저 달리고 싶은 곳은 신호등 하나 없는 고속도로요, 겁쟁이 초보들이 제일 기피하는 곳은 신호 걸려서 마음을 추스르며 달릴 곳 없는 상상초월의 속도 고속도로다.

사연을 싣고 질주하며 달리며 날리는 델마와 루이스의 스카프를 선망하기도 했지만 막상 고속도로 위에서 나의 오른발은 페달을 힘차게 누를 배포도 없었다.

약속 장소를 가게 되면 가능한 고속도로는 회피해서 가곤 했다.

과거 용감한 초보였던 의기양양하던 시절, 따끈한 운전면허증 온기도 식지 않았던 초보가 고속도로 위를 달려야만 할 일이 생겼다.

지방 결혼식 참석을 하였고 먼길 오느라 수고했다라며 건네는 술잔에 서운해하는 초대자의 마음을 더는 사양하지 못하고 운전을 맡은 오빠는 술을 부어댔다. 당일 올라와야 하는 사정이 있었건만 운전자의 음주로 말이 묶일 판이었다.


가족한정 보험으로 운전이 가능한 남은 두 사람은 나와 엄마였다.

시선은 나에게로 몰렸다. 그 시절 나는 차를 어디든 몰고 나가고 싶어서 안달 났던 때고 가까운 거리는 유일한 가족차를 이용해서 선수 쳐서 끌고 다니던 시점이었다. 그에 비하면 엄마는 녹색 면허 소지자로 분류된 10년째 장롱 깊숙이 운전면허를 묵혀둔 상황이었다.

당시의 나는 이십대로 반사신경도 자신 있었고 고속도로가 운전이 더 편하다는 말을 들어와 주저 없이 운전석을 차지하고 앉았다. 운전자를 두고 모두 버스를 타고 올라와야 할 상황에 나는 그들의 구세주였다.


시골길은 한가했다. 자신감이 치솟았다. 조수석에는 오빠는 술이 깨기 위해 곤한 잠에 들었고 여름철 긴 해는 운전환경마저 편안하게 해 주었다. 한적한 도로를 달리며 운전에 자신감은 더욱 쌓였다. 뒷자리 가족들의 칭찬도 한 몫했다. 초보 주제에 핸들도 한 손으로 잡고 한 팔을 창문을 열어 걸었다. 베테랑 같은 모습에 뒷자리 가족들은 안심을 하고 잠을 청했다.

한적한 도로를 지나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차가 많아졌다. 느긋한 나의 속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나보다 급한 일이 있는지 여기저기 추월하는 차가 늘어났다. 술이 깨고 있던 오빠가 차량이 늘어나는 것을 느끼고 동물적 감각으로 눈을 떴다. 몇 개의 나들목을 지나가고 또 다른 나들목에 도착했을 때였다. 영수증을 받고 앞으로 속도를 냈다. 차선이 합쳐지는 구간이라 속도를 내서 달리던지 뒤에 오는 차를 보내고 달려야 했다. 이미 여러 경험이 있었던 때라 속도를 밟았다.

사람들이 제일 위험하다는 마의 사각지대에 차가 들어왔었나 보다. 옆으로 미는 나의 운전과 옆자리 오빠의 "어어?"소리와 옆 차에서 울려대는 경적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꺄악~~"

옆 차를 발견하고 핸들을 옆으로 돌렸다. 천만다행인지 옆 차선이 비어 있던 찰나였다. 차는 한 차선을 넘었다가 다시 오빠의 힘에 의해 핸들이 정방향으로 돌아갔다.

"야! 정신 차려!"

오빠의 성난 음성에 뒷자리 가족 모두 놀란 눈으로 몸을 당겼다. 손발이 달달달 떨려왔다. 어찌어찌 쉼터까지 차를 몰았다. 브레이크를 올리자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가족들은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 했고 그 상황에 소리 지른 오빠는 머쓱한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위로를 했다.



쉼터에서 술이 완전히 깰 때까지 오빠의 숙면 이후 운전자는 바뀌었다. 

트라우마처럼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 두려웠다. 그것을 극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100킬로라는 속도에 졸아 고속도로를 경유해서 지나가는 길은 가능한 피하고 싶지만 그래도 짧은 거리에 잠시 이용하는 상황이 늘어났다.


주말에 차를 몰고 고속도로에 올라갔다가 무사히 귀환했다. 가족들이 놀라워했다.

"기록 경신이네? 고속도로를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타고 말이야. 이젠 안 무서운가 봐?"

"평일이면 30분이면 올 거리인데 오늘 이유 없이 차가 밀려서 고속도로 위에 30킬로로 차들이 달리더라고. 고속도로 위에서 운전한 시간은 기록 경신은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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