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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킴 Jan 03. 2024

희망의 불꽃이 다시 살아나길 바라며

독일에는 12월 31일 새해 전날 폭죽을 터트리며 불꽃놀이를 하는 전통이 있다. 명칭은 Silvester, 질베스터라고 불린다. 전쟁이 나면 이런 소리가 나는 걸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무서운 굉음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소리가 얼마큼 크냐면 폭죽이 터질 때마다 땅에서 진동이 느껴질 정도다. 초저녁부터 시작해서 자정이 되면 평생 볼 폭죽을 다 볼 수 있을 만큼 화려한 불꽃이 연이어 핀다. 청각이 예민한 나는 이 글을 쓰는 지금에도 수차례 깜짝깜짝 놀라며 심장박동도 함께 빨라지고 있다.

며칠 전 성탄절을 앞두고 앞집에 사는 이웃 Judith와 함께 차를 마셨다.

“ 독일에선 크리스마스가 제일 큰 명절이자 축제날이지?"

“ 그렇지. 그날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이야. 하지만 12월 31일 Silvester가 독일에서 가장 큰 축제날이야. "

" 아 그 폭죽 터트리는 날? 휴.. 작년에 그 소리에 잠을 한숨도 못 잤던 게 생각이 나네 "

" 잠을 잔다고? 그날은 초저녁부터 술 마시면서 밤새야 하는 날이야!!! "

“!?!?!?!?…”


이렇듯 독일인들에게 신년 전야는 너무나 큰 의미가 있는 날이다. 아니, 한 해를 떠나보내며 지구촌에 있는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는 날이다. 다들 스파클링 와인 젝트 한 잔을 마시며 축제를 즐긴다는데 창밖을 보니 Judith 집은 지금 한창 파티 중이다. 평소 때와 달리 흥에 취한 이웃들의 고음과 탄성이 들린다.

한편 우리 아이들은 일찌감치 꿈나라로 갔고 나는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러 가야 하는데 칠흑 같은 아우토반을 뚫고 교회 갈 자신이 없어 유튜브 영상으로 대체했다.

중세 시대에 악령을 쫓기 위해 나무에 불을 붙여 소음을 내는 대서 유래한 불꽃놀이. 현재 독일과 가까운 곳에서는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얼마 전 독일의 대도시 중 하나인 쾰른에선 이슬람 테러 공격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된 적도 있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앞에서는 불꽃놀이 축제에 앞서 혹시 모를 폭동과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수많은 경찰이 대기 중이라고 한다.


갈등, 혐오, 대립, 긴장과 두려움 등등 모든 것이 차라리 중세 시대에 믿었던 악령 같은 것이라면 좋겠다. 깜깜한 하늘에 요란하게 피오 오르는 불꽃들을 바라보며 평화가 다시 찾아오길 희망한다.


희망은 사람을 성공으로 이끄는 신앙이다. 희망이 없으면, 아무것도 성취할 수가 없으며 희망 없이는 인간생활이 영위될 수 없다.

헬렌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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