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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Su Sep 09. 2024

공허의 공간에서 따스함을 찾는,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에서 꼽은 문장

 
 잠들지도 않고 이야기하지도 않고
그저 누운채로 숨을 쉬다보면 방안으로 노을이 스며들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도 사라진 뒤 조용히 일렁거리는 커튼을 보고 있으면 세상이 남 얘기 같았다.
예쁘고 멋있고 촉감 좋은 물건들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마음을 다스릴수 없었다.
자아실현 같은건 모르겠지만 견딜 만한 일을 하고, 지글지글 보글보글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삶.
가끔은 나란히 누워서 햇볕을 쬘 사람이 있는 삶.
이 정도면 괜찮다고 여기면서도 어두운 골목을 걸어 다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면 불안해졌다.
어느 날 흰 봉투가 날아와 계약종료 통지서나 처음 들어보는 병명의 진단서를 덜컥 내놓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걸까.

_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作>




그들에게

한 밤의 어둠처럼 태생부터  짙게 내려앉은 가난과 불안은 언제고 끝날 줄 모르는 듯 했다.

마치 의지가 있는 것처럼 이 두 청춘에게 끈덕지게 달라붙은 현실의 늪 같은 것들이, 끈적하게 둘의 발목을 잡아 끌고 있다.

안간힘을 쓰며  다리를 들어올리며 발을 꺼내 내딛고자 하는 그들에게,삶은 그닥 녹록치 않은 것 같다.

그들은 사랑조차도  드러내어 사랑이라 규정짓지 못하고

"우리는 친한 사이야." 라는 농담 같은 말로 고백하며 공존한다.

때때로 형벌같은 삶 가운데에서 그들은 만났고,

서로를 이해하고,의지하고,  '반반'이 아닌 완전한 음식 하나를 마주하고 맛있게 식사할 수 있어 다행이다.

짙푸른 밤의 내림 속에서 그 둘의 밤은 더 이상 외롭지 않기를 감히 바라본다.



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았다.
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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