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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복희 Dec 27. 2021

2021 콘텐츠 연말 결산

올해의 드라마


국내 TV시리즈


구경이

단연 <구경이>다. 몇 번을 다시 봐도 건너뛸 장면이 하나도 없고 모든 게 완벽했다. 배우 이영애의 이상한 선택에 너무 고맙고 당신의 이상함을 사랑합니다...

올해의 배우, 올해의 캐릭터는 김혜준의 송이경/케이. 식상한 표현이지만 정말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 그때 그 송이경 얼마나 대단했는지 기영이 할머니처럼 반복할 거야..

나도.. 니가 처음이야...




해외 TV 시리즈


오펀 블랙 시즌 1~5

2013년부터 2017년 방영된 작품이지만 집에서 얌전히 정주행 하기에 최적의 시국이었다. 타티아나 마슬라니의 1인 n역이 너무 놀랍고 1인 n역이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함... 보시면 알아요...



조용한 희망

마고 로비가 제작에 참여해 트렌드를 따라가면서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특유의 공허함 없이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여성에게 집, 차,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 수단인지 실감했다.




올해의 예능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언니 이거더라 내가 보고 싶었던 거.... 나 몰랐네...

엠넷이 예상했을 그림은 뻔한데 2010년 대 유행한 서바이벌 예능 서사는 되풀이되지 않았다. 그 단계를 소화하고 이다음으로 가는 여자들이 나와버린 거야... 올해 가장 많이 배운 성장 드라마.



유 퀴즈 온 더 블럭 129화 스우파 특집

영화 한 편 본 것 같았다. CJ가 만든 영화 중에 이만한 웃음과 감동 밸런스 없었지. 스우파 멤버 출연 예능 중에 딱 하나만 봐야 한다면 이 편.



미스터리 어드벤처 여고추리반

추리, 장도연, 재재 좋아해서 안 볼 수가 없었다. 추리반 친구들 ...☆→!!!




올해의 시사교양


KBS 다큐인사이트 81화 국가대표

지금 해야 할 이야기를 망설이지 않은 이은규 PD와 제작진에게 올해의 수신료를 모두 드리고 싶다. 내용은 물론 만듦새까지 훌륭했다.




올해의 스타


김연경

본업인 배구는 세계 1짱이니 말할 것도 없고 TV와 OTT, 유튜브, 모든 매체 통틀어서 김연경 선수가 최고의 콘텐츠였다.(그리고 현재 진행형) 대중과 오타쿠가 원하는 모든 것을 충족하는 스타...... 그게 가능하다니...

그냥 내가 좋아하는 갓기연경 넣어봄...




올해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2001) 20주년 재개봉

720p짜리 vod로만 보던 영화를 4K 화질로 메가박스 MX관에서 봤다. 더 크고 또렷하게 복원된 익숙한 화면과 소리가 왠지 서먹해서 몇 배로 싱숭생숭했다.



우리는 매일매일

몸이 허할 때 전복죽 먹은 느낌이 드는 다큐멘터리. 내가 사랑하는 모든 친구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라고 영화를 봤던 5월에 메모 남겼었는데, [썬-데이 시네마]에서 친구들과 장면들을 뜯어보며 나와 우리의 매일매일을 이야기한 뒤 더 뜻깊은 작품이 됐다.




올해의 책


소설


최선의 삶

읽으면서 너무 몰입해서 몸이 다 쑤셨다. 너무 좋다고 말하기에도 재밌다고 말하기에도 애매하지만 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과는 분명 어떤 세계를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에세이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

라면으로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라면은 그냥 라면이 아닌 거겠지? 책에 담긴 윤이나 작가의 철학도, 라면 끓는 순서에 맞춘 구성도 너무 좋아서 책장 줄어드는 게 아까웠던 책.




올해의 유튜브


에피소드


그알 마피아 게임

국내 1호 프로파일러와 범죄심리학 교수가 마피아 게임 하는 상상.. 그리고 그게 현실이 된 것 자체가 너무 짜릿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유튜브를 만나면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게... PD 빼고 법의학자를 모시고 찍을 예정이라는 2회가 더 기대된다. 야~ 재밌는 세상이여~



시리즈


강유미 ASMR 시리즈

처음 롤플레이 ASMR이 흥했을 땐 큰 감흥 없이 봤던 것 같은데 올해 불면증을 겪으며 이 시리즈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었다. 찜질방 세신사, 동네 미용실 원장, 전남친 결혼식 에스테틱, 최근에는 크리스마스 상점 직원에게 특별한 감사를...



예랑가랑 3분 요약

두 시간 넘는 영화를 글도 아닌 말로 요약하는 게 너무 신기한데 디테일까지 다 기억하고 연기까지. 아무 말이나 하는 것 같지만 들어보면 아무 말도 아님. 3분도 아님. 이 시리즈 말고도 올여름 폭염을 예랑가랑 보면서 존버했네... 가짜이모가 늘 응원해



비스트로 은밀

20대 후반에 접어든 여성주의 콘텐츠 제작팀 소그노가 ‘조용한 학살’ 시대에 내놓은 시리즈. 서너 명이 기획하고 찍고 편집한 콘텐츠라는 게 믿기지 않는 퀄리티였다. 기획 의도가 전달되는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댓글창까지가 콘텐츠의 완성.



문명특급 컴눈명: 다시 컴백해도 눈감아줄 명곡

좋아하는 것을 ‘일’로 어디까지 벌일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문명특급 팀. 그걸 위해 얼마나 인력을 갈아 넣었는지 숨기지 않는 점이 더 좋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역할을 끊임없이 찾는 점이 존경스럽다. 숨듣명에 이어 컴눈명까지, 문명특급이 아니면 누가 이만큼 했을지 상상할 수 없다. 콘텐츠 제작 계에서 밀레니얼 세대 최대 아웃풋!




올해의 음악


무디 MUDI

최다 재생과 만족도로 하나만 고른다면 유튜버 무디의 플레이리스트였다. 직접 찾을 엄두도 안 나는 음원을 (음악 디깅에 취미 없음) 어디서 이렇게 추려오셔서... 센스가 부럽고 썸네일이나 제목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플리 유튜버 중엔 유일하게 구독 중.



*올해의 콘텐츠 전체 목록과 링크를 아래 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느슨하게 함께 만든 [내가 사랑한 모든 콘텐츠들에게] 2021년 업데이트!




올해는 자는 시간 빼고 쉼 없이 콘텐츠에 절여진 피클처럼 살았다. (심지어 잠드는 순간도 강유미 씨와 함께 했으니...) 한 해 동안 (다행히) 열심히 남긴 콘텐츠 기록을 돌아보며 조금 놀랐는데, 작년과 비교해 크게 바뀐 점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인상적인 영화 신작이 없었다는 점이다. 4.0 이상 매긴 별점 매긴 작품이 없다. 보러 간 개봉 영화가 몇 편 안 되었기도 하고, 기다렸던 <프렌치 디스패치>, <최선의 삶>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영화제나 OTT 공개 작품 중에 흥미롭게 본 건 있지만 손에 꼽을 만큼 맘에 들지는 않았다. 대신 원래 좋아하던 영화를 거듭 보고 더 조목조목 좋아하게 됐다.


두 번째로, 반면 한동안 관심 끊었던 국내 드라마에서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작품이 등장했다. <구경이>를 넷플릭스로 3화까지 본 뒤 4화부터 22시 30분을 손꼽아 기다리며 본방 사수했다. 보통 재밌다고 하는 드라마는 완결을 기다렸다가 몰아서 한 번에 보려고 하지만 (그러다 못 보기 일쑤) 이 작품은 보자마자 삘이 찌르르 왔어 다신 이런 사랑 내게 없어. 주말에 본방 보고 평일 내내 지난 화 복습하는 낙을 미루지 않은 나 칭찬한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도 한숨에 다 보고 또 한숨에 자막 버전으로 다 봤다. 김혜리 기자의 아래 트윗을 보고 무릎을 쳤다. 확실히 호흡이 빠른 드라마가 유리한 시기였고, 막혔던 지점을 뚫어주는 작품들이 시기적절하게 등장했다. 비록 2021년에도 이런 게 주류라는 게 믿기지 않는 드라마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부지런히 시대를 따라잡고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로 콘텐츠 소비 채널이 유튜브로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구독하는 채널 서너 개만 챙겨봤었는데 올해 초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하면서 real 바보상자에 갇히고 말았다... 티빙 요금을 내면서도 <스우파>와 <유퀴즈> 20여 분짜리 클립을 샅샅이 찾아보고 - 덕분에 방송사 산하 채널이 그렇게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 인스타 둘러보기에서 예능 짤로 시간 낭비하는 대신 쇼츠로 그것들을 보며 시간 낭비했다. 10년 가까이 이용하던 음악 어플도 아예 안 쓰게 됐다. 그동안 재생 목록을 직접 꾸려 들었는데 올해는 결이 맞는 플리 채널을 몇 개 골라두고 상황에 따라 돌려가면서 들었다. 그래서 유튜브 뮤직 2021 리캡 결과를 봐도 가장 많이 들은 노래를 알 수 없다. 백예린과 박문치 신보를 한동안 듣긴 했지만... 문득 생각난 노래를 들으려고 그 노래가 들어간 플리를 굳이 찾고 있는 걸 자각하고 흠칫 놀랐던 적이 있다... 근데 어쩐지 돌이킬 수가 없네... no낭만...


네 번째, 올해 와장창 쏟아진 에세이와 인터뷰집을 별로 안 읽었다. 책 자체를 별로 안 읽기도 했다... 작년에 남들이 좋다는 거 다 따라 읽느라 이례적으로 많이 읽긴 했다. 사놓고 안 읽은 책도 작년보다 많아졌다. 돈 주고 산 책도 이 모양이니 전자도서관으로 대여한 이북은 읽다 말고 자동 반납된 게 태반이다. 자괴감 드네 갑자기... 그렇다고 내년부터는 영상을 줄이고 책 많이 읽고 팟캐스트 다시 듣자! 라는 결심이 딱히 서지도 않는다. 쩝... 영양제도 안 맥이고 혹사시킨 내 눈알 노동청에 고발한대도 할 말 없다...





번외편 1

왓챠피디아 데이터로 보는 연말 결산.

웃긴 게 좋아...
X같이 시작했지만 끝은 오히려 좋아



번외편 2

씨네21가 선정한 올해의 콘텐츠.

한국, 해외 통틀어서 본 게 <승리호> 밖에 없다니? 킹받네 기준이 뭐임... 남은 올해에 꼭 <세자매>를 봐야겠다. <쁘띠 마망>을 두 번 예매했는데 한 번은 안경 안 가져가서 못 보고 한 번은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쫓겨난 사연... <모가디슈>는 넷플릭스에 올라왔길래 보다가 탈주했다. 재미없어...


<이상청>도 좋았지만 <구경이>가 압도적이었다. <마인>은 끝까지 봤는데 넷플릭스로 스킵하면서 봄. 철쭉소년 나오는 구간... <괴물>도 끝까지 봤다. 왜 봤지... 시간 투자 대비 최악이었음


캡쳐 출처 모두 씨네21 인스타그램

덕복 선정 시리즈 부문 올해의 인물?

<구경이> 이정흠 감독

<구경이> 신민경 편집감독

<구경이> 성초이 작가

<구경이> 김혜준

(흠 넘 구경이 얘기만 하나ㅎ)

<구경이> 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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