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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효닝 May 14. 2020

[1.0] 크루즈승무원_First Contract

크루즈 승무원 첫 번째 컨트랙을 시작하다.

[1.0] 크루즈 승무원으로 첫 번째 컨트랙을 시작하다.


 코스타 크루즈 네오로만티카호를 승선하게 되었다. 2017년 11월, 승선 전날 태풍이 왔다. 승선하는 하루 전까지 회사에선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날 밤, 조급해진 마음에 긴가민가한 마음으로 승선지까지 가는 비행기 티켓을 조회해보았다. 


 '취소된 티켓입니다.'

 엥? 나 왜 승선 못해? 무슨소리야? 당장 내일인데? 다급하게 국제전화로 본사인 이탈리아로 전화했다. 매우 태연한 반응.

 

 "응 너 승선 취소됐어."

무슨소리야..? 그럼 나 어떡해 내 짐 다 싸놓은거랑 서류 준비한거 어떻게해야되?

 "일단 메일로 다시 연락줄게."


뚝.


메일로 연락이 왔다. 일주일 뒤로 승선이 미뤄졌다. 


 나의 첫 번째 컨트랙은 승선하는 것 조차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 네오 로만티카호 승선.

 코스타 네오 로만티카는 56,000톤으로 승객 최대 1800명이 승선 가능하다. 크루들은 600명정도로 코스타 크루즈선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작은 배이다. 

 그래도 내가 처음으로 승선한 배라 그런지 하선하고 난 뒤에도 가장 애착이 가고 '작은'배이니만큼 공간 활용이 무척이나 잘 되어 있다. '아기자기함'의 매력이랄까? 뭐 이런 감정들도 내가 하선하고 난 후 좋은 기억들만 미화되어 남아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승선하기 전부터 기상악화와 승선취소에 잇따른 사건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승선을 하고, 아무리 첫 직장이라고 하지만 첫날 부터 일을 당장 시작해야하는 환경은 처음이었다. 지금에서야 당연히 첫날부터 일을 해야하는가보다 하지만 2017년 11월 25일에 일본 도쿄에서서 승선한 난 아-무것도 모르는 크루였다. 세이프티 트레이닝, 세큐리티 트레이닝, 환경 트레이닝, 메디컬 검사, 크루 객실 찾아가기, 유니폼 받기 등...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승선 이후의 시간들을 겪은 난 바다 한 가운데에 표류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익사자였다. 


>> 크리스마스 크루징, 사고 24시

 연휴, 연말, 크리스마스, 새해, 발렌타인데이 등 특별한 날이 겹치는 크루징들은 오르는 가격만큼 손님들의 기대가 엄청나다. 그 사고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일어났다. 11월 말에 승선한 나는 적응기를 거치고도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었을 때 고작 한달밖에 되지 않은 아주 신입 크루였다. 그날은 크리스마스 이브, 말로만듣던 오버부킹과 이러한 상황이 배에선 흔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바쁘고 눈코뜰새 없는건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당시는 아시아에서 연말을 보내기 위해 먼길을 온 유럽인들로 가득찼다. 1800명 이상이 탄 크루즈 내에서 그들도 사람에 치여 짜증과 불만이 가득했다. 그 불같은 저녁이 지나고 아직까지 별로 친하지 않았던 동료들 앞에서 세상 펑펑 울었다. 왜냐면 그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 한국인이 왜 여기에?

 코스타 네오 로만티카는 한국인 여름 휴가 기간에 맞춰 한국인 전세선을 운항한다. 갑자기 모든 매니저들과 크루들의 관심이 온통 내게로 쏟아졌다. 한국어 메뉴 번역, 한국어 사인 만들기 뭐 온통 한국어와 문화로 범벅이 되었다. 준비기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나름 준비를 끝낸 한국인 전세 첫날밤.


 "여기 매니저 나오라그래!!!"


라는 호통이 쏟아져 나왔다.


 나의 첫 번째 컨트랙 8개월은 시작하는 낯섦과 처음이라는 설렘이 공존하는 8개월이었다. 우당탕탕 첫 번째 컨트랙 이야기들은 다음장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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