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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양자 Dec 10. 2024

시 꾸러미

먼지의 길



먼지의 길





계곡의 겹겹 주름은

수만 년 전 지구가

뱉고 뱉는 독백이다


수천의 돌계단을 걸어 올라와

갓바위에 남긴 먼지는

울다 지친 살점이거나

쫓기다 구석에 몰린 한숨이다


해를 따라 돌고 돌다가

눈 밑에 드는 산그림자

그까짓 것 사는 게 뭐라고

산수국은 피고 진다


산중남자 벌 나비 딛고 간 자리마다

꺾인 목 거꾸로 매달고 지는 꽃이

바스라지며 토해내는 파편들


천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굴러 내리지 못한 바위틈에서

산꽃은 뭉턱뭉턱

한숨처럼 또 기침처럼

피었다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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