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의 길
계곡의 겹겹 주름은
수만 년 전 지구가
뱉고 뱉는 독백이다
수천의 돌계단을 걸어 올라와
갓바위에 남긴 먼지는
울다 지친 살점이거나
쫓기다 구석에 몰린 한숨이다
해를 따라 돌고 돌다가
눈 밑에 드는 산그림자
그까짓 것 사는 게 뭐라고
산수국은 피고 진다
산중남자 벌 나비 딛고 간 자리마다
꺾인 목 거꾸로 매달고 지는 꽃이
바스라지며 토해내는 파편들
천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굴러 내리지 못한 바위틈에서
산꽃은 뭉턱뭉턱
한숨처럼 또 기침처럼
피었다 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