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정혜 Oct 14. 2021

헬조선을 사랑하는 사람들

(1) 안녕, 헬조선



때는 바야흐로 202011.

업무 분장의 시기가 스멀스멀 다가오던 어느 가을 날

저 퇴직하겠습니다!”     

라고는 차마 말 못하고,

어떻게든 휴직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해 버렸다.    

참으로 아무런 대책 없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음을

그제나 지금이나 인정하는 바이다.    

 2020년의 11월은 너무나도 추웠다.

그 날은 더욱.


하지만 난 뚜벅뚜벅 걸어서 집에 갔다.      

차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집도 없다.     

참고로 빚은 있다. 많이 있다.    


직장만 가지면 만사 행복할 줄 알았더니 너무 순진한 꿈이었나.

좋은 집도 차도 없는데 시간과 체력만 탈탈 털리며 살 일인가.

휴직하겠다고 덜컥 말은 꺼내놨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마음만 점점 초조해져왔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게 공문이 떴다.   

      

전세계가 코로나로 난리인 이 시국에?

목숨 내놓고 가게 생겼구만, 이거.’     

라고 생각했지만 문득

    대학교 시절 꿈이 떠올랐다.    

 

언젠가 외국에 가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라고 발표해서 박수도 받았었는데...     


상상해 버렸다.     

이대로 그저 버티며 살다가

아기를 낳고... 파마 머리를 하고...

다달이 내는 집값 이자에 매여

어디로도 떠나지 못함을 한탄하며 사는 인생을.     

아무래도 그런 삶은 ...

너무나 싫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


이렇게 살다 죽으나

코로나 걸려 죽으나...

죽는 건 똑같다.”         


    !

그렇게 되어 한국어 교사라는 소싯적 꿈을 향해

지원서를 보내고야 말았다.


작가의 이전글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어를 외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