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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일기 Mar 13. 2024

영국 직장인들은 왜 식후 양치질을 안하는걸까?

한달간 회사 화장실에서 혼자서만 양치하다가 깨달은 사실

직장인들은 모두 다 알 것이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이면 양치를 하려는 인파로 화장실이 북새통을 이룬다는 것을. 특히나 여자 화장실은 늘 남자 화장실보다 몇배로 붐빈다. 세면대 하나당 두세 사람이 붙어 있어서, 돌아가며 자칫하면 양칫물을 삼켜버릴뻔한 순간이 되기 직전에서야 비로소 입속의 물을 뱉어낼 수 있다. 그 타이밍을 서로 알아봐주면서 세면대 옆으로 살짝 비켜주는 센스야말로 직장인의 필수 덕목이다. 


하루에 세번 양치를 한다는 것, 이건 정말이지 지극히도 상식적이고 살면서 한번도 의심해보지 못한 루틴이다. 가끔 점심을 먹고 바로 회의를 가야한다든지 하는 피치못할 사정이 생기면 양치를 건너뛰는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나도 찝찝하고 불편해서 일에 집중이 안된다. 내 입에서 혹시라도 나쁜 냄새가 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어서 사람들과 집중해서 대화하기도 어려워진다. 


영국에 와서도 나는 한국에서처럼 내 사물함에 양치도구를 갖다놓았고, 늘 그래왔듯이 점심을 먹자마자 화장실에 가서 양치를 했다. 출근 첫날, 양치를 하는 사람들을 따로 보지 못했는데, 그저 내가 다른 사람들이 양치하는 타이밍과 안맞았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이틀 지나다보니 조금씩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 이외에 다른 사람이 양치하는 모습을 한달이 넘도록 단 한번도 보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가글을 하는 사람 조차도 목격한 적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너무 이상했다. 사실 진작부터 이상했는데 오늘에서야 갑자기 너무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이 번쩍 들어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게 되었다. 


"영국 직장인 양치"

이렇게만 쳤는데 수많은 글들이 뜬다. 그리고 그 글들을 하나 하나 눌러보니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들이 펼쳐진다. 영미권 문화에서는 하루 2번만 양치를 하는 것으로 교육받고 있다고 한다(실제로 영국 National Health Service 홈페이지에도 하루 2번 양치하라고 써있다). 더불어 공중화장실에서 양치하는 것은 남들에게 보여서는 안되는 매우 사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여겨지고 입속의 양칫물을 뱉어내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 실례가 될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홈리스(노숙인)나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영국 NHS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하루 2번 양치" 권고


이럴수가... 침실에서 잠들기 직전까지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문화적 차이다. 그러면 이 사람들은 집에서 나와서 귀가하기 전까지 하루 종일 무엇을 먹든 양치를 안한다는 말인가? 가끔 밖에서 양치할만한 마땅한 장소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게 일상이라니 좀 놀랍다. 워낙 샐러드나 빵으로 간단히 식사를 때우는 문화다보니, 마늘이나 양파를 넣은 음식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와 다른 것일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어떤 음식을 먹는지와는 상관없이 양치를 하지 않는다니.


무엇보다 양칫물을 뱉어내는 것이 실례가 되는 행동이라니... 나는 그것도 모르고 한달 내내 화장실에서 양치를 해오며 그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정 양치를 하고 싶다면 혼자 따로 칸에 들어가서 양치를 하고, 양치하고난 물은 변기에 버려야 한다고 하는 글도 있었다. 그리고 심지어 서양인들은 양칫물도 뱉지 않고 삼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예전에 서양인들은 설거지를 할 때 세제를 푼 물에 담가두었다가 꺼내어 닦는게 전부라는 얘기를 듣고 문화충격을 받았었는데, 하루 2번 양치 문화는 그보다 훨씬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내가 한달 넘게 그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충격이다. 왜 더 일찍 검색해볼 생각을 못했을까.


더불어 나는 한국에서처럼 사무실에 슬리퍼를 가져와서 사무실 안에서는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고 있곤 했는데, 그 또한 서양 문화권에서는 매우 불쾌감을 주는 행동이라고 한다. 신발을 벗는다는 것이 발냄새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라는데, 어쩐지 옆자리 리즈가 내가 부츠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을 때마다 싫어하는것 같다는 왠지모를 느낌이 있더라니. 그래서 요즘엔 리즈가 출근하지 않을 때만 슬리퍼로 갈아신고 있었다. 하루 종일 신발을 신고 있으면 내 발가락들이 어찌나 숨 좀 쉬자고 아우성을 치는지 모른다.  


사람 사는데가 다 똑같은 것 같은데, 또 이렇게 분명하게 다른 점들이 있다. 어쨌든 로마에 왔으니 로마법에 따라야지. 내일부턴 남들이 안보는데서 양치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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