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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일기 Sep 02. 2024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직장인 수험기 Day 2

지난 두달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공부와 내 삶의 다른 부분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드디어 나는 깨끗하게 인정하게 되었다.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것은 여간해서 정말 쉽지 않다. 


시험이 6개월 남았다. 그리고 이제 더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이들어 공부하는 것의 가장 큰 어려움은 멀티플레이가 기본값이라는 것이다. 스물한살 이후로 쭉 인생의 대부분을 일과 공부를 병행해야 하긴 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공부의 효율성, 그러니까 투입 대비 산출이 무척 떨어진다는 것을 체감하면서 이것이 더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을 느낀다. 어찌됐든 일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고,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이 시간을 최대한 잘 써야 한다. 


서점에 책을 한권 주문했다. 오후에 서점 사장님한테 연락을 받았는데, 내가 주문한 책이 품절되었다고 했다. 이미 다른 모든 서점에서 품절이 된 책이었기 때문에, 주문을 취소처리하겠다는 사장님의 말에 다소 실망한 채로 오후를 보냈다. 그리고 조금 늦은 퇴근길 붐비는 버스 안에서 다시 사장님의 연락을 받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딱 한권의 책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내년에 합격하려고 이런 운이 따르나 보다. 운이 따른 만큼 꼭 열심히 해서 합격해요."


사장님의 마지막 한마디가 가슴을 울렸다. 20대에도, 30대에도, 내게 인생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들이 찾아왔었다. 그 기회들은 마지막 문턱에서 번번히 좌절을 맛보고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시험에 합격한다고 해서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뀔거라 기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내 스스로에게 이쯤에서 한번쯤은 이기는 기분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너도, 할수 있다고. 아직 할수 있다고 내 자신을 응원해주고 싶다. 나의 이런 마음은 그 어느때보다도 가장 강한 동기이자 동력이 되고 있다. 


잡념 따위가 들어올 시간이 없다. 오늘도 사람들에게 상처받았던 일, 속상했던 일들은 저 멀리 치워두고. 지금부터 60문제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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