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행복
우울한 행복
높고 긴 담장에 갇힌
저들을 남겨둔 채
좁은 문으로
파란 비가 흐르는 맑은 하늘로
그 모순된 절망의 벽을
탈출하듯 혼자 출소한다.
수용소 철문을 나오면서 ’또 한 주간 이별이구나.‘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이별은 전혀 슬프지 않다. 오히려 행복하다. 정확히 살펴보니 ‘우울한 행복’이다. 매번 그렇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만나서 안쓰러운 이별을 한다. 이런 감정이 강화된다면 만남과 이별에 대한 내 감정과 정서가 평범하지 않게 변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걱정을 한다.
나태주 시인은 “저녁에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 부를 노래 있다는 것.”에 ‘행복 2’라는 제목을 붙여주었다.
나도 수용소에서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지금, 행복하다. 돌아갈 집이 있어서 행복하다. 힘들 때 함께 사목 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 행복하다. 외로울 때 음악을 들으며 산책할 수 있어 행복하다.
여전히 담장 안에 남겨진 영혼들. 저이들은 행복이라는 말에게 어떤 옷을 입혀주고 싶을까? 저 안에 갇혀 있는 영혼들에게 행복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색깔일까?
담장 안에 갇혀 있는 이들을 생각하면 우울한 행복감마저도 내게 사치다. 아니 그들뿐만 아니라 담장밖에서도 입에 담지 못할 만큼 ’처참하고 처절한 행복‘을 감내해야 하는 이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임마누엘 주님과 함께 걷는 이 길. 갇힌 영혼들에게 가는 이 걸음을 양팔을 흔들며 자유롭게 내디딜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가.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과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임마누엘 주님의 나라를 전할 수 있고, 그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이 은총이 얼마는 큰 축복인가.(마태 5, 3-4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