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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나는 강직척추염 환자입니다

"자가면역질환" 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으로부터 몸을 지켜야 할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적으로 오인하여 공격하는 것으로 모든 장기와 조직에 나타날 수 있는 질환들을 통칭하여 부르는 말입니다.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은 류머티스관절염,원형탈모증,건선,1형당뇨병,갑상선항진증,만성갑상선염,백반증,크론병,루푸스,베체트병,강직척추염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병을 앓고 있는 대다수는 원인치료를 하지 못하고 대부분 대증요법으로 증상 완화에만 의지하고 있습니다. 즉 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 처방 등으로 통증을 일순 가라앉히고 염증이 악화되는 것을 어느정도 완화 시키는 것 정도로 유지 한다는 게 이 질환의 1차 치료법입니다.


의료인이 아닌 신분으로 질병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게 전문성을 상실한 채 떠드는 망언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40년 넘게 강직척추염이란 병을 앓아 온 저로서 경험담을 전해 드리고 싶을 뿐임을 밝힙니다.

자가면역질환은 한마디로 참 괴롭습니다. 어떤 병인들 힘들고 괴롭지 않겠습니까만은 이런 종류의 병들은 대부분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고통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럼 대책 없이 다가 온 이 병들에는 그저 당하고만 있어야 할까요? 제 경우를 들어 나름의 대처 방법을 제안해 보겠습니다.


강직성척추염이란?

강직성척추염이라고 하고 강직척추염이라고도 하는 이 병은 전형적인 자가면역질환 중에 한가지입니다.

척추에 염증이 생기고 강직이 생긴다고 해서 강직성척추염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허리나 천장관절 등에서 뻣뻣함과 통증 등이 유발되어 등이나 기타 관절 등에서 비슷한 증상들이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이 또한 근본 치료는 아직까지 없고 비스테로이드성항염제가 대부분 처방되어지고 있습니다. 등이나 허리가 대나무처럼 굳어지는 병이라고 보면 되죠.. 심한 경우는 척추가 크게 변형되어 일상 생활(걷거나 잠자기 등)이 불편한 환자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H대학병원 류마티스 내과에서 전문의 선생님께 30여년 면담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병원에 갈 때마다 척추가 심하게 변형된 환자들을 볼 때가 많아 마음이 참 아프답니다.

다행히 저 경우에는 그렇게 심한 정도가 아니라 외관상으로는 그렇게 표시가 많이 나지는 않지만 스스로 거울이나 자가영상을 볼 때 등이 굽고, 목이 앞으로 빠져 있음을 느낄수 있습니다. 생활하는데 가장 불편한 것은 맨 바닥에 바로 눕기가 힘들고, 잠을 자는 동안 허리나 등이 아파 깰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 포도막염이나 기타 염증성 통증이 간간히 찾아온다는 것이구요. 20대 초반에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고 벌써 40년 가까이 그 병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씀 드렸지만 개인적으로는 슬픈 히스토리를 내내 쓰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 병 때문에 모든 삶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지금부터 제가 나름대로 대처해 온 방법과 생각들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1. 긍정적인 마인드가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질병이든 마음이 굴복 당하면 이겨내기 힘듭니다. 암(癌)과 같은 생명을 담보로 해야 하는 질병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 종류의 병과는 다른게 자가면역질환입니다. 물론 심한 경우 수명이 단축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증상만 있지 당장 죽을 병은 아닙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명을 위협하는 병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일반인처럼 살자라는 것입니다. 이런 병에 걸렸다고 일반인이 아니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그 병에 휘둘려 살지는 말자라는 것이죠. 증상을 악화시키는 나쁜 습관(음주,흡연 등)들은 멀리 하는게 당연히 좋겠지만 그 외의 생활방식은 나이에 맞게 평범히 맞춰 가면서 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강하고 담대하게.. 나는 이 병과 친구 삼아 사이좋게 지내면서 살겠다. 내 할 일 다 하면서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도 좋다. 비관하거나 좌절하지 않겠다... 오히려 언젠가는 모든 증상들을 홀연히 잊게 될 그 날을 기대하며 살겠다.. 라고 말이죠.

그러다 보면 정말 내가 그런 병에 걸린 사람인가? 스스로 모른 채 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겁니다. 정도가 심한 환우(患友)들에게는 송구한 말이 될지 모르겠지만 제 경우에는 힘들어하고 살기 싫다고 읊조릴 때 보다

긍정 마인드로 살 때가 훨씬 통증도 못느끼고 활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마음이 몸을 지배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명상이나 기도와 같은 생활을 통해 마음을 다스려 보세요.


2. 운동은 필수입니다.

저는 걷거나 뛰는 운동을 좋아합니다. 족저근막염 때문에 가끔씩 쉬는 경우도 있지만 왠만하면 아침에 러닝과 걷기를 합니다. 여건이 안될 경우에는 실내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춥지 않으면 실외 자전거도 자주 애용합니다. 사람이 행복할 때가 여러 여건에서 있겠지만 저는 걸을 때나 뛸 수 있을 때 너무 좋습니다.

<Born to Run> 이라는 책에서 크리스토퍼 맥두걸이라는 작자는 ""인간은 달리기 위해서 태어났다"라고 말합니다.

비단 러닝은 아닐지라도 자기에게 맞는 운동을 찾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강직척추염 환자에게는 요가나 수영, 스트레칭이 좋다고 합니다. 네발걷기도 한번 시도해 보세요. 근력운동도 되고 척추교정에도 도움이 됩니다. 맨발 걷기도 좋은데 저는 겨울 시즌에는 하지 못하고 따뜻한 날씨에는 간간히 하는 편입니다.


3. 한의원 침 치료를 권합니다.

당연히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약을 복용해야겠지요? 저는 소염진통제를 수십년 먹었습니다. 동시에 역류성식도염, 위염 등을 달고 살았습니다. 제산제 같은 양약을 너무 오랫동안 복용하다 보니 역류성식도염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통소염제의 부작용이지요.

침 치료를 꾸준히 받아보세요. 제 경우에는 많은 효과를 보았습니다. 소염제의 복용도 많이 줄었구요. 지금은 거의 양약을 먹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속쓰림 증상은 한약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양방과 한방을 비교해서 말씀 드리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증상에 맞게 치료하되 장기적으로는 한방의 침 치료 정도는 병행해 보시는게 좋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참고로 저 같은 경우는 희귀난치병코드가 주어지기에 한의원에서 저렴하게 침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4. 폼롤러를 잘 활용해 보세요.

폼롤러는 운동선수들도 애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근육을 풀어주거나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키고 부분 통증을 줄여 주는데 상당한 효과를 보입니다.

지름 사이즈가 약 15cm 되는 얇고 소프트한 폼롤러를 추천합니다. 너무 두껍고 하드한 재질은 척추 변형된 조직에 무리가 될 수 있습니다.


5. 목욕탕을 애용하세요.

체온을 1도만 올리면 만병이 치료된다는 말도 있듯이 몸의 체온이 낮아짐은 여러 질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체온을 올리기 가장 좋은 방법이 목욕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시로 대중목욕탕을 갑니다. 10장 정도의 쿠폰을 사서 목욕비도 절약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무조건 목욕탕을 갑니다. 때밀이 타울로 때도 밀고, 사우나도 들어가고,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하다 보면 1시간 정도는 금방 지나가죠. 제가 사는 강화도는 옛날 목욕탕 정서가 그대로 남아있어 시설은 그다지 좋다고 보긴 어렵지만 열탕 온도가 적절하여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애용합니다. 끝나고 나오면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자동차 창문을 열고 운전할 정도이지요.


혹시 저와 같은 종류의 질병을 경험하고 계신 분들이 실천하시는 비법들이 많이 있겠지만 저는 위 5가지 정도로 어느정도 감수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회노애락을 겪으면서 살죠. 그 중에서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이 만성질환일 것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치료와 통증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삶의 의욕마저 상실케 하기도 하죠.

하지만 본인이 원치 않는 삶의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 않나요? 그럴 때마다 그냥 포기하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무너져 내리면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창조주께 너무 죄송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그 신을 원망하고 저주할 뿐인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저는 20대 한창 나이에 강직척추염을 만나 몇년동안 원인도 모른채 통증에 시달리다가 겨우 알게 된 병명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완치는 불가능하다는 현대의학 앞에서 어쩌면 세상 원망만 하다가 제 인생을 망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나이가 40대 후반쯤 접어들면서 앞서 말씀드린 나름의 방법들을 실천해 나가면서 조금씩 희망이라는 단어를 움켜 잡았습니다. 우리 나이로 60세에 접어든 지금 당연히 통증과 씨름은 하고 있지만 적어도 그 병 때문에 삶이 지겹거나 괴롭지는 않음을 자신합니다.

비단 자가면역질환자나 강직척추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한테만 국한해서 말씀 드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역시 건강이 가장 큰 재산이라는 불변의 진리를 늘 잊지 말고 사시길 당부드리면서, 힘 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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