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요즘 울어본 적이 있으시나요?

어른의 눈물은...

얼마 전 아내와 가정예배(성경말씀 나눔)을 드리다가 기도 중에 갑자기 눈물이 터졌습니다. 가끔 회개의 눈물을 흘릴 때가 있지만 그 날의 울음은 도저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격정적(?)이었고 길게 이어졌습니다.

한동안 어떤 사람으로 인하여 마음 상하고 아픈 날들이 많았는데 그 상한 마음을 하나님께서 살짝 터치 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나중에서야 들더군요.


물론 저는 그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향한 미움과 저주의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짐을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는 마음의 발로였음을요..

아내는 묵묵히 그 기도를 끝까지 들어주고 함께 해 주었고, 무심히 휴지를 건네줌으로 다소 민망한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눈물의 기도를 드리고 난 후 제 마음 속에 놀라운 빛이 찾아 왔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뭐라고 할까요? 미움과 원망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입니다. 불과 몇 분 전 가졌던 그 악한 생각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이해와 배려의 마음으로 완전히 바뀌어 버린거죠.

눈물의 기도가 저를 일순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 이후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한건 아니지만 한동안 저는 행복했습니다.

마음의 짐을 다 내려놓은 것 처럼 살았으니까요..


우리는 종종 웃음의 가치와 효과에 대한 말들을 많이 듣습니다.

한 번 웃는 것만으로 수명을 몇 분 연장한다고 하고, 심지어 거짓 웃음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는 둥.. 많이 웃고 살라고 사방에서 외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들이 잘 웃지 않아서 그렇게 웃음 전도사들이 많겠지요?

그런데 우리 나라 사람들이 웃는 것만 잘 안하는 게 아니라 우는 것도 잘 안하지요?

그 만큼 표현에 인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삶이 그 만큼 힘들고 여유가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아이들은 참 잘 웃고 잘 웁니다. 청소년기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감정에 솔직한 편이죠. 남자 보단 여자가 훨씬 더 감성파이구요.. 제일 무뚝뚝하고 재미 없는 층이 아무래도 장년 이상의 남성들일 것입니다. 저 또한 그 부류의 한 사람이구요.


그런데 그런 한 남자가 와이프를 옆에 두고 기도 중에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그 울음의 동기는 무엇일까요?

이제 여성 호르몬이 역전해서 분출되기 때문일까요? 아님 나의 죄를 들추시고 회개하게 만드시는 하나님 때문일까요?

어떤 이유에서든 저는 미워하던 마음과 온갖 욕설에 난무하던 입술이 제법 온화하고 유순한 말투로 바뀌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건 분명 눈물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계속 억지 웃음만 지어내고 살았으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많이 웃고 삽시다. 그리고 힘들고 지칠 때, 울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마음껏 울기도 합시다.

어른이라고 해서, 남자라고 해서 울고 싶은데 참기만 하면 병 됩니다.

차라리 골방에 들어가서 목청껏 울어 버리는게 내 속에 있는 감정 쓰레기들을 청소하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릅니다.


"마음난독증" 이라고 자기 마음이 어떤지도 모르고 자기 감정조차 모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있습니다.

화병도 원인이 될 수 있고, 인생을 평생 전투적으로만 살았던 사람에게 붙여질 수 있는 마음질환일 것입니다.

저는 그 치료법이 일단 한번 울어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평생 흘려본 눈물의 양보다 더 많은 눈물을 쏟아내며 내면의 상처를 그 눈물로 소독하고 씻어내 보길 바랍니다.

그러고 나면 거짓말처럼 기분이 상쾌해지고 가슴이 뻥 트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는 남자는 아름다울 수도 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