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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피네올리브 May 20. 2020

강진맛집, 병영 수인관에서

한정식 불고기백반 한상차림의 호사

"허참 그 양반들 여기를 못 찾고 강진에서 헤매고 있다고 하네" 하고 이도령이 기 막혀 혀를 찰 때도, 꽃피네올리브는 강진맛집이라고 소문난 병영 수인관에서, 한정식 불고기백반 한상차림의 호사를 기대하면서 먼저 나온 샐러드와 수정과 맛보기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며칠 전부터 이도령은 자기가 잘 아는 곳이 있는데 5월 11일 날은 점심을 먹으러 꼭 강진 병영에 가자고 하였다. 종호씨에게 스프레이 건을  빌려서 페인트 칠을 했는데 인사치레로 점심을 대접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강진 병영의 맛집들은 죄다 돼지불고기, 연탄불고기 구이를 주 메뉴로, 한정식 불고기백반, 일인당 만원씩, 3인 기준의 한상차림을 하는데 한두 사람만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꽃피네올리브도 꼽사리 끼어서 이런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수정과와 샐러드 게다가 대낮에 촛불까지~, 퓨전인가 생각했다!

의자에 앉자 테이블 위의 촛불이 주둥아리를 내밀면서 살짝 날름거렸다. 수정과 맛이야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디를 가도 거의 대동소이하고 퓨전 스타일로 나온 샐러드도 흔한 것이어서 한정식에 웬 샐러드?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2020. 5. 11일 11시 30분
이도령은 종호 씨에게 강진 병영면에 있는 수인관에서 12시에 만나자고 콜을 때렸는데, 해남에서 강진을 넘어, 아름다운 벚꽃길을 지나 병영 수인관까지 제시간에 도착하려면 사정없이 밟아야 했다.


강진읍, 앞에 보이는 산을 넘어가면 병영~ 이른 봄이면 아름다운 벗꽃길 드라이브 코스~

12시경, 시간 맞춰 도착한 강진맛집이라는 병영 수인관은 병영 장터에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푸른 하늘과 갈색지붕의 용마루가 선명한 경계를 이루고, 그 아래 수인관이라는 간판을 가릴 듯 말 듯 야자종려의 이국적인 이파리가 하늘거렸다.
 

야자종려 이파리가 하늘하늘~ 강진 병영 수인관 불고기백반 한식당

용마루 측면을 바로 보이게끔 하고 옆면에 출입구를 내는 집은 생전 처음 보았다. 원래, 누구나 옆구리는 잘 안 보여주는데 말이다.


귀여운 공쥬와 좀 띨한 삼식이라면
"공쥬야 너 저 용마루처럼 옆구리 남에게 함부로 보여주면 안 된day!"
"저게 멀 잘 몬 쳐문나! 보여주고 싶어도 보여 줄 사람이가 없눈뎅 염장을 꼭꼭 지른다니깐!" 방방 뛰었을 것이다


현관에 들어서니 왼쪽 벽면에 커다랗게 강진 병영에 대한 옛 기록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고,


입구는 평범하다. 입구에 화분들이 있어 특별하였다.

우리의 오늘 목적은 무엇이었던가? 목적에 충실하자! 일단은 뱃가죽이 등짝에 붙었으니, 벽면을 가득 차지한 옛사람들의 발자취는 나중에 배가 차 눈이 트이면은 보기로 하였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니던가


상장 가득, 입식 홀

수정과 머신을 돌아 들어서니, 맨 앞 왼쪽 테이블을 제외하고는 전부 만석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여기 한적한 시골 음식점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 문D 썩어 빠질 코로나 19를 누구도 개으치 않았다.


수인관 계산대

수인관 계산대에는 온통 상장과 자격증 등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었다. 수많은 액자들로 치장한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 맛이 없어도 맛이 없다고 솔직하게 포스팅을 하기가 버거웠을 분위기였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촌스러운 분위기는 별로였지만, 아무튼 분위기로 1점 먼저 먹고 가는거지 머~


차림표

삼식아 공쥬야 보았느냐? 3인분 한상차림이니까 2명이 가서 먹어도 3만원은 내야 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반찬이 어마 무지하게 나오거들랑. 더군다나 남은 음식물은 버린다고 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2만원 가지고는 수지타산이 맞기에는 턱도 없을 터


윈산지 표시판

원산지 표시판에는 주메뉴인 돼지고기가 국산과 독일산 두 개로 표시되어 있어 의아하게 생각되었다. 우리가 시방 먹는 것이 독일산이여? 아니면 신토불이 국산인 것이여?
나머지 메뉴의 원산지 표시는 잘 되어 있었다. 이 시골에서 이 정도 원산지 표시면 감지덕지하다.

오늘은 바깥 온도 26도, 겨울이라면 포근하게 다가 올 연탄불의 따스함이 이상하게도 이질감이 느껴지고, 갑자기 머리 위에서 태양불이 작열하듯이 뜨거워졌다.


연탄화덕 및 환풍구

'보고 자시고, 생각할 필요가 필요가 머 있어?  날 더운데'~ 말끔한 연탄 화덕과 깨끗한 연통 환풍시설이 "안심하고 돼지불고기 잡숴도 돼" 하고 귀띔을 하는 듯했다.


샐러드와 수정과를 다 해 치웠는데도 온다던 종호씨는 나타나지 않아서 뒤쪽으로 뺑돌아 가 보니, 일명 개구멍처럼 뒷문이 있었고, 이 집 단골들만이 알고 있는 전용 통행로인 듯, 비좁은 터널 같은 골목길이 이어져 있었는데 아주 깨끗하였다.  


뒷문. 뒷골목

주방이 홀과 커다란 룸 사이에 있었고 밖에서도 잘 보였다. 한눈에 봐도 위생적으로 깨끗해 보였다. 사실 요즘은 시골에서도 위생관념 하나는 도시 못지 않다. 치열한 경쟁이 시골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법, 살아남으려면 그만큼 손님들의 눈높이에 부응해야 하는 것이다.
 
오! 이 것은 이도령이 늘 말하던 방송을 탔다는 인증샷~ 인증액자 되시겠다. 그런 액자가 두 개나 걸려 있었다.


방송탔다! 인증용 액자

홀 벽면에는 액자들이 6시 내 고향과 무한지대에 방송 탔다고, "여기 맛집이야" 하고 어필하는데 솔직히 꽃피네올리브는 무한지대라는 티비 방송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나 알고 보면 골동품에, 완존 촌놈이야! ㅋㅋ



식사개시!


3인 기준, 3만원 일인당 만원 한정식을 찾아서! 강진 병영 수인관 불고기백반 한상차림 비됴!~

음악 깔앗! 정신없이 먹어 치우는 기닷!

드디어 종호씨 일행이 도착하였다! 날레날레 상차리더라고! 우멩 이렇게 찾기 쉬운 데를 놔두고 뺑뺑 헤매었다니 참으로 존경스럽소! 그냥 강진 병영장터에서 수인관 찾으면 된다니깐!

이윽고 카트에 실려 음식들이 나왔는데 상 위에 차려놓고 보니 한 가득이다. 4인용 테이블이 좁게 여겨질 정도로 가득가득 불고기백반과 그에 딸린 반찬들이 나왔다.  


온통 청자에 담긴 한상차림. 이런 접시 상차림 받아 보았는가?

어떠한가? 1인분에 만원씩 총 4인이니 4만원, 이 정도면 4만원 가치는 되지 않겠는가? 강진맛집, 병영 수인관에서의 한정식, 연탄 불고기백반 한상차림의 호사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먹는 호사, 보는 호사, 정담을 나누는 호사가 시작되었다.

눈썰미 좋은 양반들은 도시의 다른 한식집과 다른 이 집만의 특징을 금방 알아차리고 그 호사를 느긋하게 즐길 것이다.


상차림을 조목조목 살펴보면, 제일 왼쪽 위가 이 집과 병영 이 지역 다른 경쟁자들의 주요 메뉴인 연탄에 구운 돼지불고기이다. 계피, 천궁, 감초, 솔잎 등, 십여 가지 한약재로 만든 특별한 양념장에 재워 맛을 낸 특허받은 연탄 돼지불고기 되시겠다! 과연 돼지 특유의 잡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돼지불고기. 게볶음, 홍어, 떡, 편육 등

연탄구이라고들 하지만 먹어보니 연탄구이는 아니고, 연탄불에 그을린 듯한, 마치 김을 들인 듯 연탄불 맛 냄새가 났다. 돼지 불고기를 주방에서 일차로 조리를 한 다음, 연탄불에 마지막으로 살짝 구운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탄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고기를 연탄불 위에 구워 먹으면, 아무리 잘 구워도 탄 부분은 생기게 되기 마련이어서 탄 부분은 가위로 일일이 잘라내고 먹었던 옛날 기억들이 불현듯 떠 올랐다.

홍어도 4점, 돼지머리고기 편육 4점, 떡도 4개, 조기도 4미, 미니 족도 4점,   


조기구이, 미니족발, 메밀국수

4명이니까 싸우지들 말고, 딱 1점씩 맛보라고 4개씩 나왔는 모양이다. 위 제일 우측은 메밀국수인데 초가 들어가 있어서 새콤달콤 하였다.  

메밀국수는 종호씨와 꽃피네올리브가 거의 다 해치웠다. 인원수에 맞게 나오는 이런 한상차림의 조기는 무조건 정량이 한 마리씩이니 늦게 먹어도 빼앗길리는 없을 터, 우선 메밀국수에 부지런히 젓가락을 옮겼다.

떡을 깨물으니 아주 부드러웠다.  메밀국수를 맛 본 뒤라 더욱더 달게 느껴졌다. 시금치나물과 애호박은 싱거웠고, 떡은 달았고, 갈치젓과 토하젓은 약간 짰다.

이렇듯 백반 한상차림의 반찬들은 갖가지 다른 맛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여러 가지 반찬들을 다 맛볼 수가 있다. 짠 것을 먹었으면 그다음은 싱거운 것을 집어 먹게 마련인 것이다.

새콤달콤 메밀국수 한번 집어 먹고, 게볶음도 먹어보고 주꾸미를 초장에 찍어 먹고, 입가심으로 달콤한 떡 한입 먹고, 족발 먹고 느끼하니까 갈치젓과 토하젓에 손이 가고, 짜니깐 바로 애호박과 시금치나물을 찾게 되고, 돼지불고기 상추에 쌈 싸 먹고 밥 먹고 된장국 들이키고… 모두들 손과 입이 바빴다.  


돼지불고기 상추쌈. 미니족발

돼지불고기를 상추 쌈 해서 입으로 직행, 족발도 갈치젓 얹어 한 볼때기 하였다.

종호씨의 말에 의하면 이 근처에는 돼지 불고기백반 맛집들이 상당수 있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단돈 만원 정도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 나온다고 한다. 누군가 처음 돼지불백을 했는데 잘 되니까 여러 집들이 따라 하게 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늘의 성적표!
아래와 같다. 거나하게 잘 먹었다.


왼쪽 우리 성적표, 오른쪽 룸 손님들 성적표

커다란 룸 손님들도 왁자지껄~ 절반 정도는 떠나고 절반 정도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술이 들어가서 기분이 좋은지 멀리까지 웃음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손님이 많고 적고는 이런 좌식 룸이 있는 식당들은 벗어놓은 신발 켤레수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어지러운 신발들, 편안함!

아무렇게나 바닥에 벗어 놓은 신발들, 자세히 보니 각양각색이다. 실내화와 운동화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온 듯 보였다.

손님들은 주로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분들이 많았으나 근처 젊은이들, 양복 입은 양반들이 섞여 있었다. 남녀노소 전 연령대가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그런 식당이었다.


외부 화장실, 주차창, 텅빈 병영장터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장터만 덩그러니~ 사방팔방이 주차장이었다. 사진의 위 왼쪽은 이 집 식당의 화장실로 바깥에 따로 위치해 있었다.

꽃피네올리브가 앞에서 언급한 '눈썰미가 좋은 양반들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라는 또 하나의 호사가 무엇이었을까? 강진은 예로부터 청자의 고장이다. 밥그릇과 된장국 뚝배기를 제외하고는 수인관의 그릇들은 모두 은은한 청자였다!

자리에 착석하자마자 서비스로 나온 샐러드 접시도, 촛불을 담았던 화로 같은 특이한 그릇도, 조기며 족발도, 시금치도, 김치도, 가지가지 반찬들 그릇 모두가 일반식당에서는 보기 드문 청자였다.  

며칠이 지났지만, 강진맛집, 병영 수인관에서의 한정식, 불고기백반 한상차림의 호사 중, 기억에 남는 가장 큰 호사는 바로, 음식이 담겨 있는 은은한 비취빛 청자그릇에  바삐 숟가락, 젓가락을 달그락거리는 것이었다. 이 한적한 시골 장터에서 고급 한정식 식당에서나 나올 법한 청자그릇에 담긴, 시고, 달고, 짜고, 맵고,~ 여러 음식들은 드문 호사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청자그릇에 나온 음식들, 강진 병영 수인관


꽃피네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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