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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Jun 17. 2024

초록의 시간 780 호박꽃도 꽃입니다만

엄마는 시큰둥

호박꽃도 분명

예쁜 노랑꽃인데요

엄마는 시큰둥~

호박꽃을 노룩패스 하시는 엄마

엄마는 호박꽃이 별로이신가 봅니다

엄마님은 호박꽃을 싫다고 하셨어~

노래라도 불러야 할 순간입니다


오늘 엄마의 스카프는

호박꽃 노랑보다 연한 노랑인데요

호박꽃이 엄마 스카프랑 비슷한

예쁜 노랑이라고 해도

흥칫뿡~ 여전히 시큰둥이십니다


엄마 엄마

저기 저 호박꽃은 무슨 색?

노랑이라고 마지못해 짧은 대답

엄마 스카프 무슨 색?

분명 연노랑 스카프인데

하양이라고 하십니다


엄마 혹시 색맹이신가

아니면 색약이신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푸훗 웃고 맙니다


사람의 눈으로 구별할 수 있는 색이

자그마치 1만 7천 여 가지라는데

그 많은 색깔 중 빨강 파랑 초록

세 가지 색의 이런저런 만남과 

조합에 따른 갖가지 색을

우리 뇌가 구분한다고 하는데요


과학은 잘 몰라서

쓸데없이 아는 척하다

무식이 들통날 수도 있으나

빛에 따라 색이 다르게 보이는

연색성의 원리라는 것도 있다고 해요


형광등 불빛 아래서 볼 때

그리고 햇빛 아래서 볼 때

같은 색이라도

색감이 달라진다고 하니까요

여름볕 너무나 눈부시니

연노랑이나 하양이나

거기서 거기~


얼마 전 있었던

블래&화이트 모임이 생각나

또 피식 웃고 맙니다

나는 분명 블랙 줄무늬를 입었는데

동생이 오류라고 지적질을 했거든요

진한 네이비인데 무슨 블랙이냐고.

그래서 내가 혹시 색맹인가

고개를 갸웃거렸죠


내 눈엔 분명 블랙인데

동생이 자꾸 네이비랍니다

밝은 불빛 아래서는

블랙과 진한 네이비가

별 차이 없이 거기서 거기~


저마다의 경험에 따라

같은 색도 다르게 보인다

착시 현상도 있으니

엄마는 노랑 호박꽃보다

하양 스카프가 좋으셨던 거고

나는 진한 네이비라도

그냥 블랙으로 보고 싶었던 것으로

얼렁뚱땅 대충 정리합니다


어렵기만 한

과학적 상식을 훌쩍 떠나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내가 보고픈 대로 보면서

내가 좋으면 그만인 거라고

쿨하게 셀프 정리~


그러니까

모전녀전 맞습니다

색맹이나 색약이  아니라

햇살이 눈부시게 환하고

불빛이 눈부시게 밝아서

비슷한 색이 거기서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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