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80 호박꽃도 꽃입니다만
엄마는 시큰둥
호박꽃도 분명
예쁜 노랑꽃인데요
울 엄마는 시큰둥~
호박꽃을 노룩패스 하시는 엄마
엄마는 호박꽃이 별로이신가 봅니다
엄마님은 호박꽃을 싫다고 하셨어~
노래라도 불러야 할 순간입니다
오늘 엄마의 스카프는
호박꽃 노랑보다 연한 노랑인데요
호박꽃이 엄마 스카프랑 비슷한
예쁜 노랑이라고 해도
흥칫뿡~ 여전히 시큰둥이십니다
엄마 엄마
저기 저 호박꽃은 무슨 색?
노랑이라고 마지못해 짧은 대답
엄마 스카프 무슨 색?
분명 연노랑 스카프인데
하양이라고 하십니다
울 엄마 혹시 색맹이신가
아니면 색약이신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푸훗 웃고 맙니다
사람의 눈으로 구별할 수 있는 색이
자그마치 1만 7천 여 가지라는데
그 많은 색깔 중 빨강 파랑 초록
세 가지 색의 이런저런 만남과
조합에 따른 갖가지 색을
우리 뇌가 구분한다고 하는데요
과학은 잘 몰라서
쓸데없이 아는 척하다
무식이 들통날 수도 있으나
빛에 따라 색이 다르게 보이는
연색성의 원리라는 것도 있다고 해요
형광등 불빛 아래서 볼 때
그리고 햇빛 아래서 볼 때
똑같은 색이라도
색감이 달라진다고 하니까요
여름볕 너무나 눈부시니
연노랑이나 하양이나
거기서 거기~
얼마 전 있었던
블래&화이트 모임이 생각나
또 피식 웃고 맙니다
나는 분명 블랙 줄무늬를 입었는데
동생이 오류라고 지적질을 했거든요
진한 네이비인데 무슨 블랙이냐고.
그래서 내가 혹시 색맹인가
고개를 갸웃거렸죠
내 눈엔 분명 블랙인데
동생이 자꾸 네이비랍니다
밝은 불빛 아래서는
블랙과 진한 네이비가
별 차이 없이 거기서 거기~
저마다의 경험에 따라
같은 색도 다르게 보인다는
착시 현상도 있으니
엄마는 노랑 호박꽃보다
하양 스카프가 좋으셨던 거고
나는 진한 네이비라도
그냥 블랙으로 보고 싶었던 것으로
얼렁뚱땅 대충 정리합니다
어렵기만 한
과학적 상식을 훌쩍 떠나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내가 보고픈 대로 보면서
내가 좋으면 그만인 거라고
쿨하게 셀프 정리~
그러니까
모전녀전 맞습니다
색맹이나 색약이 아니라
햇살이 눈부시게 환하고
불빛이 눈부시게 밝아서
비슷한 색이 다 거기서 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