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
거기에 공중전
그리고 계단전까지
사는 동안 겪고 견뎌야 하는 일들이
가지가지 참 많습니다
요즘 동네 아파트 여기저기서
엘리베이터 교체공사가 한창인데요
교체 축하 플래카드까지
바람에 펄럭펄럭 나부끼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계단전을 겪어야 할
입주민들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얼마 전 엄마네 아파트도
엘리베이터 교체공사를 하는 바람에
한달 반 정도를 몹시 힘들고 불편하게
계단을 이용해야 했거든요
이웃에 사는 나도
몇 번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중간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기도 했어요
쉬어가는 의자가 고마워서
그때 생각했었죠
나도 누군가를 위해 한번이라도
쉬어가는 의자가 되었을까
되어준 적이 있을까
고개를 가로저으며
또 생각했어요
누군가를 위해 나도
쉬어가는 의자가 되고 싶다
한 번이라도 되어보고 싶다~고
친구님네 아파트 엘리베이터도
바로 어제 교체공사가 끝나고
드디어 운행을 시작했다며
기쁨의 환호를 펄럭입니다
엘베를 타는 순간 감격에 겨워
펑 눈물 날 뻔했다는군요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새삼 고맙고
그간 고통과 힘듦이
한순간 밀려왔었나 봐요
당분간 계단은
쳐다보지도 않겠다네요
오른쪽 발목 인대가 늘어나
의사 선생님이 심한 운동을 했었나 물어
계단을 한 달 넘게 오르락내리락했다니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다가
공주처럼 하고 계시라~
인심 좋게 덧붙이시더랍니다
개구쟁이 배꼬비의
축하 문자 플래카드도
즐겁게 나부낍니다
*경축*
고생 끝 행복 시작
공주님 등극에 감축드립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쉬어가는 의자 하나 되어준다면
이 겨울이 따스하게 여물고
여유롭게 깊어갈 것 같아요
기쁨의 선물과도 같은
오늘 하루
쉬어가는 의자에 앉아
무조건 마음을 쉬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