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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Dec 04. 2024

초록의 시간 881 쉬어가는 의자

기쁨의 선물

산전수전

거기에 공중전

그리고 계단전까지

사는 동안 겪고 견뎌야 하는 일들이

가지가지 참 많습니다


요즘 동네 아파트 여기저기서

엘리베이터 교체공사가 한창인데요 

교체 축하 플래카드까지 

바람에 펄럭펄럭 나부끼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계단전을 겪어야 할

입주민들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얼마 전 엄마네 아파트도 

엘리베이터 교체공사를 하는 바람에

한달 정도를 몹시 힘들고 불편하게

계단을 이용해야 했거든요


이웃에 사는 나도

몇 번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중간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기도 했어요


쉬어가는 의자가 고마워서

그때 생각했었죠

나도 누군가를 위해 한번이라도

쉬어가는 의자가 되었을까

되어준 적이 있을까


고개를 가로저으며

또 생각했어요

누군가를 위해 나도

쉬어가는 의자가 되고 싶다

한 번이라도 되어보고 싶다~고


친구님네 아파트 엘리베이터도

바로 어제 교체공사가 끝나고

드디어 운행을 시작했다며

기쁨의 환호를 펄럭입니다


엘베를 타는 순간 감격에 겨워

눈물 날 뻔했다는군요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새삼 고맙고

그간 고통과 힘듦이 

한순간 밀려왔었나 봐요


당분간 계단은

쳐다보지도 않겠다네요

오른쪽 발목 인대가 늘어나

의사 선생님이 심한 운동을 했었나 물어

계단을 한 달 넘게 오르락내리락했다니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다가

공주처럼 하고 계시라~

인심 좋게 덧붙이시더랍니다


개구쟁이 배꼬비의

축하 문자 플래카드도

즐겁게 나부낍니다

*경축*

고생 끝 행복 시작

공주님 등극에 감축드립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쉬어가는 의자 하나 되어준다면

이 겨울이 따스하게 여물고

여유롭게 깊어갈 것 같아요


기쁨의 선물과도 같은

오늘 하루

쉬어가는 의자에 앉아

무조건 마음을 쉬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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