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과를 졸업한 여자 주인공은 자전거 수리점을 하는 남편과 살고 있다. 오후에 남편과 협의하여 헬스클럽에 다니면서. 우연히 본인의 운동자세에 조언을 한 남자와 친해져 운동 시간이 겹치는 날엔 둘이서 카페에 간다. 이곳에서 남자는 취미로 모은 - 영어로 쓰인 - 빈티지 엽서의 해석을 여자 주인공에게 부탁한다. 이런 일이 잦아지자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말이 나오고, 둘은 더 이상 이런 만남을 가지지 않는다. 마음에 닿은 문장을 옮겨 본다.
그녀에게 시간은 모든 걸 흔적도 없이 지우는 무언가에 가까웠다. / 이십 대 초반에 군대를 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다. 시간은 어차피 지우개이긴 하다. 그 기간에 사회에 머무는 친구들은 볼펜으로 흔적을 남기고, 군대에 있는 친구들에게는 볼펜 대신 수많은 연필이 주어지는 거라고. 한편, 연필은 지워도 흔적이 남으니까 번지는 것이 그림에 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된 건 사소한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그걸 알아야 해요. / <스토너>가 생각 나는 대목이다. 그동안 읽은 수십 장의 빈티지 엽서들은 대단한 용기의 연장선일까? 사소한 용기의 연장선일까? 당신은 지금 어떤 빈티지 엽서를 쓰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