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고독이라는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단물은 이미 빠질 대로 빠진 상태였고, 연신 이빨로 껌을 자국 내며 턱이 아프게 관절을 움직이고 있었다. 뱉으면 되지 않을까 스스로 생각했는데, 관성에 의해 의지가 금방 연기처럼 소실되는 듯 했다. 그녀에게는 껌을 뱉는 행위조차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그렇게 사는대로 생각한다는 그 남루함에 또 한 번 스스로의 생에 관한 고찰이라는 라이터로부터 연민의 불꽃을 키었다.
두둥실 떠오른 채 정리되지 않는 마음은 역으로 신체를 무겁게 한다. 이럴 때 오히려 움직이는 것이 그녀에게 조금이나마 남은 하루에 활기라는 물감을 쏟아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왠지 자꾸만 쏟기가 꺼려진다. 쏟는다는 건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확신 없이는 그런 엎지름에 있어 본능적인 움츠림을 맞닥뜨리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결국 그녀는 해낸다. 해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지만, 사실은 예전 같으면 그냥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의욕이 저하될 때 쉼을 건네야 할지, 몸을 움직이며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줘야 할 지는 매번 갈등이 있다. 다만 확실한건 잠을 잘 자야 한다. 그것이 그녀의 몸에 대한 예의이고 내일에 대한 성의인 것을. 그러고 나니 껌은 언제 뱉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이윽고 다음 기회엔 껌을 즉각적으로 뱉어야 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