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쌓여 있던 새벽 속에
깊은 지반 너머 용솟음에
마침내 흙구덩이를 꺼내어
입맞춘 샘은
볕으로 달구어진 여름길
오아시스 건너 움튼
한 마을처럼 날 깨웠지
그렇게도
보고싶었던
알고싶었던
결코 숨고 싶지 않았던
애걸하는 눈썹
부딪히려 하는 콧날
사랑을 받아들이는 귓가
야트막한 볼
근데 어쩌지,
입이 그려지지 않아
너에게 꼭 전해야 할 말들을
결국 또 이렇게 글로만 전달하게 되었어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나는 신중한 글을 더 좋아하지만
너는 바로바로 나눌 수 있는 말을 더 좋아할 때가 많기 때문이야
그래도 일단은
조만간 만나게 될 널
가장 아늑하면서도
여름의 초입새 새어드는 바람으로
표정을 적실 수 있는
그런 자리에 묵게 할 테야
그러고는
나의 입의 되어줄 너의 숨소리를 이웃 삼아
이다지도 서툰 변주를 시작할 것이고
그러한 음률은
달콤하고 화려하고 신나면서 아련하게 슬퍼지는
샘으로부터 온 시원한 한 잔의 시
선율로 귓가도 마저 적신 후엔
네가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몸이 터질 세라 꼭 끌어안겠지
그러므로,
준비한
얼음 동동 띄운
한 잔 시를 너에게.
벌컥벌컥 마시는 너
청정한 기쁨 속의 나
문득 너의 손을 잡아채고
힘껏 달려나가고 싶어
너를 바라보며
숨이 차게 뛰노는 우리의 마음에서
나는 그치 그치, 하며 이야기했던
겹겹이 쌓인 쪽빛 새벽속에
맑아진 머릿속의 눈부심으로
오늘의 안부를 건넬게
아, 제목은
여름날, 한 잔 시를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