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철 -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덕후란?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것을 수집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 이 책은 그런 영화 덕후들을 위한 입문서다. 다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감독과 배우부터 요즘 세대에게는 익숙지 않은 감독과 배우까지 폭넓게 다뤘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감독별로 챕터를 나눠 필모를 훑는다는 것이었다. 좋아하면서도 잘 몰랐던 그들의 성장기를 이렇게 정리해서 보니 그들과 한층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내가 놓친 그들의 오래전-무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었던-영화를 한번 보고 싶어진다. 이렇게 덕후는 한 단계 성장한다.
감독들에게는 저마다의 세계관이 있다. 그 세계관은 감독의 필모를 따라 구체화되거나 변화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고라에다 히로카즈는 "사람을 속이려는 정부에 대해서, 옳지 못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계속 발언할 것"이라고 말했고, 그리스 출신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인간의 운명이란 신의 설계해놓은 질서를 그대로 따라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믿으며,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무려 열세 번이나 초청받은 켄 로치는 잔인하고 처참한 상황에 집중하며 "세상은 더 나빠진다"고, 희망이란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에게 영화를 찍는다는 건 그런 자신의 믿음을 평생에 걸쳐 증명하는 일인 게 아닐까. 이 책은 이들이 어떻게 그 믿음을 영화속에서 구현했는지 보여준 뒤, 배우와 장르별 탐색을 이어나간다.
영화를 보는 게 어떤 사람의 믿음에 귀기울이는 일이라면, 이 책은 그 믿음을 세심하게 들은 뒤 다시 쉽게 설명해주는 안내자 같다. 안내자를 만난 덕후는 그렇게 왕덕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