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의 축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한 영상이 터지기 시작하더니, 채널이 급상승하는 기간이 온다는 뜻입니다. 누구나 다 겪는 것은 아니며, 성장이 정체된 일부 크리에이터분들이 갑자기 축복을 받는데, 이는 알고 보면 외부적인 요인이 클 때가 많습니다.
22년 상반기에 가장 유명한 분은 '소울리스좌'님입니다. 에버랜드 공식 채널 티타남에 올라와 있는 '소울리스좌'님의 영상(22년 4월 4일 업로드)은 2,428만 회(22/9/7 기준)가 터졌습니다. 그 분만의 소울리스한 캐릭터도 있지만, 외부적인 요인이 훨씬 큽니다. 22년 4월 중순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와이즈앱에 따르면 에버랜드의 앱 사용자가 3월 24만 명 -> 4월 61만 명으로 156% 증가하였습니다. 롯데월드 앱의 경우 3월 11만 명에서 4월 40만 명으로 264% 증가하였고, 4월 결제금액 증가율 추정치는 에버랜드의 경우 203%나 됩니다. (①) 즉,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라는 현상과 맞물려 소울리스좌님이 알고리즘의 축복을 받은 겁니다.
또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뭐랭하맨'님이라는 크리에이터분입니다. 뭐랭하맨님은 2014년부터 유튜브를 시작하셨고, 제주도 사투리와 현지 콘텐츠를 주로 하셨습니다. 뭐랭하맨님은 영상에서, 7-8년 만에 구독자가 8만 정도 상승했다(②)고 하셨습니다. 이는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대박을 쳤기 때문입니다. TV 드라마의 경우, OTT 전쟁의 영향으로 시청률이 7%만 돼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합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4월 9일 방영 당시 시청률은 7.3%로 시작하여, 중후반 10~12%를 유지하다가 14.6%로 마무리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제주도 현지를 배경으로, 육지 사람은 알아듣기 힘든 제주 방언이 주로 나오죠. 즉, <우리들의 블루스> 방영 전 부터, 제주 현지와 방언 콘텐츠를 다루는 뭐랭하맨님의 채널이 알고리즘 축복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가족, 친구, 연인과의 인생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이에 유튜브 내에서도 '제주도'가 트렌드가 되었죠. 22년 5월부터 6월 ‘제주도’ 관련 영상들 중, 조회수 17만 이상 영상들 25개를 추려보았습니다. 이 영상들에서 가족과 여행 관련 영상은 8개, 친구는 6개, 연인은 6개, 회사 동료는 2개, 반려견과는 3개의 분포를 보였습니다. 모두 <우리들의 블루스> 내용과 맞닿아 있죠.
그 당시 유튜브 인기 급상승 탭에 자주 등장했던 김나영님의 제주도 가족 여행이나, 레오제이님의 찐친 제주도 영상(③)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리고 이 중, ‘찐친’ 콘텐츠는 김종국님의 친구 대결 -> 다비치님의 찐친 결혼식 -> 로스트아크의 dear myfriend(④)로 이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 득만 있을까요?
알고리즘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추천해 줍니다. 그 말인즉슨, 한번 잘못 필터링 되기 시작하면 끝없이 알고리즘의 늪에 빠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은, 이전 소비한 콘텐츠가 기준이 되어 유사한 타겟을 가진 콘텐츠가 추천되는 ‘콘텐츠 기반 필터링’과 성향 및 특성이 유사한 사용자 그룹으로 묶어, 이 그룹이 소비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콘텐츠가 추천되는 ‘협업 필터링’(⑤)을 기반으로 합니다. 샌드박스 네트워크 데이터팀의 분석 결과, 유튜브 홈 피드를 분석했을 때, 해당 페르소나가 좋아하는 콘텐츠가 홈 피드에 30-50% 표시된다고 하죠. 즉, 한 카테고리의 영상을 한번 보기 시작하면, 본인 피드에 관련 영상이 계속 뜬다는 뜻입니다.
알고리즘에 의한 부정적 사례 중,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젠더 갈등'입니다. 현재 10대들의 남녀 사이는 1990년~2000년대의 학창 시절과 다르다고 합니다. 10대 중 일부는 짝꿍이 책상에 선 넘어오면 뭐라 하는 수준이 아닌, 다른 성별 자체를 혐오하는 수준에 와있다고 합니다.
이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젠더 이슈를 다루던 ‘사이버 렉카’ 채널들의 업로드 직후 시간당 조회수를 봤을때, 평균 5만-8만 정도의 조회수가 나왔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난 뒤 누적 조회수들은 100만 이상 나왔죠. 해당 채널의 댓글들을 본 결과 10대 20대들이 쓰는 용어가 많음을 고려할 때, 이런 채널들이 Z세대들의 '성별에 대한 사고방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을 ‘사용자’라고 부르는 산업은 단 두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마약과 소프트웨어 산업입니다.(⑥) 마약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처럼, 나의 취향과 선호를 아는 알고리즘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됩니다. 사실 알고리즘은 3가지 특성을 지닙니다.(⑦)
1. “1950년 튜링 테스트에서 시작되었듯이, 컴퓨터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컴퓨터가 시를 쓸 수 있지만 시어의 의미는 모른다 - 오스카 슈워츠”
2. “알고리즘은 인간이 아닌 기계를 통해 자동화되어 있는 것이며, 기계는 윤리의식이 없다. - 일라이 파리저”
3. “알고리즘을 처음 만들 때, 인간이 표본을 통제하고 만든 것이다. 결국 우리는 통제된 환경 속에서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 맥스 호킨스”
즉, 알고리즘은 통제된 표본 중에서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며, 기계는 의미 따윈 알지 못하고, 윤리의식 없이 추천을 한다는 뜻입니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편향성을 강화시킬 것(⑧)입니다. 결국 Z세대의 젠더 갈등처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죠.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면 알고리즘 축복을 기대하며 채널을 운영할 수 밖에 없지만, 본인이 만들어내는 영상들이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생각해보며 채널을 운영하셔야 합니다. 그만큼 알고리즘은 이제 우리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으니까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402577
※ 참고자료
① 차양명, [빅데이터로 보는 코로나19 이후 소비시장의 변화(김난도 교수와 함께하는 2022 트렌드콘서트)], 2022.5.26
② 뭐랭하멘, [8년만에 구독자 10만명, 느리게 걷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2022.5.16.
③ 김나영의 nofilterTV, [나영이네 제주살이 첫번째 이야기! 김나영은 제주도에 무엇을 챙겨갈까요?]외 4편, 2022.6 https://youtu.be/slPNhGNYIpo
LeoJ Makeup, [혼자옵서예~ “찐친 완전체” 제주도에서 입 터저버렸다..!!, 찐친제주1화]외 1편. 2022.6
④ 김종국 GYM JONG KOOK, [친구따라 스파링 간다…(Feat. 장혁)], 2022.6.30.
걍밍경, [다비치 첫째 시집가는 날], 2022.7.10
비요디 Biyodi, [로스트아크 공모전, Dear Friend], 2022.7.5
⑤ 샌드박스네트워크 데이터랩, [뉴미디어 트렌드 2022]. 2021.11.3.
⑥ 넷플릭스, [소셜 딜레마], 2020.9
⑦ Oscar Schwartz. Can a Computer Write Poetry?(TED), 2015.9.2
Eli Pariser, Beware online “filter bubbles(TED), 2011.5.3
Max Hawkins, I let algorithms randomize my life for two years(TED). 2021.3.13.
https://youtu.be/eKkI6-HeWXo
⑧ 올리비에 시보니. [선택 설계자들 : 어떻게 함정을 피하고 탁월한 결정을 내릴 것인가], 2021.6.2.
* 참고 기사 출처
- 스타투데이, '우리들으 블루스', 이병현->신민아, 14명 주연 옴니버스 드라마 어떨까? 2022.4.1.
https://www.mk.co.kr/star/broadcasting-service/view/2022/04/295945/
- 조선일보, [당신이 본 유튜브 70%는 알고리즘이 추천... 자신도 모르게 중독], 2021.1.1.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1/01/01/IYRYZY6L45GVFB6IUKDDGDRLHY/
- 조선일보, 국민 67% "젠더갈등 심각"... 한국 남녀, 왜 서로에게 분노하나. 2022.5.6.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2/05/06/7GH3AXAYIJHQVK6EDV4CX75PU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