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모두가 아름답게 보일 때가 있다. 운동을 잘하는 학생을 보면 그 활기와 체력이 근사해 보이고,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을 보면 그 섬세함과 감각이 아름다워 보이고, 재미있는 학생을 보면 그 재치와 순발력이 멋져 보이고, 성실한 학생을 보면 그 꾸준함과 인내심이 황금처럼 보이고, 수학을 잘하는 학생은 그 모습대로, 춤을 잘 추는 학생은 또 그 모습대로, 그 가진 모습이 사실 다 예뻐 보인다.
봄은 봄대로 얼마나 예쁜가? 봄의 황홀함을 나는 매년 기다린다. 얼었던 모든 것이 깨어나는 그 순간, 마법처럼 따뜻한 온기로 온 세상이 휩싸이게 되는 그 순간, 특별히 기다리는 목련과 벚꽃 꽃망울이 피어나는 그 순간, 내 꿈속의 천국은 언제나 봄의 향기로 뒤덮여 있다.
그렇다고 여름은 또 어떻고? 그 무엇이 여름처럼 정렬적일 수 있을까? 초록빛을 띠다 못해 눈이 부실 지경인 무성한 초록 나뭇잎들과 고막을 때려대는 매미소리, 그 먼 곳에서 쏘아대는 햇빛이 마치 내 정수리 바로 위에서 내리꽂는듯한 느낌, 그 와중에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단 수박과 거리낌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물로 뛰어들 수 있는 자유까지.
가을은 언제나 봄과 우열을 다툰다. 무지개 같고, 어느 유명한 화가의 팔레트 같은 가을을 나는 아낀다. 익어가는 모든 것이 풍성하고 가을이 있어 사계절이 의미 있는 느낌이다. 언제나 가을을 보며 내 삶의 열매도 익어 언젠가 누군가에게 맛 보여질 그 순간을 기대하게 만든다.
겨울은 쓸쓸하지만 조용하고 절제되어 있다. 필요 없는 모든 것은 떨구고 다시 살아갈 삶을 위해 정리하는 느낌이다. 그 정리됨이 좋다. 코끝을 시리게 만드는 차가움과 대비되어 따뜻한 이불도 더 따뜻하게 느끼게 만드는 겨울도 나는 좋다. 운 좋게 하얀 먼지 같은 눈송이 가루라도 본다면 사실은 그 어떤 화려한 하늘의 쇼보다 더 압도당할 테다.
그래서 결국 하나님 만드신 모든 것이 나는 참 다 신기하고 아름답게 여겨진다.
하나님 창조의 다양함이 경탄스럽고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구경하는 눈은 커져가고 또 섬세해지는 듯도 한데 가장 보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
내가 가장 보고 싶은 것은 바로 나이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빛깔의 사람인지, 어떤 아름다움을 나에게 하나님 허락하셨는지 알고 싶다.
그런데 나이가 40이 넘어도 사실 잘 모르겠다.
내 영이 내 육신 안에 갇혀 내 눈으로 나를 보고 판단하지 못해서인지 자기 인식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지 못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사실 나는 그 어떤 것보다 나를 잘 알고 싶은 마음에 반해 나를 모른다. 그래서 사실은 가장 나에게 박하고 어쩌면 많이 가지고 있을 나의 아름다움을 사실은 전혀 꼽을 수 없다.
요즘은 기도 중에 가끔 묻는다.
'하나님 보시기에 제 모습은 어때요? 봐줄만한가요?'
'세상 어떤 것도 한 모퉁이 저를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모습이 있는데 저도 그런 게 있을까요?'
'그런 게 있다면 저도 좀 알 수 있게 해 주세요. 그것으로 하나님께 기쁨이 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나는 어떤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