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메이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메이 Mar 11. 2024

광야의 시간 - 6

망해가는 시간 속에서의 푯대

아버님이 뇌출혈로 쓰러지신 후 2주 반동안 가족들이 간병을 했다.  그리고 후에는 재활병원 간호간병통합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곳으로 옮겨 아버님은 그곳에서 간병과 재활치료를 받고 계신다.


아버님이 쓰러지시기 전까지 나는 내 주위에 이렇게 많은 뇌출혈이나 뇌경색 환자들이 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아버님의 이야기를 전하니 '우리 아버님도, 우리 친구도, 우리 엄마도, 우리 OO도'가 튀어나왔고 나는 그분들께 뇌출혈 환자의 예후가 어떻게 되는지 상세히 묻고 희망을 가지기도, 또 걱정을 하기도 하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아버님 때문에 뇌출혈 환자가 가게 되는 병동을 처음 보며 나는 사실 절망했다.  소싯적 사회에서 명망을 가지고 있던 분들이, 건실한 사회인으로, 가족 구성원으로, 한 명의 인간으로 넘치는 역할을 했던 분들이 아무것도 못하고 기저귀 차고 아기로 돌아간 모습을 보고 나는 삶이 서럽다 생각했다.


집에 와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한참 성장과 젊음을 뿜어내는 내 새끼의 엉덩이는 이렇게나 이쁘고 심지어 곱기까지 한데 왜 병에 치여 사그라들어가는 늙은이들의 몸둥아리는 이리도 참아내야 하는 고생이 되는지 그 인생의 수수께끼가 기가 찰 지경이었다.


결국 인생을 향해 '헛되고 헛되고 헛되다'라고 외쳤던 솔로몬의 외침은 참이 되어 내 가슴에 박히고 결국 하루하루 살아가는 나날들이 결국에는 망해가는 것으로의 달음질로밖에 여겨지지 않아 인생이 참으로 슬픈 것으로만 여겨졌다.


하나님은 왜 이런 고통을 주실까?  왜 아름답게 하나님 곁에 가게 해주시지 않으실까? 

토기장이에게 토기가 그 쓰임의 주권을 물을 수 없듯이 나는 아무런 물을 자격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내게도 언젠가 찾아올 그 시간들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그 노쇠와 병마와의 싸움의 시간들이 두렵고 애통하게만 여겨졌다.


그렇게 나는 놀라고 슬퍼하며 내가 오랜 병마로 떠나보냈던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려보며 꽤 오랜 시간 이 시간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매주 아버님 문병을 가면서 회복을 위해 노력하시는 아버님, 아주 조금씩 회복되시는 아버님, 그리고 여전히 여러 가지 문제로 괴로워하시는 아버님, 그럼에도 이 시간에 대해 불평하지 않으시고 감내하시는 아버님, 우리에게 즐겁게 지내라고 격려하시는 아버님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며 인생의 전 영역에서 끝까지, 아주 끝까지 어려운 문제를 주시고 우리의 지경을 넓히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어렴풋이, 아주 어렴풋이 비눗방울처럼 상상해 보았다.


여전히 서럽다.  어찌나 지독하게 서러운지.. 나는 사그라드는 인생이 여전히 눈물 나게 아프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하나님이 가르쳐주신 사랑밖에는 이 서러움을 채워낼 것이 이 땅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를 보니 아직도 내 안에는 사랑하는 능력이 없다. 그러니 하나님이 나에게 사랑하는 법을 더 배우라고 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하는 능력이 없는데 예수님의 사랑에 힘입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채워나가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이 내 인생이 될 것 같다.


망해가는 서러운 인생에 하나님의 사랑만이 유일한 푯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름다운 말 한마디의 힘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