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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메이 Jul 10. 2024

무표정 -7

할 말이 없다.

1월에 아버님이 뇌출혈로 쓰러지신 후 현재 7월까지 아버님께서는 정말 개미 눈꼽만큼 아주 조금씩 회복되고 계시다. 처음 재활 병원에 들어가실 때는 균형을 잡고 휠체어에 제대로 앉아 있으시지도 못하는 수준이였지만 지금은 꼿꼿하게 앉아 계신다. 왼쪽 팔과 다리가 마비가 왔고 우리의 기대보다 훨씬 더디 회복하셔서 현재도 혼자 무엇을 잡고 일어서거나 걸으실 수 없다. 하지만 일어서기 연습, 걷기 연습을 하고 있고 양쪽에서 사람들이 부축하긴 하지만 한 두 걸음씩 걸을 때 왼쪽 발의 꺾임이나 휘청임이 조금씩 덜해지고 있는 수준이다.


6개월이 지나면 뇌가 회복을 멈춘다거나 노인들을 회복이 어렵다는 통념섞인 말들은 저 멀리 던져버리고 세상에는 알고보면 수많은 기적과 인간이 아직까지 설명하지 못하는 우리 몸의 비밀들이 많이 있을거라고 지레 나 혼자 믿으며, 어쩌면 아버님도 온 가족도 이렇게 믿고 계실지 모르겠다. 우리는 하루하루 아버님이 나아지시기를 희망하고 기도하고 응원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아버님은 어느새 재활 병원 속의 아버님이 되어 초반에 온통 아버님 걱정으로만 가득했던 내 시간 속에서 어느덧 많이 잊혀져 주중에는 쳇바퀴와 같은 내 삶을 열심히 살다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아버님 면회를 갈 때만 갑자기 큰 돌멩이처럼 불쑥 내 시간속에 쳐들어온다.


우리는 매주 아버님과 외출하여 식사를 한다. 아버님이 바깥바람을 쐬고 세상을 보면 회복에 대한 동기가 더 생길 것이라는 것과 갑갑한 병원을 벗어나 잠시라도 병원과 다른 색깔의 밥과 디저트를 먹으며 아버님의 기분을 새롭게 해드리고 싶어하는 남편이 그렇게 결정한 일이다.


매주 2번씩 면회를 가다가 몇 주 전부터 아버님이 일주일에 한 번만 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한 두 번 일주일에 한 번만 면회를 갔더니 아버님이 다시 연락이 오셔서 못 견디겠다고 다시 2번을 와주면 안되겠냐고 남편에게 부탁하셨다. 


나는 병원에 가면 할 말이 없다. 잠은 잘 주무시는지? 몸은 좀 나아지셨는지? 불편한 건 없으신지? 간병인들은 친절한지? 아픈 곳은 없는지? 물어볼 말을 6개월간 물어보고 나니 그 대답을 이미 알고있는 나는 그 말을 그래도 아버님에 대한 예의로 또 환자에 대한 예의로 또 물어야 하는지 알수가 없다. 

아버님은 수면 무호흡증으로 잘 주무시지 못하고 여전히 몸이 간지럽거나 마비의 증상이 남아있고 간병인들은 쌀쌀맞고 때로는 설움을 주고 뇌출혈 부작용 뿐만 아니라 노화로 인해 청력도 약하고 무릎도 아프고 항상 괴롭히는 가래와 괴로운 목넘김으로 언제나 불편하다는 것을 이미 나는 알고 있다.


어느 덧 나는 병원에 가면 인사 후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아버님도 이 모든 상황의 불편함때문인지 병원에서 우리 가족을 보면 눈은 우리 아들들에게만 고정되어 있다. 

병풍처럼 배경처럼 그 자리에 함께 있는 나는 무표정으로 아무말 없이 앉아있는 내가 그 자체로 아버님께 불편을 드리는 것 같아 죄송하고 또 따뜻한 말, 사소한 말 조차도 힘들이지 않게 건넬 수 없는 내 보잘 것 없는 마음 종지가 부끄럽다.


요즘은 그런 날이다.

죄송하고 부끄럽고 그럼에도 무표정인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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