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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한량 Nov 01. 2020

인생의 한 순간, 한 장면, 그리고 단상

캐나다 옐로우나이프에서 오로라를 만나다.

2016년 연말. 이미 나의 마음은 일하던 곳을 떠나 있었다. 


연말 휴가로 오로라 헌팅을 다녀온 후, 돌아와 사직서를 제출할 계획을 가지고

태양 흑점 폭발이 최대치에 달하는 그때... 캐나다 옐로우나이프로 떠났다.


여행의 목적은 오로지 '오로라 보기'.

그 장엄한 자연의 힘 앞에서 그저 나란 존재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다.


캐나다 국내선으로도 2개를 더 갈아타고서야 북쪽 끝의 작은 도시 옐로우나이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그토록 고대하던 오로라를 마침내 마주했다.



그 장엄한 하늘 아래에서 내가 느낀 것은 오로지,


지금.
내가.
이곳에.
있다.


였다.



과연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내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자연의 경이로움을 마주하게 될 때, 나는 어떤 생각이 들지, 내가 상상하는 대로 반응하게 될지, 혹은 정말 무딘 나의 감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아, 이게 오로라구나.’라고 속으로 혼잣말을 내뱉고 말지.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전율을 경험했다.


너무도 거대해서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순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봐도 내 눈에 그 오로라 현상을 단번에 모두 볼 수 없는 한계.


그렇기에 아래에 선 내가 너무도 작은 존재, 개미나 모래알과 같은, 가볍디 가벼운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되는 겸손함...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을 마주할 때, 비로소 내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알 수 있으면서도,

지금 그 순간을 예민하게 짜릿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경험.


그게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 가장 큰 오로라를 마주했을 때의 나였다.

아무것도 아닌, 내 존재 자체였다.




* 사진의 무단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카피라이트는 직접 촬영한 당사자분들에게 있습니다. (박호근 님, 김동건 님, 장예림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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