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리사 이직 사유, 방법, 이직 시장
보험계리사 상품개발 직군은 이직이 활발하다는 건 취업준비생 때부터 들어왔던 말이다. 심지어 내가 다니던 회사도 신입사원으로 채용된 저연차 직원을 제외하면 거의 80% 이상이 다른 회사에서 이직한, 경력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다들 한 번씩은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이직이란 것이 남일 같았다. "이직해 버릴까?"라는 말을 장난사람아 내뱉던 것 말고는 이직을 실제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보험회사 장기보험 상품개발 부서에 입사한 후 약 5년이 지났을 때 이직을 결심했다. 왜 이직을 결심했는지, 어떤 절차가 있는지, 보험계리사 업계의 이직 현황은 어떠한지 느낀 바를 상세히 적어볼까 한다.
이직 사유
나에게 있어 이 회사는 내가 경험한 회사의 전부였다. 다른 회사와 비교할 수 없었고 이 생활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더 이상 이 회사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경력 채용 공고를 매일 들여다보며 이직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어떠한 점이 이직을 결심하게 만들었는지 적어보겠다. 혹시나 이 점과 자신의 상황이 동일하다면 이직을 생각할 때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물론 자신의 직업관에 따라 이직 사유는 다양할 수 있으니 다양한 의견도 참고해 보자.
워라밸
보험사 경쟁이 심화되며 개발 상품의 수와 빈도가 늘어났다. 그러나 인원은 부족했고, 경력직,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해도 중요한 일을 분배하긴 리스크가 있다 판단했는지, 업무가 점점 늘어갔다. 중요한 업무를 처리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새로운 업무가 들어왔다. 저녁 있는 삶이라곤 하지만 8시간의 업무를 마치고 퇴근길엔 눈이 감기고, 자기계발, 운동 등 나를 위한 시간에 집중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퇴근 후에도 마치지 못한 업무 생각에 나를 위한 시간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업무의 양과 밀도를 줄이고, 퇴근 후의 삶에 집중하고 싶었다.
심지어 이렇게 과중된 업무가 일시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받지 못했다. 연차가 쌓이면 좀 더 편해질까 라는 생각을 받을 수가 없었다. 내 앞에서 뛰어다니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내 10년 뒤가 그려지고, 죄송한 마음이지만 선배들처럼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복지
워라밸을 외칠 정도로 일을 한다지만, 회사(관리자)는 그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회사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해주나?"라는 생각을 해보면 진짜 아무것도 없었던 회사다. 그렇다고 급여를 더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을 알아주고 업무 환경적으로 최대한 배려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이었다. 내가 회사를 위하고, 회사가 나를 위하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꼬리 무는 업무
오랫동안 대형 손해보험사에서 근무하다 보니 다양한 업무를 했다. 한번 했던 업무(CPC, 유관부서 자료제출, 위험률 등)를 과거 담당자라 해서 다시 하게 되고 점점 업무가 쌓이게 된다. 한번 끊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경력직 채용 방법
이직을 결심했다면 어떤 회사로 이직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그다음 과제이다. 이 부분은 자신의 직업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생략하고, 그 뒷 단계인 채용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다. 경력직 채용 방법, 절차는 회사별로 다양하기에 나의 이직 경험과 주변 이직 예시를 토대로 적어보겠다.
경력직 채용은 공개채용과 추천이 있다. 공개채용의 경우엔 회사 홈페이지에 경력직 채용 공고를 올리고 지원자들 중에 선별해서 채용하는 것이다. 추천은 회사 내부적으로 이직을 원하는 인재들을 추천해서 비공개로 진행하는 채용이다. 추천은 말 그대로 추천을 받아 채용을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원하는 데 있어서 특이점 없이 단순하다. 나는 공개채용으로 지원을 했고, 이직을 결심한 이후 내가 원하는 회사들의 채용 사이트를 즐겨찾기 해두고 매일매일 확인했다. 또한 보험계리사회, 다음 카페에 올라오는 공고도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이직을 준비했다.
어떤 방법으로 지원하냐에 무관하게 그 뒤 절차는 회사마다 내규로 정해진 채용 절차로 진행되므로 동일할 것이다. 회사마다 채용 절차는 물론 다르다. 내 경험을 말하면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함께 일할 실무자 면접, 임원 면접으로 채용이 결정되었다. 다른 회사의 경우엔 대표이사 면접으로 최종 확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종확정되면 협상의 시간이다. 자신의 이전 회사 급여를 토대로 급여를 정하는데, 이직한 분들에게 팁들을 얻어가도록 하자. 나는 급여가 내규로 정해져 있는 곳으로 이직하여 협상의 범위가 크지 않았다. 내 경험상 이미 합격은 보장된 것이니 최대한 제시해 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계리사 이직 환경
보험계리사는 이직하기 쉽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경험 상 맞는 말인 것 같다. 홧김에 충동적으로 이직할 수 있을 수준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적절한 이직은 쉽지 않다 생각한다.
보험계리사회 채용게시판을 보면 경력 채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취업준비생이 경력 공고만 있다고 불평을 할 정도다. 하지만 공고가 많다고 섣불리 지원해선 안된다.
- 공고가 자주 올라오는 회사는 피하자
공고가 자주 올라온다는 것은 직원 이탈이 많은 회사일 수 있다. 즉, 업무강도가 높거나, 급여가 낮은 회사일 수 있다. 물론 업무적으로 확장하며 직원을 뽑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업무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점을 한번 더 꼬아서 공고를 공개적으로 올리지 않는 회사도 있다. 회사 인사팀에서 대외적 이미지를 관리한다고 공고를 올리지 못하게 하고 추천만 받는 경우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왜 이 회사가 채용을 하는지, 왜 그 자리가 비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지원하길 바란다.
이직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좋은 이직은 쉽다고 말할 수 없다. 이직은 타이밍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