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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은 Oct 30. 2020

읽고 쓰는 것, 궁극의 지적유희

글쓰기는 특별하지 않지만 그 쾌감은 특별하다

작가로서 좀 이상한 마인드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읽는 이를 기쁘게 하기 위해 글을 쓰지 않는다. 내 만족을 위해 쓴다. 글을 쓰는 것이 글을 읽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로는, 글쓰기를 무조건 업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글쓰기가 무척 즐거웠다. 대체될 수 없는 그 쾌감에 내내 사로잡혔고,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 애가 닳았다. 내가 쓴 글들이 나를 기쁘게 할 때, 또 다른 누군가도 기쁘게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이기적이지만 지금도 그렇게 믿고 글을 쓴다. 과감하게, 내가 쓰고 싶은 대로, 내 만족을 위해, 내가 즐거우려고.


많은 사람들이 읽기는 잘 하면서, 쓰는 것을 두려워 한다. 글쓰기가 독자를 의식해야 하는 특별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쓰기를 결심한 사람도 '글 잘 쓰는 법'이 나오는 책을 사서 또 '읽기'를 반복한다. 영원히 읽고 읽고 읽다가, 쓰려는 직전에 두려움에 펜을 놓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스스로 높여온 그 심리적 장벽이 나는 못내 안타깝다.


나는 꽤 오랫동안 아이들의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잘 쓴 글보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글이 더욱 더 매력적이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툭툭 털어놓을 줄 아는 사람은 쓴 자신도 후련하겠지만, 읽는 사람도 즐겁게 자신의 사유에 끌어들이게 된다. 글쓰기는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자. 맞춤법이나 문장의 완성도도 글의 매력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 안에 빛나는 생각 하나, 재치 있는 발상 하나가 마음을 강하게 붙잡는다.


쓸 준비는 늘 지금의 당신으로 족하다


글쓰기는 쓰는 사람에게는 읽기가 주지 못한 다른 차원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궁극의 지적유희다. 글쓰기는 전혀 특별하지 않지만, 그 쾌감만은 특별한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도전하길 바란다. 특히 독서에서 출발한 글쓰기는 사유의 토양이 이미 비옥하기 때문에 유의미한 통찰로 뻗어가기 좋고, 글쓰기 실력과 상관없이 꽤 괜찮은 글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읽었으면 쓰자. 쓸 준비는 늘 지금의 당신으로 족하다.


직업적인 글쓰기를 하는지라 여기의 글들이 좀 진지한 편이다. 나처럼 각잡고 진지하게 쓰지 않아도 좋다. 누구나 쉽게 글쓰기의 쾌감에 과감히 동참하길 바란다. 읽고 쓰는 것, 그 궁극의 지적유희를 마음껏 즐길 줄 아는 사람들, '읽고 쓰는 게 취미'라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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