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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시선 jungsee Jul 02. 2024

모래 위의 신혼일기, 사막으로 가요

두바이 레드 듄 사막 사파리

Red dune, Dubai, 16th Jul, 2024 @on.time_jungsee




INTP가 짠 여행 계획엔 무엇이 있을까? 일단 시간대 별로 방문할 곳을 정해둔 일정표는 절대 없을 것이다. 방문한 곳이 마음에 들어서 하루종일 거기에 있을 수도 있고, 가는 길에 너무 멋진 걸 발견해서 샛길로 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 INTP인 나는 두바이 여행을 할 때 딱 세 가지만 결정했다.


1. 두바이 몰에 가본다.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두바이 몰은 아쿠아리움이나 워터폴, 분수처럼 구경할 거리가 많다.

2. 두바이 프레임에서 두바이의 전경을 바라본다. 두바이 프레임은 액자 모양의 거대한 건축물로 그 안에는 두바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재밌는 점은 북쪽 방향은 두바이의 과거 모습이 담겨있는 구시가지, 남쪽 방향은 초현대적인 두바이의 신시가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두바이 프레임은 인기 있는 관광 코스는 아니다. 그런데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을 액자형태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이곳에 가보고 싶었다.

3. 사막 사파리 투어에 간다. 두바이의 사막 사파리 투어는 다른 나라, 다른 지역과 달리 레드 듄Red dune이라는 특별한 포인트를 방문한다. 붉고 고운 모래가 있다는 레드 듄의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마음에 사파리를 꼭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사막 유목민인 베두인의 캠프로 가서 그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 투어의 매력 포인트다.


이 세 가지 중 우리는 두 가지를 지켰다. 그리고 두바이 현지에서 하고 싶은 여행을 새로 정해 시행했다. 우리가 즉석에서 정한 여행은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고, 이번 장에선 사막 사파리 투어에 대해 소개한다.



4륜 구동 자동차를 타고 시작한 사막 사파리, Dubai, 16th Jul, 2024 @on.time_jungsee


사막 사파리 투어는 우리가 두바이에 도착한 바로 그날 곧장 나간 투어이다. 아침 4시 반에 두바이에 도착한 우리는 추운 호텔 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두바이 몰을 간단히 구경했다. 두바이 몰에서 점심도 먹은 후, 오후 3시 다시 호텔 로비로 가서 가이드를 기다렸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시작한 투어라 즐기지 못하고 피곤하진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됐다.


하지만 이 투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의 도파민을 자극했다.



왓츠앱WhatsApp을 통해 가이드와 연락했고, 3열까지 있는 커다란 4륜 구동 SUV에 올라탈 수 있었다. 차 안에는 흰 옷과 흰 터번을 쓴 가이드가 있었고, 우리에게 2열 자리에 앉기를 청했다. 이 차가 8인승인데 우리가 첫 번째 그룹이다. 그러면 얼마나 사람이 더 탈까?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한 가족을 더 태울 것이라 했다.


5분 정도 차가 이동하고 한 호텔 앞에 멈췄다. 그리고 큰 키를 가진 4인 가족을 만났다. 그리스 산토리니에서 온 아빠, 엄마, 두 딸이 차에 올라탔다. 긴 속눈썹을 가진 두 딸은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큰 관심을 표했고, 우리가 당장 어제 결혼하고 허니문에 왔다 하니 그리스 부모님은 축복을 해줬다. 이렇게 화목한 분위기로 우리는 사막을 향했다.




사막 해적(?)의 탄생, Dubai, 16th Jul, 2024 @on.time_jungsee


우리의 SUV는 1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달리다 한 주차장에 멈췄다. 레드 듄에 가기 전에 쿼드 바이크Quad Bike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고프로를 가슴에 채운 뒤 차에서 내렸고, 여러 색의 두건을 판매하는 상인에게 호기롭게 빨간 두건을 구입했다.


이 날 우리는 착장을 서로 비슷하게 맞췄는데 포인트는 핑크였다. 나는 핑크색 셔츠의 흰색 바지를, 리브는 핑크색 바지에 흰 셔츠를 입었고, 이 위에 빨간 두건을 두르니 완벽한 해적(?)의 모습이 됐다. 그 상태로 우리는 빨간색 쿼드 바이크에 올라탔다.



이 정도 깔맞춤이면 쿼드 바이크 모델로 손색없다., Dubai, 16th Jul, 2024 @on.time_jungsee


내가 먼저 운전대를 잡고 뒤에 리브를 태웠다. 조금 운전해 보니 금방 감이 잡혀서 속도를 내며 모래 언덕을 자유롭게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었다. 풀 액셀을 잡고 언덕을 올라간 뒤 브레이크 없이 언덕을 내려갈 때, 관성에 의해 장기와 몸이 따로 움직이는 그 느낌이 짜릿했다.


리브에게도 운전의 기회를 줬다. 분명 속도는 내가 운전할 때가 더 빠른데, 솔직히 더 무서웠다. 무거운 쿼드 바이크의 핸들을 리브가 돌리기 어려워해서 뒷좌석에서 나도 같이 불안해했고, 혹시나 리브가 옆에서 달려오는 사람들을 제대로 못 보고 충돌을 할까 봐 걱정됐다. 다행히 아무 문제 없이 즐겁게 쿼드 바이크 체험을 마쳤다. 30분 정도 사막에서 신나게 달리니 조금 땀이 났고 얼굴엔 모래 묻은 듯 꺼글꺼글했다.




글을 쓰기 위해 고프로 영상을 다시 보는데 너무 어지러웠다., Dubai, 16th Jul, 2024 @on.time_jungsee


다시 차에 올라타 이번에는 사막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우리의 가이드는 타이어의 바람을 뺐다. 듄 배싱Dune Bashing을 하기 위해서였다. 타이어의 공기를 빼면, 모래와 닿는 타이어의 표면적이 더 넓어져서 마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확보한 마찰력으로 혹시 차가 모래에 빠져도 강력한 4륜 구동의 힘으로 탈출이 가능하다.


그리스 자매가 선곡한 빠른 비트의 노래를 최고 음량으로 틀고, 우리는 소리를 지르며 듄 배싱을 즐겼다. 따로 길이 나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 앞 뒤의 차량들은 줄지어서 사막을 질주했고 우리 가이드도 그들에게 지지 않고 거칠게 핸들을 꺾었다.



와 이거 좀 힘든데? 라는 생각이 들 때 드디어 차가 멈췄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두바이 사막 사파리 투어를 간 분들은 기억하길 바란다. 듄 배싱이 어지럽고 울렁거려도 조금만 참아봐라. '좀 힘든데?' 싶을 때 딱 레드 듄에 도착한다.


레드 듄의 모래는 내 예상과는 좀 다른 붉은색을 가지고 있었다. 동네 사우나마다 황토방이 있는 나라에서 온 나에게 이 모래는 애매한 붉은색이었다. (괜찮아 사진은 보정하면 돼!) 대신 모래가 정말 흙만큼 고왔다. 그래서 이곳에는 모래 언덕 위에서 샌드보드를 탈 수 있다.



내려가는건 순식간이지만 올라오는건 정말 힘들다., Dubai, 16th Jul, 2024 @on.time_jungsee


샌드보딩은 생각보다 경사가 급한 언덕 위에서 보드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이다. 이 샌드보딩엔 타기 전까진 모르는 한 가지 맹점이 있는데, 내려가는 것보다 올라오는 게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발은 푹푹 빠지고 보드는 거추장스럽고 무겁다. 거기에 손과 온몸은 모래 투성이가 되고 뜨거운 햇빛이 내리쬔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딱 한 번씩만 보드를 타고 사막 사진을 찍는 것을 택했다.



Red dune, Dubai, 16th Jul, 2024 @on.time_jungsee


아쉬운 점은 카메라 센서에 모래가 들어가면 앞으로 남은 신혼여행 간 찍은 모든 사진이 망쳐질 거 같아서 사막에서는 카메라를 꺼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투어를 끝내고 호텔에서 옷을 털 때마다 떨어지는 모래를 보며 카메라를 꺼내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모래 언덕에서 장노출 사진을 찍으면 얼마나 멋있을까 상상한다.




Bedouin Camp, Dubai, 16th Jul, 2024 @on.time_jungsee


해가 지고, 배가 고파올 때 우리를 태운 SUV는 마지막 일정인 베두인 캠프로 이동했다. 베두인은 아랍 사막의 가장 오래된 유목 민족이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관광지처럼 만들어 둔 곳이지만 그래도 그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 여러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우리 부부는 낙타 타기와 헤나를 했다. (더 체험할 수 있는 것으로는 물담배, 매와 함께 사진 찍기가 있다.)



내 손등의 전갈은 신혼여행에서 나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Dubai, 16th Jul, 2024 @on.time_jungsee


헤나를 그려주시는 분께 리브가 먼저 꽃무늬 그림을 손등에 새겼고, 나도 똑같은 그림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 도안은 여자만 할 수 있다면서 대신 전갈을 그려주셨다. 나는 문신, 그것도 용 문신 같은 걸 선호하지 않는데, 전갈 헤나를 손등에 그리고 왜 사람들이 용 문신을 하는지 그 마음을 이해했다.



선명한 독침을 가진 전갈이 생기니 뭔가 거친 마초가 된 기분이었다.



이 헤나는 약 일주일 정도 유지가 됐는데, 한 번씩 손을 볼 때마다 즐거웠다.


지금은 사라진 스콜피온의 독침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Dubai, 16th Jul, 2024 @on.time_jungsee


다음 체험은 낙타 타기이다. 줄 지어 묶여있는 낙타에 한 명씩 올라타고 약 300m 정도의 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었다. 리브는 제일 꽁무니의 낙타를 탔는데, 촬영을 해오라고 쥐어준 고프로엔 사막 바닥밖에 찍히질 않았다. 생각보다 높은 낙타의 등 위에서 리브는 무서워서 손잡이만 꼭 잡다가 체험이 끝났다.



나는 그래도 잘 탔다., Dubai, 16th Jul, 2024 @on.time_jungsee


다음 차례였던 나는 선두의 낙타를 탔는데, 내 뒤에 있던 그리스 첫째 딸의 낙타가 자꾸 내 허벅지에 얼굴을 들이밀어서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이때 찍은 내 사진 뒤로 그리스 자매와 엄마의 모습이 담겨서, 우리 동행자들에게 사진 선물을 할 수 있었다. 사진을 받은 그리스 가족은 매우 기뻐했고 꼭 그리스에 한 번 놀러 오라며 우리에게 산토리니 홍보를 했다.




단백질 보충, Dubai, 16th Jul, 2024 @on.time_jungsee



베두인 캠프의 마지막은 맛있는 뷔페를 먹으며 공연을 보는 것이다. 이미 해는 다 져서 어두워졌고, 배는 고파왔다. 그래서 음식이 크게 맛있진 않았지만 허기를 반찬 삼아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 자리 정가운데에 있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수준 높았다. 하지만 나는 사막에서 별을 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기에, 화려한 불이 번쩍이는 공연으로 인해 별이 안 보인다는 점이 아쉬웠다.



불쇼, Dubai, 16th Jul, 2024 @on.time_jungsee




그리스 가족과 셀카, Dubai, 16th Jul, 2024 @on.time_jungsee


베두인 캠프를 떠나기 전, 그리스 둘째 딸이 우리와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의 어머니까지 합류하여 셀카를 남길 수 있었다. 우리의 신혼여행 첫날, 우연히 만났지만 우리의 웨딩을 진심으로 축하해 준 이 가족이 지금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길 기도한다.





인터뷰: 사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뭐야?


낙타 타기. 사막에서 낙타를 탄다는 로망이 있었는데 너무 무서웠어.

낙타가 무서웠기보다, 앉아있던 낙타가 나를 태우고 일어서는데 그 느낌이 정말 무서웠어.

우리가 놀이기구를 타면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잖아? 그런데 낙타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내가 의지할 것은 이 생명체의 혹밖에 없는데

낙타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내 몸이 연체동물처럼 흔들리는게 공포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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