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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The Same Moon 13화

괜히 걱정한 상해여행

상해 여행기

by 글로

‘알리페이가 안되면 어떡하지?’ 출발 한 달 전부터 준비했지만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상하이에서는 현금과 카드가 안된다니 디지털에 취약한 나와 남편은 여행이 아니라 과제를 하듯이 마음이 무거웠다. 한국에서는 테스트를 해 볼 수 없으니 현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결제를 못해서 굶으면 어쩌지? 아무 데도 못가고 호텔방에서 TV만 보다가 오는 건 아닌가?’ ‘늘 여행을 선창하는 나를 따라오는 남편에게 뭐라고 해야 하나?’ 온갖 걱정을 끌어안고 상해에 도착했다.


호텔 근처에 로손편의점이 있어 껌을 하나 사보았다. 결제가 됐다. 돈을 번게 아니라 쓴 건데 너무나 기뻤다. ‘아! 돈을 쓸 수 있다. 결제할 수 있다.’ 이제 겁날 것이 없다. 남편과 나는 금광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기뻐하며 어린아이들처럼 웃었다. 편의점 주인은 우리가 얼마나 웃겼을까? 껌을 사 들고 발걸음도 가볍게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어디로 갈까? 뭘 사 먹을까? 이제 즐거운 기대뿐이다.

대부분 결제가 잘 되지만 어느 곳에서는 알 수 없는 내용들이 뜨기도 한다. 큐알코드를 찍으면 메뉴가 나오긴 하지만 장바구니에 담고 주문하고 결제하기까지 난관이 있다. 어느 식당에서는 일사천리로 잘 되지만 그렇지 않은 식당이나 카페도 있다. 그럴 때는 직원을 부르면 된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처리해주고 알아서 결제할 수 있게 해준다. 철벽같은 성城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현금으로 지불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트에서도 아주머니들이 현금으로 계산하는 것을 보았다. 날개를 단 것처럼 우리 부부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로컬 식당에서 현지인들처럼 식사도 하고 호기롭게 큐알코드로 계산을 했다. 향기로운 차와 맛있는 망고도 샀다.














공안들이 아무나 붙잡고 신원을 확인하려고 든다 해서 가기 전에 겁을 먹었다. 우리에게는 공안들이 한 번도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여권을 보여주면 간단히 해결은 되겠지만 사회주의 국가라는 생각에 긴장이 되었다. 지하철역에서 탈 때마다 짐검사를 받아야한다.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지 않았다. 공항에서 하는 것처럼 철저하지는 않지만 역에서 모든 사람의 짐을 검사하는 건 맞다. 얼마나 번거로울까 싶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이 컨베이어벨트 위에 짐을 올렸다 바로 찾는 식이라 할만했다.


이제 알리페이에 있는 ‘디디택시’의 관문이 남아있었다. 서양에서는 우버, 동남아국가에서는 그랩, 그리고 이곳 상하이에서는 디디택시다. 우리나라 카카오 택시처럼 도착지를 입력해 부르는 개념이다. 택시로 이동하는 것이 제일 편하게 느껴졌다. 첫 번째 묵은 호텔에서 다음 호텔로 이동할 때 디디택시를 불러보았다. 성공! 택시가 왔다. 이제 더 겁이 없어졌다. 디디도 부를 수 있으니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러나 만사에 준비가 철저한 나는 마지막 전날, 다시 걱정이 되었다. '디디택시가 오지 않아 공항에 못 가면 어떡하지?' 하지만 택시콜을 하자 5분 만에 호텔 앞에 깨끗한 프리미엄 택시가 도착했다. '프리미엄 택시'는 말 그대로 돈을 더 지불하는 고급스러운 택시다. 담배 냄새에 찌든 택시가 올 수도 있다고 해서 좋은 택시를 불렀다. 안전하게 공항에 도착했다. 이번 상하이 여행에서 의외로 제일 불편했던 것은 비행기였다.


우리 부부는 국적기를 선호한다. 대한항공을 예약하고 마음 놓고 있었는데 기상이 고르지 않다 보니 비행기가 많이 흔들렸다. 꽤 큰 비행기가 그렇게 흔들리니 바람이 얼마나 많이 부는 걸까? 식사서비스가 계속 미뤄져 내리기 30분전에 급하게 기내식을 받았다. 손님들은 빨리 식사를 마치고 승무원들도 서둘러 착륙 전에 트레이를 정리해야 하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짧은 비행시간이기는 했지만 화장실도 거의 갈 수 없도록 모두 앉아 있으라고 했다.




여러 번의 비행을 했지만 이 정도로 계속 많이 흔들리는 건 처음이라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상하이에 갈 때 흔들렸지만 서울로 돌아올 때는 괜찮겠지 하고 기대했는데 이상하게도 또 많이 흔들렸다. ‘서울과 상하이 사이에는 난기류가 흐르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지연도 되고 터뷰런스도 있으니 불안한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즐겼기에 ‘왜 갔을까?’ 하는 후회는 없다.


여행은 인생과 닮았다. 아무리 준비해도 어디서 어떻게 무슨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다. 걱정한 것은 오히려 쉽게 술술 풀리고 마음 놓고 있었던 부분에서 생각지도 않은 어려움이 생긴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여행이고 인생인 것을. 그때 그때 지혜롭게 풀어나가고 또는 우직하게 견뎌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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