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회 칸 영화제 감독상 (2017)
감독: 소피아 코폴라/ 주연: 니콜 키드먼
7명의 여자에게 둘러싸인 존 상병
정원에 쓰러져있는 존을 발견한 에이미. 다리를 심하게 다쳐 걸을 수 없어 부축한다.
존은 미국의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때 더블린에서 용병으로 지원했다.
교장 한 명, 교사 한 명, 학생 다섯 명인 신학교. 여자들 뿐이다.
남자 병사가 들어오니 집중과 관심의 대상이 된다. 교장의 치료로 점차 존은 건강을 회복하고 자신을 돌보러 온 에드위나에게 관심을 보인다.
결혼 얘기까지 오간다. 에드위나는 근처 도시로 가면 아버지가 도와줄 수 있을 거라며 신학교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한다. 한껏 들뜬 에드위나는 한밤 중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존의 방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10대 학생인 알리시아와 존이 사랑을 나누고 있다. 믿지 못할 광경을 보고 놀라서 돌아나오게 되고 존은 그녀에게 변명하려한다. 이때 심하게 밀쳐진 존은 계단을 구른다. 다리가 부러졌다.
교장은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톱을 가져오게 한다. 끔찍한 처치가 끝나고 잠에서 깨어난 존은 자신의 다리를 보고 절규한다.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여자들을 저주한다. 남은 건 분노뿐인 존은 총을 찾아내 여자들을 위협한다.
일곱 명의 여자들은 총과 남자 앞에서 무력해지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교장은 결단을 내리고 최대한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만찬을 만들겠다고 말하고 에이미에게는 버섯을 따오라고 한다.
한껏 차려입은 일곱 명의 여자들과 한 명의 남자 존이 한 식탁에 둘러앉는다. 음식이 돌아가며 접시에 담긴다. 버섯이 담긴 볼을 옆 사람에게 넘긴다. 모두 한 스푼도 덜어내지 않는다. 마침내 존의 차례가 왔다. 존은 버섯을 자신의 개인접시에 듬뿍 담는다. 교장과 에이미의 눈짓이 심상치않다.
존이 버섯을 먹고 잠시 후 “숨이 쉬어지지 않아. 숨을 쉴 수가 없어”
그리고는 쓰러진다. 독버섯이다.
헝겊에 싸인 시체는 밖에 내 놓는다. 문 안에는 일곱명의 여자들이 서 있다. 클로즈업되는 화면.
존은 교장인 마사와, 사려깊은 에드위나와, 눈에 띄게 그를 유혹하려는 알리시아와의 은밀한 심리를 즐긴다. 존의 등장 이후 여자들은 부쩍 옷차침과 몸단장에 신경을 쓴다. 존은 그것을 이용한 것일까? 에드위나에게는 사랑을 말하고 또 다른 여자 알리시아와 사랑놀음을 벌인다.
사랑은 순식간에 분노로 변하고 존은 여자들의 적이 된다. 잘린 다리로 절뚝거리며 다니는 그는 한 마리의 포효하는 짐승 같았다. 일은 한 번 꼬이면 그 끝을 알 수 없다. 두 여자와 사랑한다고 해서 다리가 잘리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순수한 에드위나의 사랑을 배신한 댓가는 처참하다.
작지만 엄연한 학교를 운영하는 교장 마사의 역할은 니콜 키드먼이 맡았다. 차가운 눈매, 흐트러짐 없는 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신까지 가지고 있다.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 단호하고 곧바로 행동에 옮긴다. 리더의 결정이 그룹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존이 위협할 때 교장이 갈팡질팡 고민만 하고 있었다면 그룹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리더의 기질은 타고 나는 것일까? 두려움을 누르고 다른 사람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구해주려는 모습이 돋보였다. 결국 현명한 판단으로 그룹 전체를 안전하게 살릴 수 있었다. 정당방위라고 해야 하나?
특별하고 예외적인 상황에 놓일 때 그 사람의 기지가 발휘될 것이다. 그룹의 존폐가 위기에 놓일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살펴보면 그 사람의 본래 모습을 알 수 있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인지, 아니면 타인의 입장도 고려하는지 알 수 있다.
영화속에는 인간의 본능과 사랑받으려는 욕구가 살아 숨 쉰다. 위기 속에서도 사랑은 피어난다. 어떠한 상황이라도 인간은 사랑을 갈구한다.
어떻게든 그룹을 지켜내려는 교장 니콜 키드먼의 차가운 연기가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부상당한 병사가 여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동화같은 얘기를 상상했다. 정반대의 내용 전개는 매우 흥미롭다. 싸늘한 시체가 되어 저택을 나가게 된 병사는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매혹당한 사람들의 작당은 치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