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가르 파라디 감독, 페넬로페 크루즈 주연
제71회 칸 영화제 개막작 (2018)
라우라의 큰 딸이 납치된다. 쥐도 새도 모르게.
동생의 결혼식을 위해 고향으로 온 라우라. 딸과 아들만 데리고 온다. 남편은 2년째 구직중이다. 결혼식의 여흥도 잠시, 딸이 실종되자 온 집안은 초토화되고 모두 걱정에 휩싸인다. 어렸을 때 라우라의 집에서 일을 돕던 일꾼의 아들 파코가 적극적으로 도우려 나선다.
범인들은 문자를 보냈는데 경찰에 알리면 즉시 딸을 죽인다는 내용이다. 돈을 요구한다.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와중 남편이 도착한다. 남편은 신이 도우실 거라는 얘기만 한다. 파코가 제안한 것은 자신이 운영하는 농장의 동업자에게 농장을 판다고 소문을 내는 것이다. 실로 엄청난 돈이기에 마련한다는 소문만 내자는 것이다.
하루 이틀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초죽음이 되어가는 라우라는 파코를 만나 농장을 실제로 팔 수 있냐고 간절히 물어본다. 그리고 부탁한다. 일꾼도 많고 그들도 딸린 식구들이 있다며 파코는 거절의 의사를 비춘다.
그러자 라우라는 이전의 얘기를 꺼낸다. 라우라가 결혼하고 3년 후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파코를 만나고 파코는 돌아갈 때 라우라를 데려다준다. 그러나 헤어진 걸 믿을 수 없다며 파코가 다가와 키스했고 둘은 마지막 밤을 보낸다.
그리고 던져지는 충격적인 말
“걘 네 딸이야, 혹시 나한테 복수하는 거라면 이러지마, 걘 네 딸이야”
라우라는 파코를 의심하고 있었던 거다. 파코는 충격을 받고 결국 농장을 팔아 돈을 마련한다. 범인은 누구도 아닌 라우라 언니의 딸 로시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다.
로시오는 가족끼리 의심하는 숨막히는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결국 몰래 밤에 빠져나온다. 이레네를 데리고 있는 남편에게 가 그냥 풀어주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남편과 작당을 벌이고 있는 또 다른 한 명이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한다.
다음날, 파코에게 연락이 온다. 돈을 주면 이레네를 풀어주겠다고 해 파코는 연락장소로 간다. 문이 열린 차 한 대를 발견한다. 이레네는 손과 발이 묶인채 숨죽이고 있다. 이레네를 구해 오고 가족들은 의심을 거두고 헤어진다. 라우라의 언니, 로시오의 엄마는 조용히 남편을 부른다. 딸과 사위가 벌인 일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그 밤 손녀를 봐주던 엄마는 딸 로시오의 바지가 젖어있고 병원에 다녀온다는 말을 의심한 것이다. 아마도 남편에게 그 말을 하리라. 내 딸과 사위가 벌인 일이라고.
이레네는 파티가 끝난 밤 납치된다. 가족들은 경찰에 연락하면 죽인다고 하는 바람에 연락도 할 수 없고 어떻게든 범인과 잘 협상해 이레네를 구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비밀과 의심들.
이레네가 라우라의 남편 딸이 아닌 파코의 딸이라는 걸 마을 사람들은 대략 알고 있다. 라우라의 남편은 이미 알고 결혼했고 이레네를 함께 잘 키웠다. 딸을 사랑했고 실종되었을 때 반드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수사를 도와주는 지인은 범인이 주변인이라고 단정짓는다. 아마도 라우라 가족에게 원한을 가진 농장 일꾼들 중 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딸과 같이 소중한 존재가 없어졌을 때의 부모의 심정은 하늘이 무너진 것과도 같으리라. 아이가 납치되어 받을 고통과 불투명한 앞날은 마음을 매우 불안하게 한다. 어떻게든 누구에게든 도움을 청하고 싶을 것이다. 누구의 말에든 귀 기울일테다.
벌어지지 말아야 할 불행 앞에서 사람들은 본성을 드러낸다.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마음을 실행에 옮기는 파코는 이레네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속이 더 타들어간다.
일본에 초등학생이던 딸과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거대한 놀이공원 모노레일에서 내렸는데 가방을 두고 내렸다. 딸은 올라탔고 나는 플랫폼에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딸은 초등학교 5학년이고 일본어를 한마디도 못한다. 처음에는 상황인지조차 되지 않았다.
이 넓은 외국에서 아이를 어떻게 만나지? 태어나서 패닉상태라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15년 전 일이다. 휴대폰도 한 대밖에 없고 딸이 가지고 있었다. 한국에 있는 여행사로 전화했고 여행사에서 딸에게 전화해 몇 번 플랫폼으로 가라고 연락해주었다. 그러나 내리는 곳이 여러 군데고 휴가철이라 사람들이 개미처럼 바글거렸다.
저 멀리 계단에서 내려오는 딸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내 딸이 천사처럼 보였다.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다.
40분 내 곁을 떠난 딸이 돌아왔을 때도 이렇게 기쁜데 라우라의 기분은 어땠을까? 가족을 의심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내 아이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앞서니 다른 그 누구라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화려한 결혼식 파티와 대조적인 이레네 납치사건 후의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는 대 반전을 이루며 이야기를 끌고 간다. 거듭 이어지는 충격적인 사실들은 이레네를 찾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고 갈등만 키워나간다.
인간은 불행 앞에서 더 솔직해지고 본색을 드러낸다. 그때마저도 우아하고 가식적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한꺼풀만 벗기고 들여다보면 인간의 모습은 비슷하다. 나의 이익 앞에서는 남을 거침없이 이용하고 의심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니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