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다
◕ 바쿠라우 Bacurau ◔

by 글로

-7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2019년)


-클레버 멘돈사 필로 감독, 우도 키에르 주연

‘두려움과 공포의 축제가 벌어지고 혼령은 깨어나 땅 위를 배회하지’


카르멜리타의 장례식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슬퍼한다. 토니 시장이 나타나 유세 중이라며 책, 음식, 의료품을 내려놓고 간다. 브라질의 외딴 마을 바쿠라우. 바쿠라우는 ‘쏙독새’라는 뜻이다. 이상한 비행물체가 마을 위를 돌아다닌다.


초등학교에서 수업 중 마을이 지도에서 없어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마을에 물을 대는 급수차에 누군가 총을 쏴 구멍을 낸다. 농장에서 도망친 말들이 마을로 몰려온다. 이 사실을 농장에 알리러 간 사람들이 사살당한다.

마을에는 이상한 일들이 거듭 발생하고 급기야 어린아이가 놀다 살해되는 사건까지 벌어진다. 마을 사람들은 불길한 일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오래 전 마을을 떠나 살고 있는 힘 있는 젊은이 ‘룽가’를 찾아간다. 힘을 합쳐 마을을 지켜내자고 제안한다. 돌아온 룽가. 마을 사람들을 모으고 의지를 다진 후 함께 땅을 판다. 깊이 깊이 파내려간다.


이들과 떨어진 곳에서 또 다른 일을 도모하는 이들이 있다. 사회와 인간관계에 불만과 분노가 가득해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빨리 가서 일을 해치우자고 보채는 사람. 쓸데 없이 어린 아이를 왜 죽였냐고 비난하는 사람, 비위를 조금만 건드려도 총을 쏴 겁주는 사람들이다.





그날이 되어 모여서 출발하고 마지막에는 각자 흩어져 총구를 겨눈다. 아름다운 자연과 대비되는 불길한 조짐들과 움직임. 이 조용하고 작은 마을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악의 무리들이 도착하지만 마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어디엔가 숨어 있는데 찾을 수가 없다. 서서히 조여오는 심장, 다가오는 발걸음. 마을 가까이 가지만 사람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숨을 죽이고 총을 겨누며 다가오는 살인자들. 그들이 총을 쏘기 전에 숨어 있던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그 무리들을 쏘아 죽인다. 모두 사살하고 우뚝 선 대장은 그제서야 땅 속에 숨어 있던 노약자들과 여자들을 밖으로 나오게 한다.

끔찍한 일이 끝나고 핏물로 흥건한 바닥을 물로 씻어낼 때 토니 시장이 필요한 거 없냐며 갑자기 등장한다. 그 때 그 악의 무리 대장이 끌려오며 외친다. “토니, 이게 뭐야? 돈 준다고 했잖아! 이게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마을 사람들은 대장을 파 놓은 땅속 구덩이에 가두고 봉해버린다. 힘을 합쳐 마을을 지켜낸 것이다. 시장은 사람들을 고용해 이 마을을 전멸시키려 했다. 자신의 유세와 시장 당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마을을 없애려고 계획했다. 아무도 찾지 않고 외부와의 교류도 없으며 누가 죽어도 모르는 마을이다. 브라질의 낙후된 최하층 부류의 사람들은 이렇게 잔인하게 죽임을 당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마을 사람들은 향정신성 약을 한 알씩 혀에 놓고 삼킨다. 기분을 좋게 하고 용감하게 하는 약을 나눠 먹는다. 그리고 용감히 마을을 지키고 두려움을 함께 이겨냈다.

마땅히 죽어야 하는 사람은 없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생명은 소중한데 어떻게 한낱 정치인이 마을의 몇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죽일 생각을 했을까?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의도가 극악무도하다. 전기를 끊고 도로를 폐쇄하며 GPS에 신호도 잡히지 않도록 제지했다.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살인을 저지르려는 그는 ‘빌런’ 그 자체다.




인권의식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요즘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상상만으로도 인간의 잔인함과 비인간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시장은 결국 알몸으로 온몸이 포박된 채 나귀에 실려 억새풀이 가득한 숲으로 쫓겨난다. 누가 누구를 죽일 권리는 없다. 누구든 자유롭게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누구의 이익을 위해 죽임을 당해야 하는가? 이익이 되는 사람은 남기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벌레 죽이듯 처리해도 된다는 의식은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의 부재에서 나온 어리석음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정화 차원에서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잡아들여 가두고 노역했다는 사실을 듣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던가? 같은 인간이 힘이 세다는 이유로 한 인간을 심지어 나라를 빼앗고 지배하고 착취할 권리는 없다. 그렇게 했다면 그 값은 반드시 받게 되어 있다. 다시금 스토리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잔인한 어리석음에 대해 환기하게 된다.


영화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브라질의 자연을 대비해서 보여준다. 인간들의 불안과 대비해 자연은 야속하도록 웅대하고 잠잠하다.


*악마는 우리 안에 수천수만의 모양으로 있고, 언제 어떤 먹이를 주느냐에 따라 집채만큼 커질 수도 수수깡처럼 힘없이 부러질 수도 있다.


*출처: 『단어의 집』 안희연, 한겨레출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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