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 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삼십칠 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끝없이 올라야 할 것 같은 계단이 펼쳐진 언덕이다.
계단은 마치 오랜 시간을 버티어 온
나무의 모양을 닮았다.
이곳은 곧 마을이 될 것이다.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 옹기종기 이마를 맞댄 크고 작은 집들이 모인 마을.
그 마을에는 사람 아닌 생명들도 산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 사람 냄새 가득한 마을도 모여들었다.
함께 살자 청한 것이다.
고양이는 그들을 대표한다.
마을에 어스름이 깔리면 집집마다 환하게 불이 켜진다.
가족들 모두 그들의 보금자리로 모인 것이다.
저녁 밥상을 마주하고는
종일 있었던 일들을 재잘거릴 터다.
마을 고양이들도 덩달아 즐겁다.
하얗게 눈 쌓인 추운 겨울밤이지만
모두들 함께라서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