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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쟁이 Jul 27. 2023

재밌어져라

온몸으로 즐거워하기

가진 바를 자랑하는 일은 그만두는 게 옳다. 날카로움을 주장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집 안에 가득한 보물은 지켜낼 수가 없다. 재물이 많고 벼슬이 높다고 교만하면 스스로 허물을 남기게 된다. 공功을 이루고 이름을 얻었거든 몸을 뒤로 빼는 것이 하늘의 道다.

지이영지 불여기이 췌이예지 불가장보 금옥만당 막지능수 부귀이교 자유기
持而盈之 不如其已 揣而銳之 不可長保 金玉滿堂 莫之能守 富貴而驕 自遺其
구 공수신퇴 천지도
咎 功遂身退 天之道    

노자의 도덕경 제9장

책장에서 꺼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언제든 볼 수 있도록 내 책상 위에 늘 놓여 있는 책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가 요동칠 때 이 책을 읽고 생각하면

거친 풍랑이 잠잠해진다. 세상사 그렇지 뭐 하며 호연해진다.


요즘 나는 그림 그리는 행위가 무척이나 즐겁다.

누군가의 인정 따위를 기대하지 않는 나는

마음이 참 가볍다.

걱정도 없고 두려움도 없다.

오직 나의 즐거움을 위해 그릴 거야.

내가 재밌어하는 그림을 그릴 거야.

나의 즐거움이 내가 그림 그리는 이유이다.


가로 1m, 세로 1m의 작업 공간은 늘 어지럽다.

게다가 이 공간은 나 혼자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다.

가족들이 모두 모이면 이곳에서 밥을 먹는다.

또 나의 또 다른 일터이기도 하다.

판을 벌였다가 때가 되면 치우기를 반복해야 한다.

이게 번거로워 손 그림 그리기를 마다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즐거움이 번거로움보다 훨씬 크다.


요즘은 포토샵이며 프로크리에이터 등등..

그림 그리기 프로그램이 아주 훌륭하다.

프로그램 내의 브러시 또한 나날이 질이 좋아져서

수채화로 그린 듯, 연필로 그린 듯... 아주 감쪽같다.

물론 손그림보다 쉽다? 고 할 수는 없다. 시간도 아주 많이 걸린다.

A.I. 가 몇 개의 지시어로 뚝딱 그리듯

그려지는 것이 아니다.

도구가 훌륭해도 그림 그리는 감각이 없으면

그려낼 수 없다. 당연히 오랜 연습도 필요하다.

그러니 디지털로 그린 거야? 하며

함부로 낮추어 평할 수 없다.

게다가 디지털로 그려내는 그림이 가지는

이점도 상당하다.

그렇지만 나는 손그림이 더 즐겁다.

직접 경험해 보니 알겠더라.

태블릿 펜을 들고 모니터를 응시하며

그리는 그림보다는 직접 그림도구를 느껴가며

그리는 손그림이 훨씬 신나더라.

물감이 번지는 순간도

물감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시간도...

연필 서걱거리는 소리도,

색연필 힘주어 빡빡 칠하는 행동도...

모두가 즐겁다.

조각조각 그린 그림들을 조립(?)한다
지나가는 아들에게 들고 서 있어 보라고 부탁했다.

내가 그린 이야기 속에 나오는 산타썰매가 완성되었다.

스스로 꽤 뿌듯해졌다. 이걸 만들었네! 하면서...

(그린게 아니고 만든 건가?)

이제는 보드에 붙이는 일이 남았다.


33.4x33.4cm MDF 패널 위에 혼합재료

이렇게 또 하나의 작업을 마쳤다.

작업하는 내내 즐거웠다.

그럼 되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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