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이 녀석이 책상에 올라오네요.
오후에 출근하는 날이면 아이들 아침 챙겨주고 나서 점심때까지 컴 앞에서 블로그 포스팅을 하거나 제가 좋아하는 이웃님들 글에 댓글 달면서 커피 한잔 하는 나름 평온한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소리가 큰 키보드를 좋아하지 않는데 아들내미가 게임용 키보드를 설치해 놓아서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리는 맘에 들지 않지만 터치감은 좋네요.^^
제 평온한 시간을 방해하는 녀석이 생겼습니다.
우리 집에 온 지 이제 벌써 3년이 된 암컷 고양이입니다. 이름은 바리라고 해요.
오른쪽 발바닥이 귀여워서 "바리"라고 지었습니다. 상당히 순한 녀석이에요. 보기엔 전혀 그래 보이진 않을 수 있지만요.
얼마 전까지 친구가 한옥을 개조한 작은 서점을 운영했었습니다. 어미가 새끼 3마리를 데리고 서점 주변에서 돌아다니길래 사료 사다 놓고 친구 녀석에게 가끔 주라고 부탁했죠. 그러던 중에 유독 새끼 중 한 마리가 겁도 없이 서점 안으로 들어와서 돌아다니더랍니다. 원래 길냥이들 잘 안 들어오잖아요. 친구 녀석 책상에도 올라가고.
첨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내버려 두었다네요.
어느 날 어미가 안 보여서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비 오는 날 어미와 다른 형제는 안 보이고 이 녀석 혼자 차 밑에서 떨고 있더랍니다. 안쓰러워서 집안에 데려오게 되었고 키울 수밖에 없게 된 거죠.
문제는 서점을 한다는 것이며 손님 중에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런 녀석인데 요즘 이상한 버릇이 생겼어요.
원래 제가 컴퓨터 하면 책상 위 책꽂이에 자기 전용칸이 있어서 거기에 있거나 냉장고 위에 올라가거나 하는데 요즘은 모니터와 키보드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가 넓지 않아서 딱 식빵 자세 하면 공간이 맞거든요. 그렇게 얌전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리 잡고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았어요. 제가 한 시간 정도 있으면 한 10분에서 15분 정도 있다가 갔는데 이제는 잠도 자기 시작했습니다. 키보드 소리가 거슬리지 않나 봐요. 자다가 그루밍하고 또 자고 가라고 밀면 성질내요. 이제는 키보드도 발로 밀어내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싫지 않습니다. 재미있고 좋아요. 지금도 편안한 자세로 자고 있습니다.
내가 좋고 나와 같이 있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려고 해요.
다른 생명체와 교감하는 것 그것만큼 신비롭고 따뜻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