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재택중에 경험해본 작은 일탈

조금만 힘을 내면 새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답니다.

재택근무 하면서 활동량은 현저히 줄어들고 아이들과 꼬박꼬박 세끼를 챙겨 먹고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체중이 증가하게 되더군요. 저 역시 그런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요.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 아침 주고 온라인 수업 듣는 중에 제 일을 시작합니다. 

좋은 후보자를 찾거나 기고할 글을 쓰거나  하다보면 금방 점심 시간이 됩니다. 

점심 먹고 나서도 비슷한 패턴이죠. 

아이들은 각자 방에서 공부하고 전 거실에서 일하고 그러다보면 저녁먹고 밤이 됩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일상인 거죠.




오늘은 점심먹고 잠시 거실에 앉아 있으며 창 밖을 보는데 날이 흐리더군요.

덥지도 않을것 같고 자전거 타기 좋겠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데 쉽사리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어요. 

해야할 일 도 있고 그냥 왠지 생활 패턴을 깨는 일 같아서 주저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자전가 타고 와봐야 길어야 3시간인데 3시간 자전거 탄다고 문제가 생기는 생활이면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생활이니 싹 뒤집어 엎을 필요가 있을 거다. 이래나 저래나 괜찮을테니 타고 오자고 결정하고 10분안에 준비 완료 하고 출발했습니다. 


오랜만에 나오니 정말 시원하고 개운했습니다. 이 좋은걸 왜 안나오고 고민했을까? 생각이 들정로로 말이죠. 

바람도 도와주니 평소보다 빠르게 달렸습니다. 한참 달리고 나니 처음 가고자 하는 목적지 보다 좀 멀리 왔더군요.  원래 편도 10KM 정도만 가볍게 타려고 했는데 20K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아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비 많이 오는데 괜찮아?"

"어 여긴 안오는데. 아니 오기 시작했다. 빨리 갈께." 신기하게 전화 받자마자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조금만 가면 비를 피할 수 있다면야 최대한 빨리 달리겠는데 집까지 20KM 거리에 비는 그칠 기미는 없어 보이니 모든걸 내려 놓게 되더군요. 그냥 비 맞으면서 달렸습니다. 

전 비오는 날은 물론이거니와 비온 다음날에도 자전거를 타지 않습니다. 곳곳에 물웅덩이도 있고 자전거도 더러워지면 닦는 것도 일이라서요. 그래서 비맞으면서 자전거를 탄 경험이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 경험을 바로 오늘 한거죠. 인생 처음의 우중 라이딩을 해본겁니다. 

점심먹고 원래대로 집에 있었으면 경험해 보지 못했을 특별한 경험(제게는 매우 특별한)을 해볼 수 있었던 거죠. 원래 비 맞는 것 자체가 싫다기 보다 맞고나서의 찝찝함을 싫어 했기 때문에 일단 비 맞기 시작하니 시원함이 가장 먼저 들고, 그 다음 상쾌함이 들더군요. 

비가 많이 오니까 자전거 도로에 사람이 없어서 주변 경치 감상하면서 천천히 달렸습니다. 그전에 보지 못했던 풍경을 많이 보게 되더군요. 아무래도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으면 어느 정도 속도를 내서 달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처럼 비가 오는 날은 그런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도로를 전세낸 느낌이었습니다. 


자전거 도로가 이렇게 조용한 적이 없었고 반대로 조용함 속에 빗소리가 이렇게나 멋지게 들릴 줄 몰랐습니다. 비 맞으면서 걷는 것과 자전거를 타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속도 차이도 있고 높이 차이도 있죠. 

빗소리와 제 숨소리만 들리면서 쭉 뻗은 도로를 달리니 러너스 하이(RUNNERS HIGH)가 이런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만큼 정말 좋았습니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거나 귀찮음을 극복하고 행동하게 되면 예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 중에 소중한 어떤 경험을 하게 될 지도 몰라요.

작가의 이전글 가끔은 아님말고도 필요하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