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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odok May 18. 2022

시의 논리와 소설의 논리

문창과에서는 무엇을 배우나 12

오늘 수업은 시를 구성하는 논리와 소설을 구성하는 논리의 차이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다. 교수님이 프로젝트 화면으로 전통가요인 "갑돌이와 갑순이"의 가사를 띄웠다.

이 노래 아시는 분?

아는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해도 단 한 명도 손을 들지 않는다. 답답해진 교수님 '갑돌이와 갑순이' 노래를 부르신다. 그리고 재차 물으신다. '노래를 들어봐도 모르겠어요?' 학생들 눈만 멀뚱멀뚱할 뿐이다. "아 세대차이가 난다고는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심하네요" 정년퇴직이 몇 년 남지 않은 교수님의 얼굴에 급 실망의 빛이 보인다. 아니 '이렇게 유명한 전통민요를 모른단 말인가' 의아한 나는 수업이 끝나고 나서 주변 몇몇에게 물어봤다.

"진짜 처음 들은 노래예요?"

처음 들아봤다는 학생들이 다수다. 또 다른 학생은 '들어는 본 것 같은데 별로 기억이 안 난다'라고 한다. '갑돌이와 갑순이'는 민요풍 가요 전문 가수인 김세레나 씨가 60년대 중반에 리메이크 발표한 이후 많은 가수들이 즐겨 불렀던 노래다. 우리 세대는 이 노래가 김세레나의 간드러진 춤사위와 함께 연상된다. 김세레나는 6-70년대 가수 중에서 최고 흥행 수입을 올렸던 가수였다.

     

<신민요 김부해 편곡 김세레나 노래>

돌이와 갑순이


1. 갑돌이 갑순이는 한마을에 살았더래요

둘이는 서로서로 사랑을 했더래요

그러나 둘이는 마음뿐이래요

겉으로는 음음음 모르는 척했더래요


2. 그러다가 갑순이는 시집을 갔더래요

시집간 첫날밤에 한없이 울었더래요

갑순이 마음은 갑돌이뿐이래요

겉으로는 음음음 안 그런 척했더래요


3. 갑돌이도 화가 나서 장가를 갔더래요

장가간 날 첫날밤에 달 보고 울었더래요

갑돌이 마음은 갑순이뿐이래요

겉으로는 음음음 고까지 것 했더래요


노래의 기본 줄거리는 비극적 사랑이야기다. 여기서 가장 불행 사람은 누구일까? 갑돌이? 갑순이? 가장 불행한 사람은 갑돌이와 갑순이의 배우자일 것다. 이것을 확대시키면 남녀 간의 갈등구조가 드러나는 소설을 쓸 수 있다. 노래 속 삽화를 압축하거나 은유로 대처하면 시가 되고 갑돌이와 갑순이의 내숭에 대해 사건과 삽화를 확대 부연하면 소설이 된다. 달을 보고 우는 남편이나, 첫사랑이 생각나서 첫날밤에 우는 아내를 스토리로 끼워 넣으면 소설의 장성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소설과 시의 정황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노래를 끌어와 봤다. 참고로 1930년대 오리지널 가사를 보면 "경기도 여주땅에 살았던 박돌이와 갑순이 이야기다"라는 부연설명이 있다. 스토리가 있는 노랫말이다.    


소설은 객관성과 논리성을 중요시한다.

설명을 해줘야 한다. 현실세계에서는 있을 수 있는 우연성이나 과장을 오히려 배제하고 논리를 필연적으로 구축한다. 현실보다 더 필연적인 개연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즉 리얼리티(reality)와 논리성(logic)을 강조해야 한다. 리얼리티가 없는 소설은 소설이 아니다.


반면 '시'의 논리는 주관적 개념을 중시한다

즉 "여름이 뜨겁다고 매미가 운다"라는 표현의 시가 있다(안도현 시부분) 이 정도도 충분하게 주관적인 은유가 살아있는데, 이 대목을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겁다"로 한번 더 비틀어 본다. 또 다른 시를 보면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서정주 시 부분) 또는 "누님께서 아름다워서 가을이 왔습니다"(고은 시부분)라는 표현들은 속된 말로 이공계 학생들은 이해 못 할 표현이다.


시는 습관화되고 자동화된 인식을 거부하고 대상을 새롭게 인식하여 낯설게 느껴지게 한다.  

시는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아내어 노래를 하여야 한다. 따라서 비유와 상징으로 표현되는 자기만의 주관적 시어를 찾아야 한다.

1) 비판적이고 논리적 시각을 배제한다.

2) 일상 화법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 어려운 부분도 인정한다.

3) 시적 착상(씨앗) 전체 정황(상황, 국면) 표현의 밀도(이미지, 비유)살린다.

4) 감각을 동원한 표현으로 일상을 벗어난 표현을 살핀다.

5) 제목, 구두점, 띄어쓰기, 행갈이, 연 갈이의 차이를 다.

6) 표면적 의미와 숨겨진 의미의 차이를 파악한다.


소설의 논리 상반된다. 현실세계에서는 10년 전에 헤어진 애인을 우연히 길에서 만날 수 있고, 로또 복권에 당첨될 수도 있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단순하게 우연히 전개하는 것을 배제한다. 현실보다 더 필연적인 객관성을 갖출 수 있도록 설정하고 설명해 줘야 한다. 리얼리티와 논리성을 갖추지 않으면 소설이 안된다. 소설은 사실이 아니고 허구다. 즉 가짜 이야기로 독자에게 감동을 주려면 현실보다 더 리얼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독자가 소설이 허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감상하는 것이다. 허구인데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이 만들어야 하는 이율배반이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리얼리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가짜 이야기로 독자에게 감동을 주려면 진짜보다 더 리얼해야 한다.


소설 읽기의 방법

1) 이야기와 소설의 차이를 이해한다.

일반적으로 소설을 스토리라고 하거나 픽션이라고도 한다. 소설을 뜻하는 용어 및 발달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이야기..... story

꾸며낸 이야기... fiction

그럴듯하게 꾸며낸 이야기... novel 노블

전부 소설을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 엄격하게 구분하면, 황당무계하거나 환상적인 것은 소설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춘향전이나 흥부놀부전, 홍길동전 등은 리얼성이 없다. 따라서 근대소설 관점에서 보면 훌륭한 소설이 아니다.


2) 이야기가 줄거리 중심이라면 소설은 플롯(plot 인과 구성) 중심이다.

예를 들면 어린아이에게 '왕비가 죽었다'라고 들려주면 어린아이는 그래서? 그다음은? 등 사건 중심으로 궁금해한다. 그러나 좀 더 성장한 후에는 원인과 결과 중심의 묘사 "왜?"에 관심을 갖는다." 왜 죽었어?" 소설은 서술과 묘사가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문장이 구성되는 것이다.


3) 의존 화소와 자유 화소로 구분한다.(화소: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이야기 최소 단위)

의존 화소.... 줄거리 전개에 필연적인 화소로서 소설의 시간적 운동을 결정한다. 화소가 바뀌면 이야기 전개가 바뀐다. 심청전을 예를 들면 공양미 때문에 협상이 결렬되거나, 춘향전에서 변학도가 암행어사라면 이야기 구조가 원천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자유 화소.... 의존 화소 이외의 화소, 소설의 공간적 형태 결정한다. 바꿔도 이야기 구조는 안 바뀐다. 기본 줄거리 하고는 큰 관계는 없다. 그러나 작품에 리얼리티와 문학성을 부여한다. 예전 소설이 의존 화소 중심이었다면 요즘 소설은 자유 화소 중심이다.


다음 시간에는

시와 소설의 차이와 변환에 대해 알아본다. 기성작가의 작품 재구의 '시' 사평역을 바탕으로 소설가 임철우가 쓴 소설 '사평역'을 가지고, 시와 소설의 구성 논리를 배워보자. 그리고 난 후 '시' 한편을 분께 소개한다. 그 ''를 바탕으로 각자가 자신만의 소설을 주어진 시간 내에 작성해본다. 물론 여러분의 소설은 소설 '사평역'처럼 시와 동떨어지지 않은 분위기가 작품 전편에 걸쳐서 나타나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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