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dodok Jul 05. 2022

나의 12살 때 친구들은 어디 있나요?

문창과에서는 무엇을 배우나 21

오늘의 기전 과제는 영화 '스텐 바이 미'를 보고 영화 감상문을 쓰는 것이다. 강의실에서 120분 수업 중 영화를 90여분 보고, 나머지 시간 내에 글을 써내는 것이다. 감상문 작성 조건은 서간체 형식으로 경어를 사용해서 작성해야 한다.     


=======과제작성


나의 12살 때 친구들은 어디 있나요?

영화 "스탠 바이 미"를 보고 편지를 쓰다.


가슴 시린 이야기는 성인들만의 독점은 아니겠지요. 어린아이들도 저마다 아픔의 무게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어린 소년들도 가슴 한 군데는 다들 아픔을 지닐 수 있습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성인들 크기만큼은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요.


어느 날 문득 주변을 돌아보면 10대 때의 우정을 나누던 친구들은 이제 없습니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요? 세월 앞에 장사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평생 이어질 것 같던 시절에 쌓은 친구들과의 우정은 흐르는 세월 앞에서 다 마모되었습니다.


어느덧 중견작가가 된 주인공이 신문 속에서 12살 때 친구의 비극적인 근황을 접합니다. 술집에서 모르는 사람들의 싸움을 말리다가 엉겁결에 휘말려서 살해당하고 맙니다. 어릴 적 친구의 죽음을 애통해합니다. 소외되고 힘들었지만 가장 빛나던 시기를 함께 했던 친구들을 기억 속에서 하나하나 불러 봅니다.


부모님의 무관심 속에서 성장하던 12세 소년들이 있었습니다. 작은 마을의 소외된 아이들은 흡연이나 포커 등 어른 흉내내기를 통해서 우정을 쌓아갑니다. 한 아이가 우연히 엿들은 '레이'의 사망사건을 밝혀서 동네 영웅이 되어보고자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옵니다. 세상을 향해 준비가 안된 소년들에게는 집을 떠나는 여정은 고생길이겠지요.


온갖 고난을 헤치고 '레이'의 시체를 찾았지만, 결국 무기명으로 제보하고 쓸쓸히 귀향합니다. 성장통을 겪는 소년들의 이야기는 결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가슴 한편이 더 서늘하게 공감이 가는 성장영화입니다. '성장영화'를 표방하는 많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스탠 바이 미'는 성장영화이면서도 로드무비 그런 범주에 들어가는 영화라고 봅니다. 다른 성장영화나 로드무비와 다른 점은 자극적인 액션씬이나 성애 장면이 없이도 재미있게 만들어진 매우 귀한 영화입니다.


물론 일부 장면에서 미국적인 캐릭터가 슬쩍 보여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극적이지 않은 소소한 이야기로 가슴 뭉클하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4명의 소년이 보여주는 90여 분은 화면을 응시하게 하는 강한 힘이 있습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편에 묻어두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끄집어낸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했습니다. 원작자가 갑자기 궁금했습니다. 핸드폰으로 자료를 찾아보니 오래전에 참 감동 깊게 봤던 영화 "쇼생크 탈출"의 원작자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의 12살 적 친구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요. 앞만 보고 달리던 생활 속에서 이름도 얼굴도 다 잊혔습니다. '스탠 바이 미'는 내가 쓴 추억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것 같습니다. 그때 그 시절 친구들과의 우정이 추억의 이름으로 가슴 한편에서 울컥 올라옵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12살의 우정보다 나은 우정을 만나본 사람들은 계시나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그때 그 시절의 친구들이 생각나는 영화입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나와서 순수했던 그때 그 친구들과 영화 속에서나마 재회하시길 권합니다.   




===============이하 사족


내 글을 강의실에서 공개적으로 읽어주신 교수님.

읽고 나선 왈,

'12살 때 나의 친구들은 어디 있나요?' 이런 표현을 여러분은 아직 못하겠지요? 세대별로 감상문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스탠 바이 미

Stand By Me 1986 미국 

드라마 상영시간 : 89분


요즘 한국에서 글쓰기 일타강사(?)로 유명한 '스티븐 킹' 원작이다.

작은 마을에 사는 4명의 소년들은 각자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 소년들이 사라진 '시체'를 찾아 떠나는 하루만의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의기투합한 소년들은 기찻길을 걸어서 시체가 있는 현장에 도착했지만, 정작 남은 것은 더욱 돈독해진 우정뿐이었다. 원작명은 "시체(The Body)"       






작가의 이전글 소설을 이용한 '속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