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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odok Jul 02. 2022

소설을 이용한 '속죄'

문창과에서는 무엇을 배우나 20

이번 주 기전 과제는 영화 ‘어톤먼트’(2007)의 원작 소설인 '속죄'를 읽고 분석하기다.(게으른 탓에 시차가 있음) 내가 얼마나 충실하게 소설을 읽고 분석할 수 있을지 조금 자신이 없다. 하지만 과제가 아니라면 언제 이런 호흡이 긴 소설을 접할 것인가. 짧은 글, 아니면 신문이나 읽고 살아왔던 지난날을 속죄하는 기분으로 '속죄'를 읽는다. 소설을 읽고 질문에 대한 파일을 작성해서 제출 기한 내에 업로드해야 한다. 소설의 물리적인 두께와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의 소설이 주는 중압감으로 한 주 내내 헤맸었다.   

  

[노트1]

※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죄>>를 읽고 다음 질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봅시다


1. 인물에 관하여  

   

1) 이 작품의 주요 인물 3명을 찾아, ①각각의 인물형을 분석하며, ②각 인물의 행동 특징이나 인식의 한계가 드러나는 지점(단점)을 찾아보고, ③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인물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점(장점)을 적어보자.    

 

브리오니: 작가적 재능을 타고난 탈래스가 소녀

① 작가적 재능이 일찍 발현한 소녀. 그녀는 식사도 거른 채 단 이틀 만에 연극 대본을 완성했다. 심지어 포스터와 입장권, 매표소까지 혼자서 준비하기도 하는 치밀했다. 사랑은 이성에 근거해야 한다는 논리에 충실한 소녀 작가였다.   ② 본인의 뛰어난 작가적 상상력을 이용하여 현실과 유리되는 진술을 하여 의사를 꿈꾸는 한 남자의 삶을 파탄으로 이끌었다. 사법적 진술은 오직 자신이 본 진실만을 진술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확신에 빠져서 결과적으로 위증죄를 범한 것이다.   ③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글쓰기의 결과로 타인에게 피해가 무참하게 나타났다. 그 결과 속죄하는 마음으로 종군 간호사를 지원한다. 현실에서는 로비와 세실리아는 전쟁통에 각자 다른 곳에서 죽었다. 브리오니는 두 사람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자신의 소설  "속죄" 속에서 두 사람을 해피엔딩으로 귀결시켜서 '속죄'의 뜻을 비쳤다. 어쩌면 이 책은 브리오니가 피해자인 로비와 세실리아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속죄'의 헌정판이다.  


로비: 탈래스 집안 가정부의 아들로 의대진학을 앞두고 있다. 

① 비록 출신성분은 미약하지만 전도유망한 청년이 한 소녀(브리오니)의 잘못된 진술로 고난과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정황은 다를지언정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② 브리오니에 대한 로비의 복수극이나 용서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통상 고통에 빠트린 상대에 대한 저주와 복수가 일반적인 소설의 주요 플롯인데 '로비'의 아량인지 작가 '이안 매큐언'의 의도인지 그 부분이 없어서 이해될 듯 이해가 안 됐다.   ③ 세실리아를 향한 진정한 사랑의 힘이 있었기에 그 힘든 감옥생활이나 전쟁터도 감내할 수 있었다고 본다. 물론 로비에게 사랑과 인간적인 신뢰를 보낸 세실리아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세실리아: 로비를 사랑하는 브리오니의 친언니 

① 일시적인 소녀 감성과 신분 차이를 뛰어넘어서 로비를 선택했다. 사춘기 감성에 충실했던 숙녀였다.   ②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온 세실리아가 로비와 농도 짙은 썸을 타는 장면이 재미있다.  ③ 세실리아는 친동생 브리오니의 결정적 증언에 의해 자신과 로비가 고난의 길로 들어섰음에도 크게 원망하는 단락이 보이지 않는다.  


         

2) 위에서 분석한 주요 인물 외의 인물 중에서 5명을 선택하여, 각각의 인물형에 대해 분석해 보자. 또한 그 인물들이 소설의 주요 사건에서 담당하는 역할과 의미를 정리해 보자.     


① 마셜: 롤라를 강간한 범인이다. 훗날 롤라와 결혼하는 것을 보면서 그 강간사건에 대한 작가 시선에서 배경 설명이 부족한 것이 좀 아쉽다.

② 롤라: 강간범 마셜과 결혼한다. 이해불능인 그 단순함 같은 독자의 상상력에서 벗어나고 싶다. 소설에서 미쳐 다 보여주지 못한 부분은 각자 해석하기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  

③ 그레이스 터너:  로비의 친모로 탈레스가에서 가정부로 일한다. 로비가 경찰차에 끌려갈 때 우산으로 경찰차 보닛을 내리치며 흥분한다.

④ 잭 탈리스: 로비의 유학비용을 지원하기로 하는 브리오니 자매의 아버지로 다른 장면에는 크게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잭 탈래스의 '의식의 흐름'도 충분히 소설적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⑤ 클렌 삼촌: 잭 탈래스의 동생. 젊은 날 전쟁에 참전하여 맹활약을 했다 특히 마을 사람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켜서 그 공로로 꽃병을 선물 받았다. 그 귀한 꽃병을 로비와 세실리아가 깨트렸으나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없었다. 꽃병에 대한 그의 후일담이 궁금하다.



2. 브리오니의 소설관의 변화에 관하여     

1) 이 작품의 1부에서, 브리오니가 서술하는 희곡과 소설의 차이와 장·단점에 대해서 정리해 보자.     

소설은 작가가 완결된 글로서만 독자와 만나는 일방 통행적인 행위다. 따라서 소설에서는 텍스트 외에는 다른 부대장치가 없다. 오직 작가는 글로서만 독자를 움직여야 하며 작가의 의도를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각자의 감동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작가의 손을 떠난 소설이라는 텍스트는 거의 고정된다.  그러나 희곡은 작가가 쓴 대본을 바탕으로 무대극에 걸맞도록 수많은 무대연출가 및 액스트라가 동원되는 종합 연출 무대예술이다.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한 현장 예술이기도 하기에 대본을 공연 횟수를 거듭하면서 바꿔가기도 한다.  작품의 완성도에 따라 감동의 크기도 다를 수밖에 없다.  


2) 소설의 변화를 1부와 3부, 4부에서 나타난 차이를 중심으로 설명해 보자.     

1부... 다재다능한 소녀 '브리오니'가 희곡을 준비하면 일어나는 사건들과 브리오니의 왜곡된 증언으로 로비가 강간범으로 체포되는 정황으로 구성됨.

3부... 브리오니는 가족들과 단절된 채 종군 간호사라는 속죄의 삶을 살아간다. 롤라와 그를 실제 강간한 마셜의 결혼식에 참석하기도 한다.

4부... 일흔일곱 번째 생일을 맞은 브리오니는 자신의 마지막 소설을 집필한다. 자신의 증언으로 인해 커다란 상처를 입은 로비와 세실리아에 대해서 실제와는 다른 결말을 통해 두 사람의 영혼을 위로해준다. 브리오니는 소설을 통해서 자신이 마지막으로 친절을 베풀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이 위로받는 정황이다.



 3. 소설가의 윤리     

1) 브리오니의 글쓰기와 속죄의 행위에 대해 나름의 평가를 내려 보자.    

-----작가의 글쓰기와 민 형사상의 위증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본 것만을 그대로 진술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자신이 세운 가설을 스스로 맡으면서 결과적으로 허위진술을 더욱 견고하게 짜 맞춘 브리오니의 행위는 심각한 범죄행위다.

----속죄의 행위에 대한 결말은 브리오니 본인에게 보내는 위로 메시지 같았다. 물론 수십 년 가슴앓이를 했겠고 그 결과를 위해 펜을 들었겠지만, 두 사람은 애석하게도 지금 브로우니의 위로를 받을 길이 없다. 브리오니의 속죄를 받기 전에 세상을 먼저 떠난 로비와 세실리아가 안타깝다.  


"속죄"라는 소설 자체의 플롯을 비판하고 싶다. 소설은 소녀적 감성에 젖어있는 브리오니의 의식의 흐름을 쫓아가는 기법에 전적으로 짜 맞춰진 것 같아서 읽는 내내 불편했다. 오히려 로비와 세실리아의 감정의 흐름이나 롤라나 마셜의 감정 변화 그리고 탈리스가 가장의 감정과 후일담에 좀 더 충실해야 했다. 브리오니의 '의식의 흐름'에 대한 서설을 좀 덜어냈으면 훨씬 현실적이고 역동적인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건방진 생각을 읽는 내내 떨칠 수 없었다.(역시 나는 십 대 소녀가 아니었다.)  

 

2) 상상을 바탕으로 하는 소설가의 글쓰기는 속죄라는 윤리적 행위를 담당할 수 있는가. 현실의 문제 앞에서 소설 쓰기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소설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소설가가 글쓰기를 통해 윤리적인 행위까지 미리 담보한다면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할 것인지 회의가 든다. 다만 대중적 비평을 받는 것은 출간된 모든 소설은 공공재이기에 당연한 것이다. 그 평가를 거치고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작가는 소설로 말할 뿐이다. 우리는 작가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없다. 그 결과물만 보고 평가할 따름이다 다만 소설을 집필하면서 본인 스스로 한바탕 큰 해우굿을 경험한 작가의 글이라면 독자도 이심전심 그 소설을 보고 한바탕 신명 날 것이다. 가벼운 말의 성찬이나 본인만 알 수 있는 철학적 고뇌가 넘치도록 채워진 소설이 아니다. 에리한 면도칼로 핏방울 하나 떨어뜨리지 않고 심장을 확 도려내는 소설을 만나고 싶다.     


3) 이 작품은 전쟁이나 해피엔딩 등의 의미에서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전쟁의 의미나 해피엔딩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또는 이와 다른 흥미로운 부분을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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