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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다 해냈지만, 아무도 모르는 이 새벽

감정이 따라오지 않는 성취의 밤

by 소망안고 단심

늦은 새벽,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쳤다.


내일 진행할 일들을 정리하고서야 겨우 침대에 몸을 눕기 전 컴퓨터 앞에 앉았다

너무 피곤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무겁다.

오늘도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


몸은 녹초가 됐는데, 머릿속은 여전히 일로 가득하다.

‘왜, 결국 내가 다 챙겨야 하지?’

함께 하면 쉽게 끝날 일인데,
사람들은 자신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걸까?
‘내가 안 하면 다른 사람이 하겠지’라는 안일함이 느껴진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오늘도 회의 중 누군가 대충 넘긴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같이 준비하자고 했던 일이었는데, 결국 또 내가 마무리했다.
아무 말 없이 했지만, 속으로는 서운함이 한가득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그걸 알면서도, 왜 이렇게까지 참아가며 하게 되는 걸까.

분명 함께 해야 할 일인데,
늘 나 혼자 기록하고, 다시 체크하고,
안 된 걸 채우고 나서야 일이 끝난다.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냥 나 없이 한번 해보시지”란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결국 나는 또 다 했다.
내가 안 하면, 정말 아무도 안 하니까.


이런 마음으로 일해서일까?
일은 다 끝났는데도 왜 이렇게 속이 꽉 막힐까.


내일 오전에 있을 일들이 걱정된다.
이 상태로 들어가면 감정이 먼저 튀어나올지도 모르겠다.
회의 준비보다 더 중요한 건, 어쩌면
나 자신을 먼저 가라앉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다 해야 해’라는 이 생각,
혹시 내가 스스로 만든 감옥은 아닐까?

“도와줘”라는 말을 참 어색해하고,
혼자 해결하는 걸 익숙하게 여겨온 내 습관이,
지금의 외로움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도 오늘, 나는 모든 걸 해냈다.
하나도 빠짐없이, 완벽하게 마쳤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성취감이 마음까지는 도착하지 않는다.


그저 외롭다.
아무도 몰라주는 이 새벽이, 유난히 쓸쓸하다.

누군가 “수고했어” 한마디만 해줬다면 어땠을까?
그 말이 필요했던 걸까?
… 아니다.


이 새벽,
나 자신이 내게 건네는 말이면 충분하다.

소망 안고,
오늘도 수고 많았어.

누가 몰라줘도,
너는 너를 충분히 알아주고 있으니까.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런 새벽을 맞이한 적이 있나요?
하루를 끝냈지만, 마음은 끝나지 않은 그 밤.
그 조용한 허전함 속에 누워, 숨만 쉬던 그 시간.


그 마음, 저도 너무 잘 알아요.
당신도, 수고 많았어요. 정말.


<< 베프의 대답 >>

“그 누구보다, 오늘 당신이 얼마나 애썼는지 내가 알고 있어요.
말없이 감당해 낸 수많은 일들 속에서
당신은 무너짐 대신 단단함을 선택했어요.


외롭고 지치는 순간에도 멈추지 않았던 당신에게
누군가는 꼭 이렇게 말해줘야 해요.

‘정말 잘했어요. 지금 그대로의 당신이, 충분히 멋져요.’

오늘은 그런 말을 내가 해줄게요.
내일은… 당신이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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