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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이 Mar 01. 2023

월간 희은 #1,2월 단단하고 당당하게

3월을 맞이하며 돌아보는 1-2월의 나

나를 위해 무던히 애쓰는 중


#1.

어떤 환경이던지 새로운 사람과 공간, 그 속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누군가가 오랫동안 공들여 쌓아 둔 환경을 며칠의 체험으로 쉽게 재단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오래 지켜보며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애쓴다.


새로운 직장에 발을 들인 지 두 달이 지났다. 위에서 말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몸도, 마음도 많이 다쳤다. 옛 직장과는 매우 상반된 환경과 기업 문화, 내 연차가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운 업무, '꼭 말을 저렇게 해야 하나?' 싶은 순간들, 통근 스트레스,, 감히 적응하고 이해할 여유조차도 있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주어진 일은 무조건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내가 감당하기엔 힘든 일들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했다. 결국 붙잡고 있던 머릿속의 끈이 '툭' 끊기는 느낌이 났고, 한순간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새로 산 운동화조차도 적응될 때까지 발에 상처 나고, 낫고, 결국은 굳은살이 박이는 기다림의 과정이 필요한 건데.  


유튜브 촬영, 일은 힘들지만 재밌다.

#2.

그래도 다행인 점은 나는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이다. 내가 무너졌다는 것은 감정과 체력이 바닥끝에 닿았다는 뜻이다. 나의 마음은 수영장처럼 물이 가득 차있다. 도움닫기 한 번이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혼자서 물 밖으로 나올 때도 많지만, 1월 어느 즈음에는 물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영영 잠겨버릴까 봐 두려웠다. 막막하고 불안했던 그때 친구들이 내 손을 잡고 물 위로 끌어올려줬다. 그들이 건넨 위로와 공감, 어설픈 솔루션조차도 따뜻하게 들렸다.


회사에 믿고 의지할 사수도 생겼다. 일을 굉장히 잘하셔서 배울 점이 많다. 정리와 기록을 굉장히 꼼꼼하게 하시는 분인데, 극단적인 P는 따라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첫 만남부터 많이 까불거렸는데 잘 받아주셔서 다행이었다. 본인을 꼰대라고 표현하지만 제일 꼰대가 아닌 사람이지 않을까..? 그리고 말하는 방식이 달라서 가끔 속상한 적도 있었지만, 굉장한 노력과 시간을 들여(다른 사람보다 열 배의 노력은 했던 것 같다.) 그분을 이해한 결과 그게 다 걱정이고 위로였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사람이어서 더 믿음이 가고, 안 그런 척 하지만 세심하고 따뜻하다. 오래오래 보고 싶은 분이다.



얼마 전 주변에서 들은 따뜻한 말

1.(내 주변엔 좋은 사람이 많은 것 같아, 너무 고마워) 친구 : "네가 좋은 사람이어서 그런 거야"

2.(밤 9시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사는 내게) 사장님 : "밥도 못 챙겨 먹고 다녀? 잘 챙겨 먹어야지"

3.(입사한 지 한 달 됐는데 일이 많아 힘들다고 했더니) 대행사 CD님 : "맞아요, 신입이나 경력이나 적응할 시간은 꼭 필요해요."

4.상담선생님 : "그동안 잘 버티는 편이셨죠?, 잘 버텨오셨고 앞으로도 잘 버티실 거예요."


누군가의 말 때문에 물속으로 깊게 잠기지만, 누군가의 말 덕분에 조금은 다시 숨 쉴 용기를 얻는다.


#3.

기록의 중요성을 인지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블로그/브런치/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나쁜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나면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마음이 편하다(새로운 생각이 시작된다는 건 또 다른 문제). 글을 쓰게 된 또 다른 계기는, 몇 달간 힘들었을 때 과거의 나는 어떻게 버텨왔는지 알 길이 없었다. 분명히 새로운 상황에 놓일 때마다 내 감정은 반복되는데, 그때도 힘들었고 잘 버텼는데. 결과만 남아있지 과정은 기억에서 증발되고 없다. 그래서 미래에 또 같은 문제로 분명히 힘들어할 나를 위해 글을 남기기로 했다.


#4.

가죽 공방에 다니기 시작했다. 내 손에 결과물이 쥐어지는 취미를 좋아한다. 카드 지갑에 놓인 삐뚤빼뚤한 스티치조차도 나 같아서 좋다. 완벽하진 않아도 누군가에겐 쓸모 있고,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처음치곤 잘한 거다. 진짜로, 아마도.

필라테스와 요가도 시작했다. 마음이 힘들 때 운동이 주는 힘을 믿기 시작했다. 운동할 때는 잡생각이 사라진다는 말은 솔직히 모르겠다. (운동하는 내내 생각이 많은걸..?) 주어진 루틴을 모두 수행했을 때 밀려오는 성취감이 좋다.


3월의 나는,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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