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세계를 깨부술 그런 생각들
분명히 2018년 새해를 맞이하고 들떠 있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눈 떠보니 어느새 2월의 끝에 서 있었다. 날씨는 두꺼운 옷이 아니더라도 밖을 걸어볼 용기가 생길 만큼 제법 많이 누그러졌다. 겨울의 끝자락, 봄의 시작점에서 새싹이 파랗게 돋아날 봄을 기대하며 감히 ‘청춘’을 논하는 책을 집어 들었다. 청춘 ‘靑春’, 푸를 청에 봄 춘 자를 써 만물이 푸른 봄철을 젊음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이보다 더 완연한 색으로 우리들을 표현하는 말은 없을 것이다.
이 아름다운 단어는 가히 우리들의 이야기와 사랑, 우정 그 모든 것들을 대신해 나서주기도 하지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들에 미성숙함을 핑계로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면죄부처럼 던져지기도 한다. 과연 그 ‘청춘’을 언급하며 우리에게 얘기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우리가 현재도 쉬이 대답하지 못할, 지금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 되었더라도 한때는 그 순간의 시간을 휩쓸어 버렸던 몇 가지 질문들, 그리고 세상에게 담대히 답했었던 위대한 책들을 다룬다. 저자의 세상을 떠받치는 기둥을 세웠던, 그때,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청춘들에게 세상이 묻는, 불평등, 삶, 인간 등 여러 조각으로 꽉꽉 채워 내민다.
사실 본인은 이 책을 ‘비평’한다는 것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 책 자체는 이제는 지식소매상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계시는 유시민 작가님의 ‘비평’들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분의 세상을 세워준 책들이고, 이 책에는 종이 325장에 그분의 생각과 관념,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 전하고 있다. 지식소매상으로서의 유시민은 더 거리낄 게 없는 사람일 뿐이라, 더 선명한 색채를 띠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내세워 소리치고 있다.
물론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가치관에 따라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 이 책에서 보여주시는 그분의 생각에 대해 완벽히 공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작가님의 글은 언제나 나에게 깊이 있게 와 닿는다. 아마도 그분의 언어적 사용이 하나같이 완벽한 자리에서 ‘청춘’에게 전하기 위해 다듬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알맞게 잘 익혀 적당히 달짝지근하고 적당히 씁쓰름하다.
저자는 머리말에서부터 자신이 읽었던 책들이 모두 다 지금까지 자신이 달려온 길의 ‘지도’였노라고 명확히 말해주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뒤 이 글귀를 다시 한번 본 후 느꼈다. 저자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만들어낸 책들을 이제 이 순간의 청춘들을 위하여 이 ‘책’에 펴내며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저만치 앞에서 서 있는 저자가 그가 가르쳐 줄 수 있는 제일 소중한 것을 안겨준 것 같았다.
‘청춘.’ 애초에 본인은 남이 저를 지칭하는데 사용된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라니 대강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청춘이라는 단어의 뜻에는 정해져 있는 나이 같은 것이 없다. 그러니 본인은 어쩌면 저자가 이 책에서 청춘을 다시 정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 모두 청춘일 것이다. 혹여 당신이 혹자들이 말하는 ‘청춘’의 시기를 이미 넘어섰을지라도. 우리는 모두 세상을 바꾼 위대한 생각들을, 아무렇지 않게 꿈꿔볼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만물이 푸르른 봄,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