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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쿰쿰 Jul 23. 2020

비오는 날의 감상

피렌체 베키오다리와 카페 질리(gilli)

2월, 이미 시작된 코로나를 뚫고 예정된 유럽여행을 강행했었다. 이탈리아-남프랑스-암스테르담 코스. 로마 인 암스테르담 아웃. 로마에 있었을 때는 내내 날씨가 좋아서 역시 날씨요정은 내편!이라며 열심히 유적지를 돌아다녔는데, 피렌체에서는 비가 꽤 많이 왔었다. 특히나 피렌체 마지막 날 새벽에 갔던 미켈란젤로 언덕은 그 자체만으로도 촉촉한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인데, 어둠과 음악과 비가 더해지니 몇 년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감정이 몰려왔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한껏 감상에 젖어 있다가 걸어서 베키오다리를 건너고, 카페 질리로 가는 그 길 내내 비가 추적추적 왔었다. 추위에 떨다가 들어간 카페 질리는 너무나 예쁜 인테리어와 디저트들로 그득했고, 거기서 먹은 클럽샌드위치와 라떼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그것이었다. 그 때의 사진을 보면 비와 추위가 어우러져 세상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가 서 있는데, 어찌하여 그 기억은 이토록 몽글몽글한지. 


그 때의 기억 속으로 나를 유인하는 이 비. 심장이 간질간질하다.


그래도 이젠 그만 오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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