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남을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우리의 여름방학은 고작 3주. 그조차도 다른 학교들에 비해 꽤 긴 편이다. 1주일 방학하고 개학한다는 학교도 있고, 고등학교는 그 와중에 보충수업을 한다고 3일밖에 못 쉰다는 학교도 있고. 그러니 3주도 감사히 여기며, 이번 방학에는 무엇을 할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결혼 이후 매 방학때마다 해외여행을 갔었다. 심할 때는 방학 한 번에 두 번의 출국을 한 적도 있다. 보통은 남편과 함께하는 동남아 휴양여행인데, 올해는 모두가 아는 그 이유로 해외는 언감생심이다. 늘 타던 비행기를 안 타니 괜히 서운하다. 국내여행이라도 하고 싶은데, 남편은 개원한 지 얼마 안 되어 여름휴가는 꿈도 못 꾸는 처지인데 혼자 여행은 썩 내키지 않는다.
늘 방학을 앞두고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곤 했다. 활발한 교재연구, 책읽기, 글쓰기, 와식생활을 최소한만, 유투브는 자기 전에만 잠시 봐야지 등등. 평균 실행률을 따지면 한 20% 되려나? 어릴 때부터 외부 요인에 의한 의무감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다 보니 내적 의무감을 지키기가 참 힘이 든다. 그렇게 지키지 못할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흘려보내며 방학 마지막날 자괴감에 머리를 쥐어뜯곤 했다.
그러면서도 매 방학마다 계획을 세운다. 이번 방학의 목표는-2학기 수업준비 완벽하게 하기, 책 한권 다 읽기. 사실 자잘한 일들도 많이 있어서 도달점을 목표로 세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일단 저렇게 계획을 세웠다.
인간이란 희망을 먹고 사는 존재라는 말이 나이가 들 수록 와 닿는다. 매번 좌절하면서도 희망을 가지고 꿈을 꾼다. 이번에도 좌절이 있겠지만, 그래도 지난 방학들보다는 덜 좌절하고 더 뿌듯하기를 기대하며. 방학 첫날인 오늘, 나는 이 글을 적고 도서관으로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