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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여행가K Jan 21. 2021

변화무쌍하고 다채로웠던 하늘들에
시선이 가다

06. 여행에서의 하늘 in 몽생미셸 투어

두 번째 만났던 파리에서는 첫날 넘어져서 다치는 바람에 많은 일정을 포기했지만, 그럼에도 챙겼던 곳은 에펠탑과 몽생미셸 투어였다. 40일의 여행을 준비하던 때, 파리에서의 일정에는 에펠탑과 파리 근교 여행을 넣고 싶었다. 사실 알고 보니 파리와 에트르타의 거리는 서울과 부산의 정도라 근교라고 말할 순 없었지만, 파리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프로그램에는 몽생미셸이 가장 많았었다.


몽생미셸 투어 프로그램으로 몇 가지가 있었는데, 보통 옹플뢰흐까지 포함된 루트이거나 거기에 에트르타까지 포함된 루트였다. 새벽에 출발해서 그다음 날 새벽에 도착하는 고되고 빠듯한 일정이지만, 난 에트르타랑 몽생미셸을 다 보고 싶었기 때문에 세 곳을 가는 일정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몽생미셸 투어 전에 유랑에서 알게 된 분도 함께 가고 싶어 하셔서 원래 예약한 날짜보다 하루 앞당겼었다. 정작 그분은 인원 마감으로 함께하지 못했지만, 난 그 덕에 숙소 체크아웃 부담도 덜해졌고, 변화무쌍하고 다채로웠던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새벽 일찍 모여서 출발하는 것이라 해가 뜨기도 전에 숙소에서 나와서, 우버를 타고 개선문으로 향했다. 해가 뜨기도 전에 파리에서 홀로 택시 타고 가며 블랙 에펠을 보니 느낌이 이상했지만, 그때 본 에펠탑의 모습 또한 매력적이었다.


개선문 앞에 있던 50인승의 버스로 옮겨 타서, 첫 번째 목적지인 에트르타에 가는 동안 일출을 보는데 다채로운 하루를 알리는 듯했다. 하늘의 빛이 변하는 것을 보며 들었던 가이드의 라디오도 좋았고, 선곡도 좋아서, 해가 뜰 때 구름의 색감과 푸른색의 하늘의 조합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었다.



에트르타와 옹플뢰흐의 풍경은 멋있었지만, 머무는 시간이 짧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특히 작가들에게 영감이 되었다는 에트르타의 풍경은 기대했던 것만큼 시원했으나,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게다가 넘어져서 까졌었던 무릎과 어깨가 아파서 옹플뢰흐에서는 특산품만 사고 쉬었기 때문에 아쉬웠었고.



에트르타와 옹플뢰흐에서는 구름이 가득한 비장미 넘치는 하늘이었다. 버스 안에서 보았던 하늘과 몽생미셸에 들어가기 직전에는 푸른색의 맑은 하늘이었는데, 또 몽생미셸 입구에서는 구름이 많아져서, 멋진 야경과 노을을 볼 수 있을까 걱정이 조금 됐었다.



몽생미셸 곳곳을 둘러보는 동안 다행히도 점점 구름이 걷히더니, 오히려 적당한 양이 되어 다시 입구로 되돌아왔을 때에는 하늘이 맑아졌었다. 같은 날이었지만 빠르게 흘러간 구름 덕에 멋진 풍경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



몽생미셸로 들어가기 전에 있던 마을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연결된 다리 위로 오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고, 해가 지는 시간 동안 다리에 서서 그날 하늘의 변화를 마지막까지 지켜보았다. 몽생미셸 성에 불이 켜진 야경도 멋있었지만, 난 몽생미셸을 중심에 놓고 보지 않고 오히려 조금은 비껴 난 하늘을 한참 보았다.



다른 분들이 몽생미셸 앞에서 사진 찍고 있을 때 난 내 모습을 남기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고, 달과 구름에만 시선을 빼앗겨 남들과 조금은 다른 곳을 계속 보고 있었다. 달과 구름의 숨바꼭질을 목격한 탓인지, 하늘의 움직임에 시선이 더 갔던 것이다. 별다른 생각이 들지는 않았었다. 그냥 우연히 보게 된 자연의 모습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 몽생미셸까지 가서 그 풍경을 배경으로 찍은 내 사진은 비록 없지만, 그날의 하늘과 바람과 풍경이 떠오른다. 중간중간 너무 많은 구름 때문에 걱정이 조금 됐었지만, 날씨가 좋았진 덕에 해지는 시간의 풍경과 해가 진 후의 별자리들과 몽생미셸의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기대 이상의 장관을 보고 나니, 다음엔 가족과 함께 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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