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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Aug 01. 2022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101

왜 동3치만 현안(懸眼)이 2개일까?

왜 동3치만 현안(懸眼)이 2개일까?


기본 방어시설인 치(雉)가 화성에 8곳이 있다. 시설물 종류 중 가장 많다. 동과 서에 각각 3곳씩으로 동1치, 동2치, 동3치, 서1치, 서2치, 서3치이다. 그리고 남과 북에는 남치(南雉)와 북동치(北東雉)가 있다. 외우기가 쉽다.


동3치(東三雉)는 남수문에서 동쪽으로 높은 언덕에 있는 동남각루(東南角樓) 바로 다음에 있다. 밖에서 보면 동3치에 현안(懸眼)이 2개 설치돼 있다. 모든 치에 현안이 1개씩 설치되어 있는데 왜 동3치만 2개일까? 오래전부터 논란이 있어 왔다.


동3치 현안은 1개가 맞는 것일까? 2개가 맞는 것일까?

답은 1개이다. 그 근거도 몇 가지 있다.

성역의궤, 뎡니의궤 모두 치성도에 현안이 1개이다. 화성전도에도 마찬가지로 1개다. 원형은 1개가 분명하다.

첫째, 화성성역의궤 중 "치성도(雉城圖)"와 한글본 뎡니의궤 중 "치성 외도(外圖)"를 보면 모두 현안이 1개이다. 그리고 양쪽 의궤의 "화성전도(華城全圖)"를 확대해 보아도 1개이다.


한글본 "뎡니의궤"는 효심 깊은 정조(正祖)가 어머니를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 "수원원행(園幸)"과 "화성성역(城役)"에 관한 내용만 모은 것인데 그림은 칼라로, 내용은 날자 별로 만들어, 보기 좋고 읽기 편하게 만들었다. 원본은 프랑스에 있다. 


둘째, 의궤 설명(說)에도 치(雉)에 대해 "바깥쪽으로 현안 구멍이 1개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설명(說)에도 치의 현안은 1개이다.


셋째, 의궤는 치에 대해 전체를 공통으로 설명하고 끝낸다. 그리고 각각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항만 설명하고 있다. 북동치는 북동적대와 붙어있는 점, 서1치는 타구 위를 덮은 점, 서3치와 남치는 여장이 원성 안으로 들어온 점을 말하고 있다.  


만일 동3치가 원래 현안이 2개였다면 당연히 기록되었을 것이다. 매우 특별한 점이기 때문이다. 언급이 없는 것은 다른 치와 마찬가지로 1개를 의미한다.


정리하면, 성역 당시 동3치는 현안이 1개였다고 확인되었다.

12폭 병풍도에는 동3치에 현안이 분명히 1개이다.

그러면 왜 2개가 됐을까?  


동3치의 현안이 있는 부분을 볼 수 있는 자료는 의궤에 있는 화성전도(華城全圖)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6폭과 12폭 병풍도로 모두 3개 자료이다.


최근에 병풍도를 자세히 살펴보던 중 "동3치 현안 2개 미스터리"를 풀 단서를 보게 되었다. 12폭 병풍도에는 현안이 1개이고, 6폭에는 2개로 그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참으로 놀랐다.


화성도(華城圖)를 연구하는 한 화성 학자는 12폭은 1814년에서 1824년 사이, 6폭 병풍도는 1831년 이후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동3치 현안 수는 성역 완료 1796년에 1개, 1824년에 1개, 1831년에 2개가 된다. 


즉 현안이 1개에서 2개로 바뀐 시기는 1825년부터 1831년 사이가 된다.

병풍이 접히는 부분에 위치한 시설물이 동3치이다. 현안이 분명히 2개가 보인다.

왜 2개가 되었을까? 오늘의 주제다.


답은 "붕괴되어 복원할 때 2개로 바꾸었다"이다. 

시기는 1825년과 1831년 사이이다. 물론 필자의 주장이다. 근거를 살펴보자. 키워드는 "붕괴되다"와 "바꾸다"이다. 


첫째, "붕괴되었다"란 주장에 대한 근거이다.

치에서 현안을 1개에서 2개로 바꾸려면 두 경우뿐이 없다. 의도를 갖고 모두 부수고 바꾸는 경우와 자연재해 등으로 붕괴되어 복원할 때 바꾸는 경우뿐이다. 


현안을 2개로 바꿀 의도로 동3치를 해체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이유는 예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성역 이후 홍수로 붕괴되어도 예산이 없어 복구에 장기간이 소요되었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또한 그 사이 화성에서 전쟁도 치르지 않았으므로, 자연재해로 인한 붕괴로 보는 것이다.   


1개에서 1개를 추가한 것은 아닐까?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치(雉)의 구조 특성상 추가 공사는 불가능하다. 기둥과 보로 구성된 라멘(Rahmen) 구조가 아니고, 돌로 쌓은 적층(積層)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는 현안을 1개에서 2개로 바꾸려면 전면은 전체를 뜯어야 하고, 전면을 뜯으려면 치 대부분을 해체해야 가능하다. 이래서 의도적 추가가 아니라는 말이다. 


추가 공사가 불가능한 이유는 또 있다. 현안이 1개 경우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이것을 2개로 바꾸려면 3분의 1 지점과 3분의 2 지점에 현안을 설치해야 하므로 전면을 모두 해체해야 가능하다. 이래서 현안은 추가라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반면에 붕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조건도 있다. 동3치의 입지는 급경사지이다. 그리고 동3치의 돌출 규모는 매우 큰 편이다. 이런 지형지세와 큰 돌출 규모를 감안하면 "붕괴" 가능성은 확실하다. 

동3치의 좌우 코너 부분의 현재 상태이다. 균열 폭이 큰 상태이다. 

둘째, "바꾸었다"란 주장에 대한 근거이다.

복원 공사는 대규모 공사가 아니다. 소규모 공사에선 복원을 담당한 장인(匠人)이 감동 역할까지 겸해 결정권이 큰 편이었다. 현안의 기능을 잘 이해하고 있고, 동3치의 전면 폭이 유난히 넓은 것을 알고 있는 장인이었기에 현안을 2개로 복원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자의적이지만 "의도적으로 바꾸었다"라 주장한 것이다.


정리하면, 동3치 현안의 원형(原形)은 1개이다. 1825년과 1831년 사이 어느 날 자연재해로 동3치가 붕괴되고, 이를 복원하는 과정에 장인에 의해 의도적으로 2개로 복원된 것이다.


현안에 대한 장인의 이해와 소신은 칭찬할만하나, 현안 설치 규범은 몰랐다. 감독(監董, 감동) 없이 공사하는 장인의 한계다. 현안 수량 결정 규칙을 간과했던 것이다.  


위치도 동남각루 쪽으로 가까이 보내 자리 잡고, 폭을 넓혀 방어력을 증강시킨 동3치(東三雉)에서 한 장인(匠人)의 소신을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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