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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학엄마 Oct 28. 2021

레미케이드 4차 - 크론병과 살아가기

딸의 크론병 이야기 28

 7월 중순에 레미케이드 1차를 시작하고 2주 간격으로 2차, 1달 간격으로 3차, 이번에는 2달 후 4차 주사를 맞았다. 두 달 간격으로 맞는 처음이고 중간고사가 중간에 껴 있어서 컨디션이 괜찮을지가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4차 바로 직전에도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혈액 검사 결과도 지난 번 검사 때 보다 crp, esr이 살짝 오르긴 했지만 정상 범위 안이여서 크게 신경쓰지 말라고 하셨다. 몸무게도 더 빠지거나 더 찌지 않는 딱 46키로 대로 유지 중이다.

 동네에 민지가 좋아하는 샌드위치 가게가 들어왔는데 9월 부터 중간고사 끝나고 레미케이드 맞기 전 날 샌드위치 먹고싶다고 노래를 불렀었다. 레미케이드 맞는 바로 전 날 운동 끝나고 아빠랑 샌드위치를 사왔다. 닭고기로 그리고 빵도 제일 얇은 걸로 골라서 사와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다행히 다음 날 변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레미케이드를 맞는 시간은 4~5 시간 정도인데 우선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항히스타민 약을 수액으로 맞는다. 30분 정도 맞고 나면 레미케이드를 4시간 정도 맞는데 항히스타민 영향인지 4시간을 내내 잠을 잔다. 중간고사 끝나고도 계속되는 수행평가 때문에 피곤해서이기도 했는지 오전에 레미케이드 맞고 집에 와서도 5시간 넘게 푹 잤다. 체력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은 좀더 체력을 키워야 하나 보다. 

  작년 이맘 때. 민지가 중3일 때는 기말고사 마치고 나서는 거의 학교를 가지 못했었다. 먹는 것도 그렇고 집에서 좀 푹 쉬는 것이 좋을 듯하여 코로나로 인해 가정학습이 허용이 되어 가정학습을 신청해서 꼭 학교에 가야 하는 날만 갔었다. 코로나로 인해 이래 저래 힘들었지만 크론으로 힘들었던 딸에게는 그나마 다행이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민지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코로나 상황이 아니라면 고1 때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었다. 올해는 당연히 코로나로 인해 가지 못하고 학교에서 하루 동안 제주도에 관한 활동을 했다. 운동장에 성산일출봉, 한라산 백록담 사진을 크게 붙여놓고 이런 저런 활동을 했다고 한다. 코로나가 아니어서 수학여행을 갔다면... 민지를 보낼 수 있었을까? 2박 3일 동안 먹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려나... 혹시 올해 수학여행 못가서 내년에 간다고 하면 민지를 보낼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와 크론으로 인해 2년을 여행을 가지 못해서 민지나 나나 정말 여행이 가고 싶다. 동생과 민지 아빠는 둘이서 차박을 보내서 그나마 좀 나은데 고등학생이 된 민지는 영 시간이 나질 않는다. 겨울 방학이 시작되면 지난 번에 못 간 강화도로 바다를 멍 하니 쳐다 보는 바다 멍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 땐 건강한 밥집을 찾아서 한 끼 정도는 외식도 했으면 좋겠다. 높고 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민지와 여행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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