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지탱하는 진짜 힘
나는 '좋은 대표'가 되고 싶었다. 내가 정의한 좋은 대표란 디자인을 우리 그룹에서 제일 잘하고, 직원들에게 명확한 지시를 내리며, 리스크 상화에서 앞장서서 파도를 막아주는 든든한 방패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16년을 운영하며 깨달은 것은, 내가 방패를 자처할수록 우리 팀원들은 내 등 뒤에 숨은 '수동적인 관찰자'가 되어간다는 사실이었다.
디자인 실력만 있으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경영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어느 방향으로 흐르게 하느냐'의 싸움이었다.
'지시'와 '공유' 사이의 한 끗 차이
과거의 나는 직원들에게 일을 '시켰다'. "이 프로젝트는 이렇게 디자인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 일은 그들의 것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되었다. 직원은 내 머릿속에 있는 결과물을 구현하는 도구가 되었고, 당연히 그들에게서 주도적인 책임감을 기대할 순 없었다.ㅣ이제는 '지시' 대신 '고민'을 공유한다.
"이 클라이언트는 이런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어떻게 안심시켜 줄 수 있을까요?"
질문을 던지면 그들은 비로소 내 '직원'이 아니라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동료'가 된다. 동료로 일한다는 것은 권한을 넘기는 것 이상의 의미다. 함께 고민할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대표라는 무게감을 덜어낼 때 생기는 것들
작은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매달 돌아오는 급여일, 임대료, 수주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대표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된 이 '마음의 무게'를 직원들은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혼자 짊어지려 할수록 내 표정은 굳어졌고, 사무실의 공기는 무거워졌다.
어느 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번 달은 조금 힘든 고비가 될 것 같은데, 우리가 이 프로젝트에서 이런 성과를 내야 합니다."놀랍게도 내 약함을 드러냈을 때, 팀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더 단단하게 버텨주었다. 내가 완벽한 슈퍼맨이기를 포기하자, 비로소 그들이 내 곁을 지키는 동료로 보이기 시작했다.
동료라는 이름의 책임감
물론 '동료'라는 단어가 방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무서운 책임감이 따른다. 나는 그들이 디자이너로서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도록 판을 깔아주어야 하고, 그들은 자신의 작업이 회사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매일 실수하고 다시 배운다. 어제는 내가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에서 실수했고, 오늘은 팀원이 마감 기한을 놓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탓하기보다 '다음에 어떻게 할까?'를 먼저 묻는다. 이 질문이 오가는 순간, 우리는 단순한 고용 관계를 넘어선다.
나의 31년 디자인 인생 중 절반을 보낸 이 작은 회사에서,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 사장이 높고 직원이 낮은 곳이 아니라, 같은 목표를 향해 조금 앞서 걷고 뒤에서 밀어주는 관계. 결국 디자인 회사를 지탱하는 힘은 화려한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함께 가고 있다'는 든든한 동료 의식에서 나온다.
▢ 일을 ‘지시’하고 있는가, ‘공유’하고 있는가
▢ 결과만 전달하고 있지 않은가, 맥락을 설명하고 있는가
▢ 팀원이 스스로 판단할 여지를 주고 있는가
▢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답을 주고 있는가